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스토니아 전자주민증(Estonian E-residency)을 신청했다가 좌절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전자시민권’이라고 번역하시던데 저는 ‘전자주민증’이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E-residency 는 에스토니아 라는 국가에 대한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민권이라고 하면 대부분 참정권(선거권/피선거권)이 동반되는데 그런 것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영주권이라고 하면 제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거주할 권리를 동반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참정권도, 물리적으로 거주할 권리도 보장하지 않기 그렇기 대문에 시민권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여기 까지 읽은 분들은 에스토니아의 전자주민증은 뭐가 좋은가? 라는 궁금증을 가질 거 같네요. 에스토니아 전자주민증 신청 웹페이지에는 이 주민증의 장점으로 세 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s://e-resident.gov.ee/)

1) 온라인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다 Establish a company online
2) 원격으로 경영할 수 있다 Manage remotely
_3)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사업할 수 있다 Achieve location independence _

요약하자면, 에스토니아라고 하는 EU국가에서 적법하게, 그리고 복잡한 서류 절차없이 간단하게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주는 것입니다.

뭐 사업하려고 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관심을 많이 가질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는 에스토니아의 전자주민증은 전 세계최초로 시행되니까 뭔가 특이 하니까 갖고 싶을 수도 있겠지요.

영국 같은 경우는 브렉시트 이후에 EU내에서 사업하려는 창업가들이 이 전자주민증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두 가지 이유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결제 모듈 특히 페이팔과 같은 전자지갑 결제 모듈을 웹앱에 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 페이팔이 한국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들간에는 결제를 막습니다. (2018년 2월 기준)
^6DBDE50B8566948A21D8DB3D93EF70EC5780D63464FE07E761^pimgpsh_fullsize_distr.png

왜 이런 규정이 생겼을까요? 돈세탁을 막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개인간의 송금/거래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기존의 결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건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 사업의 고객 대상이 외국인/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기에 반드시 저에게는 편리한 결제 모듈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요즘 뜨는 Stripe라는 결제 모듈도 생각해보았는데 이것도 아직 한국에서 지원이 안되고있습니다. 물론 에스토니아도 2018년 2월 현재 Stripe 의 지원 국가는 아니지만 어쩐지 한국보다는 더 일찍 지원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신청했습니다.

글고 뭔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전자 주민증을 받을 수 있다니 이것도 재밌겠다’라는 생각도 있어서 신청하였죠.

세금 혜택 때문에 옮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에스토니아의 세금은 그다지 가볍지 않다고 합니다. 만일 조세도피처가 필요하시다면 파나마로 가시는 것으로…..-_-

저는 사업등록은 한국에서 하고 세금은 한국에 낼 것이라서 그 부분은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페이팔 주소지만 우선 에스토니아로 해 놓구요. 향후에 사업의 진행을 봐서 필요하면 옮길수도 있겠죠? ^^

그럼 여기까지 읽고 전자주민증을 신청하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https://apply.gov.ee/로 가시면 됩니다. ^^.

저는 처음에 잘 몰라서 그냥 주소나 이름만 넣으면 되는 줄 알고 들어갔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빡세지도 않지만 , 그렇다고 입력할 게 적은 것도 아니죠.
특히 이 전자주민증을 신청하는 데는 100유로가 드는데 (카드 수수료 포함해서 101.99 유로) 근데 만일 서류가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신청을 거절하고 100유로는 환불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100유로를 아끼려면 제대로 신청해야 겠지요…

일단 아래와 같은 사항을 점검하고 도전하세요

이름, 주소 등은 당연히 영어로 알고 있겠지요?

신분증은 여권으로 제출합니다. 여권이 없는 분들은 여권을 우선 만드세요

여권용 증명사진도 제출해야 합니다 . 미리미리 찍어놓고 스캔해 두세요. 전자주민증에 들어가니까 이쁘게 찍으세요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Linkedin 이나 facebook 등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Linkedin 은 따로 올리는 곳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즈니스를 위해서 등록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겠죠?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등도 올릴 수 있습니다. 신분 증명을 위해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지원동기’에 따라서 두세단락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주요 동기로는

Location independent international business(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국제 비즈니스를 위해)

Bringing business to Estonia (에스토니아로 사업을 이전하기 위해)

Using the technology of secure authentication (보안 인증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Fan of e-Residency (전자주민증의 팬이기 때문에)

Promoting the development of Estonian economy (에스토니아 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Promoting the development of Estonian science, education or culture (에스토니아 과학, 교육, 문화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Other(기타 이유)

가 있습니다.

이 중에 무엇을 택하던 간에 지원 동기에 대해서 2-3 단락으로 써서 제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첫 번째인 Location independent international business를 선택하면
‘Please elaborate in a couple of paragraphs how you are planning to establish location independent business and how you will use the e-resident and digi-ID card’ (어떻게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기업을 설립할지 그리고 어떻게 전자주민증과 전자신분증 카드를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두세단락으로 설명해주세요) 라고 설명이 뜹니다.
본인이 선택한 문제에 따라서 설명을 넣어야 하니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저는 처음에는 증명사진이 없어서, 두 번째는 증명사진이 오류가 나서, 세 번 째는 지원동기가 생각이 안나서 네 번째는 등록하다가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해서 등등 하다가 결국에는 다섯 번 시도 끝에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가…ㅠㅠ
제가 이 전자주민증을 신청할 때 컴퓨터 환경은 윈도우 + 파이어폭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원비 수수료 해서 101.99 유로를 결제할 때
신용카드로만 결제해야 하더군요 페이팔 알리페이 그런거 없음….
그래서 저는 신용카드 번호를 넣고 결제를 시도했는데 아뿔싸…
하나카드 결제창이 뜨더군요 …..
여기서 뭔가 안 좋은 기운을 느꼈는데…멈추기도 그래서 계속 진행했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대로,
결제모듈을 다운받아야 하는데 ‘안전한 설치를 위해서 파이어폭스를 종료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뜨고….
그리고 설치하고 다시 파폭이 자동으로 열려서 살았구나 했는데
추가 인증프로그램을 다운받다가 결국 망했습니다. 10분 넘게 기다려도 ‘처리 중입니다’ 라는 메세지만 ….ㅠㅠ

그래서 결국 입력했던 것이 다 날라갔어요 흑흑

서러운 하나카드 결제 모듈 ….
내가 전자 결제 때문에 전자주민증을 신청하다가 전자 결제 때문에 이런 피해를 볼 줄이야 ㅠㅠ

그래서 윈도우 익스플로러를 열어서 결국 다 했다는 소식입니다.
여러분들도 웬만하면 안전한 결제 환경에서 시도하세요.
안 그러면 저처럼 처음부터 다 다시 해야 하실수도 ㅠㅠㅠ 엉엉엉

오늘 다 했는데 심사에는 30일정도 소요된다고 해요.
만일 통과하면 다시 인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만일 제가 심사에서 통과해서 전자주민증을 받게 되면 지정된 장소에서 제가 직접 픽업을 해야 합니다. 저는 당연히 서울의 에스토니아 대사관에서 픽업 신청을 했고
픽업비용은 28,5 euro 가 추가로 듭니다. 하하하 다 돈이에요 돈….

두 줄 요약

신청 방법이 매우 빡세지는 않으나 준비할 것이 약간은 있다

한국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감안하여 안전하게 윈도우+익스플로러 조합에서 신청&결제하자.

그럼 실제 E-residency가 나오면 픽업하고 인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거절당함 어쩌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