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강아지 장례식이 절에서 치러졌다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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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바현 이스미 시의 코후쿠지(光福寺)가 더이상 수리할 수 없게된 로봇 강아지의 합동 장례식을 치러 화제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문화가 보편화된 일본사회지만, 로봇 강아지에 대해 장례식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을 비롯한 많은 외신들은 로봇 강아지의 장례식을 치른 코후쿠지의 사연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 장례식이 열린 로봇 강아지는 모두 114 마리. 각각의 강아지의 목에는 주인의 이름과 생산된 곳의 이름이 적힌 미니 위패가 걸렸다. 장례식은 분겐 오이스님의 독경에 이어 강아지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으로 진행됐다.

로봇강아지들과 함께 했던 주인들은 대부분 중년이상의 고령자들. 이들은 장례식이 거행되는 동안 작별편지를 쓰고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이 치러진 로봇 강아지들은 1999년 이후 소니에서 생산된 아이보 (Aibo) 제품이다. 각 가정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습기능과 성장기능을 갖춰 판매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소니가 2006년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15만 마리 이상 판매됐다. 소니가 애프터서비스를 중단하자 사설 수리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로 주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부품이 모자랄 때는 수리에 몇 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로봇강아지와 정이 든 주인들이 강아지들을 떠나보내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사실 로봇강아지의 장례식도 사설수리업체인 A-fun이 기획한 것이다. 고장난 로봇강아지들에게 다른 로봇 강아지의 부품을 이식한 후 수명을 다한 로봇 강아지들을 그냥 폐기처분 하기 보다는 주인들을 위해 작은 추모행사를 치러준 것이 계기가 됐다.

로봇강아지 아이보는 주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스킨십을 나누며 주인의 행동에 응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문에 많은 주인들이 로봇강아지들과 감정을 나누고 위로 받았다고 한다. 자녀가 없는 가정의 경우 로봇 강아지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없는 75세의 수미카에카와씨는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딸처럼 생각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현실적인 SF영화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모두 사실이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관계가 단절된 사회속에서 로봇 강아지는 대안적 관계를 만들었다”고 홋카이도 분쿄대학 마코토 와타나베 교수는 분석했다.

소니는 2018년 인공지능이 탑재된 새로운 로봇강아지 Aibo를 선보였다. 가격은 2천달러(2백만원)이 넘는다. 새로운 로봇 강아지는 OLED 눈을 가지고 있다. 기억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된다. 물리적인 몸체가 사라져도 클라우드에 저장된 기억은 다음 로봇 강아지에 이어져 영생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 스스로의 소외가 확산되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관계는 확산일로다.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고 어떤 관계든 일단 맺어진 매듭은 항상할 수 없다. 이별과 상처는 남은 자들의 몫으로 위로를 기다린다. 이번 로봇 강아지의 장례는 그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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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다 하네요 ㅎㅎ

머지 않은 미래에는 보편적일 수도 있는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