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신불교운동의 주창자이자, 초대 인도 법무장관으로 인도헌법을 기초한 암베드카르 박사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델리에 문을 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암베드카르 박사의 생일(4월 14일) 하루전인 13일 델리 알리푸르가에 신축된 기념관을 찾아 개관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관을 앞둔 암베드카르 기념관은 암베드카르 박사가 법무장관으로 재임하던 1951년부터 입적한 1956년까지 머물렀던 건물 터에 세워졌다. 진달 제철(Jindal Steel)은 암베드카르가 사망한 이후 이곳의 부동산을 사들여 암베드카르의 흔적을 없앴다. 2003년에서야 정부가 부동산을 매입해 임시로 기념관을 운영해왔지만, 시설이 낡아 신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7월 공사를 시작해 21개월만에 준공하게 된 것이다.
암베드카르 기념관은 헌법을 상징하는 책을 본딴 외관에 아쇼카 석주와 산치대탑의 입구를 재현한 조형물로 장식됐다. 총 7,374 평방미터 부지에 세워진 기념관은 테마가 있는 정원과 전시실로 꾸며졌다. 정원에는 산치대탑의 아치를 모티브로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구석에는 보살의 범종이 봉안돼 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리수 나무와 봉발형 석탑도 조성됐다.
입구를 들어서면 암베드카르 박사 동상이 서있다. 짙은 파란색 양복을 입은 암베드카르 박사가 로봇으로 재현돼 연설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 옆으로는 암베드카르 박사의 인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각종 유물도 전시되어 있다.
또, 복도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간다라 양식으로 조각된 2.5미터 크기의 불상도 봉안돼 있다.
델리 암베드카르 기념관은 지난 12월 뉴델리에 조성된 암베드카르 인터내셔널센터에 이어 잇따라 준공된 것이다.
최근 인도 정부가 암베드카르 기념관을 잇따라 개관하고 있는 것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이 모두 달릿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달릿 출신인 이들은 암베드카르 박사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보수정당인 인도인민당(BJP : 카스트제도를 인정하는 우익정당)이 집권하면서 달릿에 대한 차별과 폭행사건이 잇따르면서 달릿 사회가 신분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격렬히 벌이자 이들을 달래기 위한 화해의 제스처이기도 하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인도 헌법을 초안한 법률가이자, 달릿(불가촉천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위해 앞장섰던 인권운동가, 암베드카르.
300만명의 달릿을 이끌고 불교에 귀의했던 신불교운동을 주창했던 암베드카르 박사의 뜻은 시간이 지날 수록 또렷이 인도사회를 관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