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안 좋은 버릇이 많은 사람인데 그 중 하나는 물건을 못 버리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 바로 나... 물건을 못 버리는 건 물론 중고로 팔지도 못하고 그냥 껴안고 산다. 덕분에 내 방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하여 엄마의 눈총을 받고 있다.
내가 물건을 못 버리는 이유는 그것이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 그리고 물건에 깃들어 있을 나의 추억, 마지막으로 버려질 물건이 슬퍼할까봐... 이다. 마지막 것은 창피해서 말은 안하고 다니는데 사실 저 셋 중 가장 강력한 이유이다. 어렸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진 건데도 여전하다. 어려서는 정말 심했다. 고장난 전자사전을 버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전자사전을 껴안고 오열한 적도 있고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무리 비웃어도 나는 꿋꿋하게 믿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년전 픽사와 디즈니가 나에게 그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손을 내밀어줬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토이스토리 시리즈이다...
사실 시리즈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기보다는 좋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왜냐면 시리즈물에 한번 사로잡히면 걷잡을 수 없이 인생이 망하는 것 같아서... 일례로 반지의 제왕-호빗 시리즈는 나를 삶을 파괴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마성의 톨킨... 이 얘기가 왜 나왔지... 아 그래서 시리즈물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토이스토리가 시리즈라는 사실을 말하려고 이렇게 멀리 돌아왔다... 그렇다. 토이스토리는 시리즈물이다. 외전을 제외하고 3편이 나와 있다. 보통 많은 시리즈물들이 속편으로 갈수록 기대에 못 미치는데 얘는 갈수록 좋다... 누가 애니메이션을 무시하는가! 다시는 애니메이션을 무시하지 말라...!
물론 1편도 좋고 2편도 좋은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3편... 3편이다. 3편이 짱이다. 이렇게 완벽하고 깔끔하고 감동적인 엔딩이 있을 수 있다니 어흑흑... 흑흑... 사실 너무 완벽하게 끝나서 다음 편이 안 나오길 바랐는데 나온단다. 힘없는 덕후는 그냥 주는 대로 받아먹어야지 뭐 다른 수가 있나... 픽사-디즈니를 믿는 수밖에...
1-2-3편이 시간 순으로 흐르기 때문에 당연히 앤디가 쑥쑥 자라난다. 캠프 가던 초딩이 대학에 가다니... 1편부터 정주행 하다보면 괜히 내가 앤디 키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저런 장난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충직하여 나밖에 모르고 수동적 이별만 가능한 그런 존재들... 내가 앤디였다면 꾸역꾸역 기숙사에 가져갔을텐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앤디의 성장은 물 건너 가는 거겠지... 장난감들은 앤디의 품을 떠나야 장난감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 거겠지... 착한 보니네 가서 참 다행이다... 버려지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해라...
저희집에는 47년째 전해져 내려오는 곰인형이 있습니다. 현재는 형이 물려받아서 조카가 가지고 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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