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남은사람들 - 창녀촌의 꼬마 아이

in kr •  6 years ago 

밖으로 나와보니, 해는 이제 저물었는데 거리에는 온갖 유흥업소들의 불빛이 고개를 떠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익숙한 장면에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나에게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빨간색 책가방을 메고있는 저 여자아이 말이다. 저 어린아이가 술을 마시러 온 것도 아닐테고, 창녀일리도 없을텐데.

추위에 떨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누군가를 한참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던것 같다.

"너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거니?"라고 묻자, 아이는 "엄마요"하고 대답했다.

아이의 손을 붙잡아보니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근처의 편의점을 들어갔다. 편의점 안의 공기는 바깥의 공기보다 훨씬 따뜻했기때문에 더이상 아이의 체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나는 아이에게 먹고싶은 것을 고르라고 말했다. 아이는 크림빵을 고르더니, 내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았다. "더 골라도 돼."라고 말하자 아이는 눈치를 보며 도시락 하나와 음료수 한 개를 더 골랐다. 그리고 자신이 고른 것들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얼굴에 크림을 묻히면서 먹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집이 어디냐고, 아줌마가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자 아이는 엄마가 계속 집에 안와서 데리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그렇게 그 아이의 엄마를 몇 시간 기다렸으나 결국 아이의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편의점을 나오고, 아이가 먼저 집으로 향했다. 인적없는 길거리로 발걸음을 돌리는 그 모습이 그토록 처량해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아이에게 뛰어가 다시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이가 향하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갔다.

마침내, 아이의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아이의 집이 궁금해져서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자고 일어난 그 상태로 이불더미가 펼쳐져 있었다. 오랫동안 빨지 않아서인지 과거에는 연분홍색을 띄고 있었을 것 같은 천이 회색빛을 머금고 있었고, 방 안에는 습기가 차올라 바닥에서 천장까지 검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주방으로 가서 아이가 먹는 음식들을 살펴보았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노란 냄비가 올려져 있었는데, 조리된 음식이 들어있는 듯 했다. 하지만 냄비뚜껑을 열어보니 냄비 안에는 푸른 곰팡이가 뒤덮은 정체모를 음식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 안에서 역한 냄새가 쏟아져 나와 코를 찔렀다. 나는 그것을 곧장 싱크대에 버리고, 물에 흘려보냈다.

그리고 집에 재료가 있는가 확인하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안에는 맥주와 몇 개의 달걀이 있을 뿐이었다. 집 전체를 둘러보니 아이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집 안을 더 둘러보다가 화장대 위에 어떤 액자가 보였다. 액자에는 어떤 여자와 아이가 찍힌 사진이 들어있었는데, 그 여자는 이 아이의 어미일 것으로 추정되는 년이었다.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보자, 갑자기 그 년의 멱살을 부여잡고, 머리채를 뜯어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녀는 술집의 베테랑 창녀였다. 밖에서는 자신을 그토록 화려하게 꾸미고, 고상한 귀부인처럼 보이던 여편네가, 정작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먹는 것 조차도 신경써주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나를 분노하게 했으며, 비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아이를 누군가는 억지로 떠 안은 짐더미정도로 생각하고, 내팽개쳐두는 그런 세상의 불공평함이 새삼 억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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