비가 오는 날이다.
어제는 회식과 함께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집에 들어왔다.
새벽까지 밖에 있던 건 굉장히 오랜만인데, 조금씩 늙어가는 나로썬 애석하게도 체력이 부족했다.
점심에 잠깐 일어났을 뿐, 다시 저녁까지 침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간신히 몸과 맘을 추스려 운동도 다녀오고 반신욕도 하면서 최소한의 개인정비는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9시가 넘어갔고, 토요일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노트북과 함께 집 앞의 까페로 와서 짤막하게나마 글을 쓰고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허무하게 사라졌을 수도 있던 오늘을 상기하자면, 어느덧 6월의 마지막 날이고, 18년의 상반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조금 더 의미부여를 하자면, 마지막 20대의 상반기를 떠나 보내는 날이다.
이미 앞 글에서 몇 번 밝혔지만, 신입사원으로 시작했던 올해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썩 만족스럽지 못한 상반기였다.
애초에 취직을 하고 나서의 생활에 대한 기대가 없었음에도, 실망감이 크다. 내 개인적으로도, 회사라는 곳에 대해서도.
회사를 처음 지원할 때 마주했던 문구 [Digital first]는 허울 뿐인 말이었다. 그걸 믿었던 내가 순진한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이다. 의도를 알 수 없는 기획들과 벌려놓고 관리가 안되는 아이템들, 이해 할 수 없는 방향성 그리고 포장을 좋아하는 보여주기 식의 운영까지.
물론 생각해보면 그런 고질적인 문제는, 비단 내가 다니는 곳 뿐아니라 어떤 대기업을 가더라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이룬게 없다는 게,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큰 것 같다.
이 곳에서 더이상 창조적이거나 발전적일 수가 없다는 생각, 여기서 내 삶이 끝나버릴 것 같은 상실감에 따른 우울함이란 변명 삼아 무기력하게 그 생활에 잠겨 있었다.
돈이 들어오면 무의미한 소비를 하며 부질없는 기쁨을 찾는데에 그쳤을 뿐이었다.
그래도 고무적인건, 상반기가 다 끝나기 전에, 여러가지 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의욕을 얻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삶에 있어 몇 가지 중대한 갈래 들이 아직 남았다는 사실들과 함께.
내일부터 시작하게 될 18년의 하반기는 부디 더욱 알차게 보냈으면 좋겠다.
삶에 대한 의욕이 더 빛을 발해서, 마지막 20대 시절이 더 빛나는 시절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이 곳에도 그런 좋은 소식을 담을 수 있게 되길
이 글을 마주하는 여러분들도 각자의 상반기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리의 끝에서, 알찬 상반기였다고 생각할 수 있길, 더 좋은 하반기를 기대하고 계획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P.S 어제 회식 전에 [어둠속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아주 좋은 체험이었다.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에 의지해서 100분의 시간을 보내는 체험인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 해보길 강하게 추천한다.
P.S 그리고, [어둠속의 대화] 행사장이 위치한 북촌은 역시나 예뻤다.
P.S 29.5세가 된 내 사진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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