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아이가 매일 눕고 잤던 그 이불더미를 세탁기에 넣고나서, 장롱의 새 이불을 꺼냈다.
그리고 그 이불을 깔고, 아이를 씻긴 뒤, 그 위에 잠재웠다. 내 아이도 태어났다면 내가 이렇게 해주었을텐데.. 하고 갑자기 울컥했다.
아이가 깰까봐,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나서 오랜만에 정상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청소와 빨래를 하고, 집 안의 오물들을 갖다버렸다.
이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입에 넣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들이었다. 재료를 러 거리로 나갔더니, 주변의 가게는 문을 닫고, 거리는 캄캄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편의점은 열려있던 상태였고, 그 곳에서 아이가 내일 아침에 먹을 빵과 우유를 몇개 샀다. 그리고, 오랜만에 내 입에 집어넣을 음식을 자의적으로 샀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먹은 뒤, 그 아이의 집으로 돌아왔을땐, 세탁기가 멈춰있는 상태였다. 세탁기의 빨래들을 꺼내 건조대에 널고나서 아이옆에 앉아 가방 속의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의 전원을 켜보니, 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술집 주인의 전화 몇통, 그리고 할머니에게 온 전화, 남편에게 온 전화.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지 않고 시간을 확인한 뒤, 휴대폰을 닫아버렸다.
시간은 새벽 1시였다.
최근 몇 달간을 야행성으로 지냈기 때문에 잠은 오지 않았고, 시간도 더디게 흘러갔다. 깊은 침묵 속에서 아이의 숨소리만 쓸쓸하고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또 다시 죽은 아기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나는 너를 잃고 지난 몇 달 사이에 이렇게 폭삭 늙어버렸는데, 너는 그 상태로 늙지도, 아니 자라지도 않는구나 아가야.
슬픔, 분노,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곧 밀어닥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비워낼 방법은 내가 알고있는 한 한가지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의 어미처럼 이 어린아이에게 세상의 더러운것들을 일찍이 알게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순수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적막함이 본격적으로 내 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죽은 아기가 생각날 때마다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아가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