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구글에서 블록체인을 검색하다가 스마트 스피커 ‘볼라레오(Volareo)’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요 며칠 간의 공상 주제였던 ‘블록체인의 실생활 적용 사례’로 인용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음악은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는 영역의 하나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소비되고 있고, 그 음악을 만들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주체들에 대해 크고 작은 팬덤이 존재하며, 이와 관련된 굿즈 등 파생상품 시장만 해도 상당한 규모를 갖고 있죠. 다양한 앱을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정기 구독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 삶에서 이만한 보편성을 갖춘 시장이라면… 영화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 개인취향과 사심을 담아 게임도 슬며시 끼워넣어볼까 했지만… 네, 이미 끼워넣었군요.
볼라레오는 음악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는 사례입니다. 음원 유통사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음악 시장과 달리,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별개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건데요. 여기에 자신들이 개발 중인 스마트 스피커를 연동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 스피커는 다른 말로 AI 스피커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카카오미니나 클로버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AI 스피커’를 일상에서 만나고 있죠. 음성 인식을 통해 각종 생활정보를 제공하거나 음악을 재생해 주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기기 자체의 차이를 꼽자면, 볼라레오 스마트 스피커는 일상 전반에 걸쳐 있는 기존 AI 스피커와 달리 ‘음악 분야’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음성 명령을 통해 스트리밍, 콘서트 티켓팅, 음원 판매 등을 할 수 있다는 게 설립자인 닉(Nick NM Yap)의 설명입니다.
기존 스트리밍 앱들처럼 아티스트 이름, 곡 제목, 가사 등으로 음악 검색도 할 수 있고, 특이한 부분은 ‘thanks to’를 이용한 검색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개념이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아마 기획사 등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제작자들의 콘텐츠를 고려한 옵션이 아닐까 싶네요.
볼라레오는 뮤지코인(Musicoin)을 비롯해 Emanate, Choon, Soundeon과 같은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각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토큰을 사용해 제작자와 소비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모델이죠. 물론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같은 토큰을 취급하거나, 아니면 나름의 합의가 된 상태여야하겠지만요.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정당한’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원문에서는 ‘ensure peace of mind for consumers’라고 돼 있는데… ‘지불한 돈이 제3자가 아닌 콘텐츠 생산자 본인에게 간다’는 측면에서 그리 표현한 듯합니다. 사실 미들맨에게 가는 몫이 사라진다면 콘텐츠 이용료가 더 저렴해지는 것도 기대해볼 만하니, 그건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이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 영상은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돈 탭스코트(Don Tapscott)의 2016년 TED 강연 영상인데요. 15분 50초 즈음부터 보시면 블록체인을 통해 콘텐츠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언급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볼라레오가 지향하는 생태계의 핵심과 어느 정도 통하지 않나 생각해 가져와봤습니다.
볼라레오가 내세운 목표는 몇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는데요.
- 블록체인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일상에서 크립토커런시를 활용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는 것
- 음악 산업에 기술적 측면으로 접근함으로써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제작자를 보다 편리하게 후원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과의 튼튼한 연대를 구축하는 것
입니다. 그럴듯한 말로 만들려다 보니 다소 거창해진 느낌인데, 좀 더 쉽게 말해
- 블록체인에서 코인/토큰으로 음악 거래 가능
- ‘중개/유통 이익 < 당사자 이익’ 보장
- 뭐? 네 취향이 마이너하다고? That's No Problem!’
이라는 겁니다.
자체 토큰을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순환 모델은 지난 12월 왓챠(WATCHA)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콘텐츠 프로토콜(Contents Protocol)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데요. 볼라레오는 여기에서 한 숟갈 더 얹어서 “현행 통화로 교환하는 것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은 약간 갸우뚱하게 되는데요. 예전 스팀달러가 그랬던 것처럼 거래소를 통해 사고팔 수 있게 되는 모델이라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고 딱히 희망적이지도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식으로 해서 하나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커지면, 그 안에서 통용되는 토큰의 가치가 높아져 현행 통화를 이용해 사고자 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는 모델이라면 기대를 걸어볼만 하겠네요.
▲ 저 자신이 게임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불현듯 이런 모양새가 떠오르는군요.
음… 그밖에 또… 음성 인식은 현재 영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프랑스어가 가능하고, 향후 지원 언어는 차츰 늘려갈 예정이라고 하고요. 사용자 인증과 플랫폼 접속은 목소리나 생체 인식 등의 방식을 도입한다고 합니다. 사업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홍콩 소재의 액셀러레이터 Zeroth.ai가 볼라레오에 탑재된 AI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내용도 챙겨둘만 하겠네요. 모든 내용을 다 옮길 수는 없어 원문 링크를 첨부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사실 스마트 스피커 자체가 시장에서 반응이 그리 폭발적인 상품은 아니지 않나…” 하는 겁니다. (아니 글쎄 인터넷+TV를 신청했는데 AI 스피커를 그냥 놔주고 가더라니까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볼라레오의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이들이 지향하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 잘 와 닿지 않는다고 할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실생활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일상에서의 변화와 그로 인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 혹은 편리함.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에서 이 내용이 반드시 언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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