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0명 중 여성은 단 2명? 심각한 대학 캠퍼스의 성비 불균형

in kr •  7 years ago  (edited)

지난 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가 72년 역사 상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 교수를 뽑는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2009년 조교수로 중국인 여성 교수 1명을 채용했을 뿐, 개교 이래 그동안 한국인 여성 교수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알려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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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교수가 없는 것은 비단 서울대 경제학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겨레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 경제학과 전임교원 총 102명 중에 여성 교수는 단 2명 뿐이라고 합니다. 국내 대학을 통틀어서 '경제'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학과 164개 전임교원 1057명 중에서도 여성은 74명으로 7%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뉴스는 한국의 대학 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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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자료를 통해 전국의 4년제 종합대학 전임교원 중 여성이 몇 명이나 되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또, 직급에 따라서 구성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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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전국 대학 전임교원 중 여성의 비율은 22.9%입니다. 전체 대학생 205만 명 중 중 여성은 84만명(41%)입니다.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여성이지만, 교수들의 경우 10명 중 2명만 여성인 상황입니다. 특히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이끌어가야 할 국공립대의 경우 여성 교수의 비율이 14.9%에 불과한 실정이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고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또, 전국의 대학총장 174명 중 여성 총장은 15명에 불과하며, 국공립대의 경우 여성총장이 아예 전무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임교원 중에서도 직급에 따라 성비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조교수의 여성 비율이 35.2%를 차지하지만, 부교수로 올라가면 25.4%, 교수에 이르러서는 15.3%에 그칩니다. 국공립대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성비 불균형이 성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여성의 대학 진학률과 학위 취득률이 남성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데이터를 더 찾아봤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3년에 발간한 이슈 브리프에 따르면 2012년 8월과 2013년 2월에 배출된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의 34.6%가 여성입니다. 직장을 병행하지 않고 학업에 전념하는 경우, 보통 30.8세에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35.9세에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보통 신임 교수로 임용되는 평균 나이가 40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박사 학위를 받고 4~5년 후쯤 교수에 임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수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에 임용된 신임교수 중 여성 교수는 42명으로, 24%에 불과합니다. 시기 상 2013년 이슈 브리프에서 분석한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 2017년 하반기 임용 시장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은데, 박사 학위 취득자 비율에 비해서 여성이 교수로 임용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학위 취득률이 남성보다 낮기 때문에 교수로 임용되는 여성의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 만은 아니라는 뜻이죠.

다행히, 2010년 이후의 추세를 보았을 때 대학의 여성 교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긴 합니다. 여성 교수가 전무했던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여성 교수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캠퍼스 내 성비불균형 문제에 대한 변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멉니다. 적어도 교수의 성비가 학생의 성비만큼이라도 맞춰져야, 대학 캠퍼스의 남성 중심적 구조가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금녀의 학부' 같은 수식어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여성에게도 열려 있는 대학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2018년 5월 15일 정보공개센터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수정하여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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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를 포함했는데도 저런 값이겠죠..? 참 갈 길이 멉니다..

여대를 제외한 통계가 있으면 재밌겠는데 따로 나와있지는 않네요ㅜㅜ 한 가지 특기할 것 중 하나는, 전국 교대들의 통계를 살펴보면 학생들의 경우 2:1 비율로 여성 학생이 많다고 하는데, 전임 교원 비율은 오히려 3:1로 남성 교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압도적으로 여성 학생이 많은 대학에서도 교수들은 남성들이 대다수인 셈이죠 ㅠㅠ

대학뿐만 아니라 공기업, 사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죠. 앞으로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유리천장 없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합니다!

전에 제가 대학생일때보다 점점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수는 당연히 남자가.. 라는 생각이... 정부에서 교원 여성비율.. 등을 대학 평가에 넣기 시작하면서부터 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옙 그런데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대가 여성교수 비율이 훨씬 낫다는게 참 아이러니한 듯 합니다ㅜㅜ

좋은글 잘봤습니다!
보팅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종종 들려주셔요~

아무래도 여성이 학위를 취득하는데 중간중간 고비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해용 ㅠ.ㅠ 스트레이트로 박사학위까지 하면 30살인데 포닥에서 교수까지 되는 그 과정 중간에 결혼, 출산, 육아 문제도 있을 것 같구요 ㅎ.ㅎ 저 학위받으면서 보니깐 대부분 여자박사님들은 육아때문에 학업 병행하는 걸 힘들어하시더라구요 ㅠㅠ

동감합니다...

결국 기대값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부가 모두 대학원생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중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학업에 더 집중하거나 대학원 일에 나서고 낮은 쪽이 육아를 전담할 가능성이 높겠죠?

개교 이래 단!! 한명!! 도 없었다는게 충격적이군요.

이런 의외의 사실로 더 이상 충격 받을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ㅠ

kr-feminism 태그 타고 들어왔습니다.
여대 다니는 학생인데 참...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