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중앙선 전철은 늘 산객과 잔차족으로 붐비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토요일(4/11)에 승차한 중앙선 전철은 휑했습니다.
위 사진은 오전 10시경 팔당 방면으로 향하는 전철 안 풍경입니다.
요즘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감이 날 정도였죠.
두어달 서울둘레길에 꽂혀 한동안 못찾았던 근교산이 궁금했습니다.
산벗 셋이 잠시 서울둘레길을 벗어나 외도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입을 맞춘 곳이 팔당역 인근 예봉산이었습니다.
강남에서, 강서에서, 강북에서 달려온 셋은
약속한 11시에 팔당역 마당에서 만났습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예봉산 주등산로는 역사를 등지고
왼쪽 방향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 날은 역사를 등지고 오른쪽으로 걸음을 뗐습니다.
"때가 때인만큼, 사람 덜 마주치게 주등로를 피해
여분데기로 오르자"는 동료의 제안을 따랐습니다.
(‘여분데기’란 경상도 사투리로 ‘옆자락’ 쯤...)
예봉산 서쪽 능선을 따라 철문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습니다.
산객을 거의 만날 수 없는 코스라 시의적절한 선택이었죠. ㅎ
역광장 예봉산 안내판에는 표시가 안된 코스라
초행이신 분들은 산들머리 찾기 위해 조금의 눈썰미가 요구되지요.
초입 담벼락 밑에 누군가가 안내 팻말을 세워 놓았더군요
그러나 산길로 접어들면 철문봉까지 능선따라 쭈욱~
진행하면 됩니다. 된비알 구간이라 체력소모가 큽니다.
뻔질나게 오르내린 곳인데도 건너보이는 풍경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렇듯 같은 산이어도 코스에 따라 늘 새로움을 선사합니다.
낯익은 한강이나 하남 도심도 視角이 바뀌니 새로운 모습이네요.
평소 즐겨찾는 하남 검단산도 팔당대교 너머에서 손짓합니다.
'애먼 곳만 돌아댕기지 말고 한번쯤 들러주소' 라고요.
다산 정약용 3형제의 숨결이 스민 철문봉(630m)에 닿았습니다.
예봉산과 적갑산을 이어주는 봉우리이죠.
이 봉우리 아래 조안면에는 정약용의 생가와 그의 묘소가 있습니다.
다산 형제들은 집 뒤 능선을 따라 이 봉우리까지 올라와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 하여 喆文峰이라 부릅니다.
봉우리에는 철문봉 안내판과 천마지맥 누리길 안내판이
사회적 거리두기 마냥 뚝 떨어져 마주보고 서 있네요.
패러글라이더들에겐 적당히 '바람불어 좋은 날'입니다.
날개 활짝 펴고 하늘을 수놓습니다.
요근래 이곳 활공장까지 임도가 새로 생겼더군요.
패러글라이더를 위해 산허리를 벌겋게 파헤쳐 길을 낸 걸까요?
산불방재를 위해 조성한 길이라 믿고 싶습니다.
새재고개 안부에서부터 20kg 남짓하는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낑낑대며 메고 오르는 모습은 이제는 볼 수가 없겠군요.
하여, 이곳 활공장은 더욱 북적일 것 같습니다.
다산 능선을 따라 새재고개로 진행하다가 보면
왼편에 돌무더기 같은 봉우리를 만납니다. 적갑산(561m)이죠.
앞사람 신발 뒷굽만 보고 걷다간 놓치기 십상인 봉우리입니다.
새재고개에 이르러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임도를 따라
도곡리 마을버스 정거장을 거쳐 도심역까지~
산길, 들길, 마을길을 타박타박 10.4km 걸었습니다.
평소 북적거리던 산아래 음식점들이었는데,, 썰렁합니다.
너른 음식점 안에 손님이라곤 달랑 우리 셋뿐,,,
어서 빨리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오길 소원합니다.
팔당역>예봉산>철문봉>적갑산>새재고개>도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