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 듯 생생한 돈황 벽화 전시회

돈황 벽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인사동 입구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돈황연구원 미술연구소 소속 작가 6인의 작품전>이다. 과거 이곳에서 수학했던 동덕여대 서용 교수의 작품도 찬조출품돼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돈황 석굴에 조성된 벽화를 모사한 작품들이다. 이는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이 돈황연구소 미술연구소 소속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돈황연구소는 돈황 석굴에 조성된 불상과 벽화, 건축물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모사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미술연구소는 그중 벽화의 보존과 모사를 통한 연구를 하는 곳. 이번 전시에 초대된 6인의 작가는 돈황연구원 미술연구소 소속 작가들로 대학에 미술을 전공하고 수십년간 돈황벽화의 모사와 도상 연구를 하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니우위셩, 관진원, 션슈핑, 쟝웨이원, 리카이푸, 마위화 6인이 초대됐다. 중국과 일본, 미국, 프랑스, 홍콩, 대만 등 주요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이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이들의 작품을 통해 돈황 벽화가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흔히 모사작품이라고 하면 그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돈황을 가본 사람이라면 벽화가 조성된 석굴을 직접 살펴볼 기회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직접 살펴보더라도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석굴은 어둡고 시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굴의 벽화들은 훼손이 심해 직접 보더라도 한눈에 내용을 알아보기엔 어렵다. 그래서 돈황의 벽화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보통 도록을 구입한다.

이번 전시회는 직접 돈황을 다녀왔지만, 석굴 벽화를 직접 보지 못했던 사람, 직접 봤지만, 자세히 보지 못했던 사람, 언제가는 돈황벽화를 가서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특히 돈황 막고굴 158굴 열반상이나 71굴 사유보살, 322굴 설법도, 막고굴 205굴 사방삼성을 비롯해 413굴 11면 관음도나 안서 유림굴의 제2굴 수월관음도, 3굴 천수천안관음상은 눈여겨볼만 하다. 또, 막고굴 445굴 체발도는 당나라 시기의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다.

동덕여대 서용 교수가 출품한 막고굴 61굴 약사변상도, 61굴 보은변상도는 아주 정밀하게 복원 모사된 작품이어서 실제 벽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원래 막고굴 벽화가 그려졌던 그대로 회반죽위에 안료로 채색을 한 프레스코 벽화다.

돈황 벽화는 조성시기별로 다양한 주제가 소재로 다루어진다. 북조시대에 조성된 벽화는 초기불교의 본생담이나 인연고사가 주로 다뤄지고, 당나라 시기에 조성된 벽화에서는 초기불교 소재가 줄어들고 대승불교의 소재인 변상도가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벽화의 소재와 도상으로 불교사상의 흐름들을 짚어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돈황은 우리와도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나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가 발견된 곳이 바로 이곳 돈황의 석굴이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사신을 묘사했을 것으로 보이는 조우관을 쓴 사신도나 인물화도 눈여겨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