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노트] 가상화폐의 실체에 대하여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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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상화폐의 실체는 없다?
어제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던 중 가상화폐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는 이제 50대 후반에 접어드시는 분으로 컴퓨터는 켜고 끌 줄만 아시는 정도다. 사실 가상화폐를 이해하지 못하실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아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를 이야기 한 적이 없었는데, 어머니 입에서 먼저 가상화폐 이야기가 나오니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머니와 이야기하면서 블록체인, 비트코인을 처음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은 가상화폐의 실체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가상화폐는 무에서 시작하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치있는 돈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셨다. 결국 없는 것인데 나중에 다시 없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유시민 작가와 비슷한 의견을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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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상화폐는 데이터 형태의 화폐이다
달러나 원화는 종이 형태의 화폐이고, 동전이나 금, 은은 금속 형태의 화폐이다. 선사 시대에는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쓰였고, 농경 시대에서는 곡물이나 가축 등 실물이 직접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화폐사를 보면 시대별, 국가별,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나타났다.

가상화폐는 데이터 형태의 화폐이다. 꼭 가상화폐가 아니라도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직접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건네주던 방식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인터넷뱅킹등에 익숙해졌다. 교환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상품으로 인식하고 사고 파는데 있어 자연스럽다. 멜론에서 스트리밍 이용권을 구매한다거나 롤에서 스킨을 구매하는 등, 현금 거래에서 더 나아간 데이터 형태의 교환과 데이터의 상품 가치 인식은 이미 실생활에 널리 정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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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폐의 실체는 형태가 아닌 가치다
여기 달러, 원화, 신세계상품권, 어린이은행권 네 가지 화폐가 있다. 이것들은 모두 종이로 만들어진 화폐라는 점에서 같지만 그 가치는 천차만별로 다르다. 그리고 그 가치는 구성원에 의해 부여된다. 한국 상점에서 달러를 받거나 외국 상점에서 원화를 받는 곳은 거의 없다. 신세계상품권을 현대백화점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소꿉놀이하는 어린이들에게 5만원 짜리를 내밀어봐도 같이 놀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화폐의 본질은 외형이 아닌, 그 사회의 구성원이 합의하여 화폐에 부여한 가치이다. 외형은 단지 매개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를 실체가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가상화폐의 가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에 의해 부여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비트코인의 등장부터 9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점점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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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한 화폐
모르는 사람이 "당신께 5만원을 보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믿을 수 있는가? 은행에서 "5만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라는 문자를 받고서야 저 사람이 나한테 5만원을 보냈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 데이터의 위변조 가능성 때문에 우리는 공인된 중앙기관이 신뢰를 보장하고서야 그것이 참이라고 믿는다. 다른 한계는 중앙에 의존하는 데이터화폐인 게임머니나 도토리의 형태로 나타났던 사이버머니들은 그 가치가 온전히 회사에 의해 부여되었고, 서비스가 종료되면 그 가치는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리고 그 가치의 등락 역시 회사의 불투명한 통제에 의존하였다. 그렇다면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 그리고 중앙에 의한 불투명한 통제 이 두가지를 해결하면 데이터 역시 온전한 화폐의 형태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5. 맺으며
사실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단번에 논리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상화폐가 이런 개념이다를 설명드렸고 이해하신 듯 하다. 그동안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얻은 정보들은 구글링해서 얻은 파편화된 지식이 전부여서 개념을 타인에게 납득이 가도록 설명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나의 이해를 위한 정리라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글이지만 혹시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다른 사람들에게 약간의 참고나마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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