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남은사람들 - 죄책감

in kr •  6 years ago 

"아줌마,아줌마!" 먼저 일어난 아이가 어느 새 잠들어버린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아줌마, 이제 나 학교가는데, 여기서 더 잘거에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에게 전날 사온 빵과 우유를 건네주었다.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표정을 보니 아이가 오랜만에 받아보는 아침식사인 듯 했다. 아니 처음 받아보는 아침식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이가 갑자기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는 아이가 빵을 먹고 있는 동안 산발이 된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넘겨주었다.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 아이가 물었다. "아줌마, 엄마는 언제 올까요." 나는 곧 올 것이라고 아이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아이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집에 돌아가고있었다. 벽지를 사야하는데 수중에 남은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곰팡이로 뒤덮힌 벽지를 다 뜯어낸 뒤, 새 벽지로 붙여주고 싶었다. 그 우글거리는 곰팡이들이 천장마저 점령하고, 마침내 공기마저 장악했을 때, 아이의 폐를 다음 점령지로 삼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했다.
이 시간이면 남편은 직장으로 출근했어야 할 시간이었다. 내가 혼자있어야 마땅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신발이 보였다. 남편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무슨일일까. 궁금하던 차에 현관 옆방에서 남편의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동정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재빨리 안방으로 향했다. 조금의 현금을 들고 거실로 나왔을 때, 남편의 기침소리는 더 변칙적으로 변해있었다. 그 소리를 듣자, 죄책감이 주제넘게 고개를 쳐들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병에 걸리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안해야할 사람은 내가아니야, 미안해야할 사람은 내가 절대로 아니야. 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발걸음을 쉽사리 내딛을수가 없었다. 나는 입을 꽉 다물고 무거운 죄책감들을 악으로 버티며 현관 밖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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