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HB' 라는 노래가 있다. 1972년 발매된 록시 뮤직의 'Roxy Music'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내가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서였다. 듣고 첫 귀에 반하여(?) 한동안 이 노래만 듣고 다녔었다. 그런데 열심히 노래를 듣고 다니던 어느 날 의문이 생겼다. 제목이 무슨 뜻이지...? 설마 연필심에 관한 노래인가...? 하고 부랴부랴 찾아봤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To Humphrey Bogart, 줄여서 2HB 였던 것이다. 험프리 보가트..? 내가 아는 험프리 보가트...? 하면서 노래를 다시 들어봤는데 정말 그 험프리 보가트가 맞았다. 맨날 가사 제대로 안듣고 옹야옹야 흥얼거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보니 가사에 대놓고 Here's looking at you, kid 가 있었다. 이걸 이제야 알아채다니 정말 빠가가 멀리 있는게 아니구나 새삼 생각했다.
‘Here's looking at you, kid’, 직역하면 얘야 내가 널 보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선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진, 영화 카사블랑카의 (내 기준) 최고 명대사이다.
제목은 카사블랑카이나 단 한 장면도 카사블랑카에서 촬영하지 않은 할리웃 파워의 영화 카사블랑카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출연한 1942년 로맨스 영화이다. 당시 카사블랑카는 스파이, 배신자, 나치, 레지스탕스가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주인공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은 핫플의 핫플 ‘Rick's cafe american' 이라는 술집을 운영 중이다. 릭 블레인은 험프리 보가트의 중후한 껍데기와 멋짐, 캐릭터의 매력적인 면들이 합쳐져 오늘날 로맨스물 남주는 저리가라 하는 존멋 캐릭터로 탄생하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멋짐이란 것이 폭발하여 마음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큰 뜻이 있으므로 나는 숭고하게 너를 떠나보내겠어! 의 기운을 뿜으며 안개가 넘실대는(실제 모로코는 안개가 잘 끼지 않음에도 마분지로 만든 세트를 가리기 위해 화면에선 이것이 배경인지 안개인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안개로 범벅되어있다) 공항에서 그윽하게 헬기를 쳐다보는데 너무 멋있다. 중절모에 코트 깃 딱 세우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위에서 구구절절 말한대로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는 멋있다. 하지만... 멋있긴 한데 나는 왜인지 릭보다는 르노 서장을 더 좋아한다. 짜증나는 얌체 같다가 마지막에 한 방을 터뜨리는 그 모습... 진정한 로맨티스트는 르노였던 것이다.
사실 카사블랑카 얘기를 하다보니 길어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험프리 보가트는 카사블랑카 보다는 말타의 매에 나온 험프리 보가트이다. 히얼스 루낑 앳 츄 키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카사블랑카에 대해 써버렸다. 물론 카사블랑카도 명작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말타의 매와 샘 스페이스의 멋짐에 대하여 쓸 것이다.
nice post, steem 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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