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을 뛰어넘으며 달리는 경기를
'허들 경주'라 하던가.
생뚱맞게 갑자기 무슨 '허들' 타령이냐고?
최근 찾은 산에서 원치않은 허들을 경험했기 때문~
등산로에서의 허들은 트렉에서처럼
일정한 모양과 간격이 아니다.
부지불식 간 높낮이를 달리하며 불쑥불쑥 나타난다.
지난 주말 강화도 혈구산과 퇴모산을 이어 걸었다.
근래 주말산행은 코로나 여파로 번잡한 산을 피해
가급적 발길 뜸한 곳을 찾아 걷는 편이다.
서울의 서쪽, 염창동에서 3000번 버스를 타니
강화터미널까지 1시간 30분 남짓.
강화터미널에서 고비고개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할 참이었는데 막 떠나버렸다.
다음 버스는 40분 후에 있단다. 하여 택시로,
시간은 10여분, 요금은 8,500원.
고비고개에 내렸다.
혈구산과 고려산을 가로지르는 고갯길이며
강화도를 동서로 잇는 길목이기도 하다.
산들머리를 세워진 등산안내판에서 코스를 확인했다.
고비고개에서 혈구산과 퇴모산을 거쳐 외포리로
내려서는 1코스(8km)를 머릿속에 새겼다.
바람이 차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다.
신발끈 당겨매고, 스틱길이 조절하고
산길로 들어섰다. 솔가리가 수북하다.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다.
응달진 비탈길은 그제 내린 비에 흙이 얼어붙어
미끄럽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어
산색이 을씨년스럽다.
잎 떨궈 앙상해진 숲은 어느새 동면 모드로
전환되어 있었다.
능선에 이르자, 사방으로 시야가 트였다.
해풍에 실린 갯내음도 코끝을 건드린다.
섬산 특유의 정취다.
혈구산 정상이 저만치 모습을 드러냈다.
고딕체로 '穴口山'이라 음각된 정상표시석과
삼각점이 박혀 있는 혈구산 정상에 섰다.
고비고개서부터 여기까지 3개 봉우리를 지나왔다.
여기 네번째 봉우리가 바로 혈구산 정상이다.
혈구산은 강화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또한
한반도의 중심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백두산 정상까지 499km,
한라산 정상까지 486km라고
정상석 뒷면에 적혀 있다.
북 방향 가까이에 고려산이, 동쪽으로 문수산,
서쪽으로 석모도 해명산, 남쪽으로 마니산이
시야에 잡힌다.
남서쪽 퇴모산 방향으로 난 목계단으로 내려섰다.
이번 구간에서 유일하게 만난 목계단이다.
목계단은 오래되어 잡초가 써금써금한 틈새를
비집고 자랄 만큼 낡았다.
게다가 발판이 좁아 온전히 딛기가 거북스럽다.
등산로 관리에 대한 해당 지자체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건 예고편에 불과하다.
퇴모산을 지나 외포리로, 산을 벗어날 때까지
지자체의 등로 관리에 대한 무관심의 극치다.
거리 표시가 엉망이거나 '퇴미산'으로
오기된 이정표는 애교다.
지난 8월말에서 9월초에 휩쓸고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흔적이 여지껏 곳곳에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어 하는 말이다.
맥없이 부러지고 뽑혀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산길을 가로질러 길게 드러누워 있다.
엎드려 기어서 통과하고, 나무를 타고 넘기도 하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검불을 헤치며 우회했다.
홀로 산속에서 '허들'을 통과하느라 진땀 빼다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강화 군민들의 안전산행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1도 없던가, 아니면 군민들의 마음이
한량없이 넓던가, 둘 중 하나다.
서울 사는 객이 감놔라 배놔라 할 처지는 아니나
산 좋아하는 입장에서 쓴소리 한번 날려 보는 거다.
외포리 방향으로 난 숲길을 쉼없이 걸어
첫번째 임도와 맞닥뜨렸다.
건너편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눈에 띄었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으로 이어진 산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숲길을 500여미터나 걸었을까,
또다시 임도다. 건너편 산자락을 살폈으나
이번엔 산행리본 표식은 없다.
산길이 분명치 않은 산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송전탑 공사하느라 산자락을 파헤쳐 놓은 지점에서
희미하게나마 이어지던 길이 사라져 버렸다.
되돌아 산비탈을 타고 올랐다.
실눈을 뜨고서 낙엽을 밟고 지나갔을
선행자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렇게 힘겹게 산속을 벗어나 외포1리에 닿았다.
40분이나 군내버스를 기다려 강화터미널로,
터미널에서 막 출발하려는 3000번 광역버스에
몸 던져 골인~ 서울로,,,
정성스럽고 흥미진진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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