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월 28일 ~ 2월5일
7일차
5시에 기상했다. 오늘도 여러 군데를 돌아야 했으므로 우리는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먼저 짐을 로비에 가져다 놓고 식사를 했다. 그리고 6시30분 폼페이를 향해 출발했다. 2시간여를 달려서 폼페이에 도착했다. 날씨는 아주 화창했다. 청명한 날씨는 겨울 같지 않고 따뜻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가이드의 안내를 직접 받으며 우리는 유적지 안으로 들어 갔다. 어제 본 포로 로마노 처럼 건물들의 형체가 남아 있는 유적지를 바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닌 실제로 그 안에 들어 간다고 하니 묘한 설레임이 느껴졌다. 개찰구를 통해서 들어가던 순간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고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나폴리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폼페이는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도시 전체가 화산재에 묻혀 1700여년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 후 1748년 발굴 되면서 잊혀진 도시가 하나 둘씩 세상에 드러 났지만 아직도 절반 정도 밖에 발굴 되지 않았고, 발굴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발굴된 만큼 문화재가 훼손도 될 수 있고, 후세에서도 발굴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시 폼페이의 인구가 2만명이나 될 만큼 번성한 도시로 로마 부유층의 피서지였고 무역이 성행했던 곳으로 뱃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곳이라 했다.
신전, 공공건물, 광장, 원형경기장, 상점과, 윤락가, 대중 목욕탕 등 광대한 규모의 유적이 남아 있었다. 당시 도로를 마차가 다니기 위해 바닥에 돌을 깔았고 인도와의 구분이 되게 시공할 만큼 선진화된 의식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집 한 채를 복원한 윤락가 내부를 들어 갔는데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벽에 그려진 성화로 의사를 소통했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대중 목욕탕도 발달했는데 자연 채광을 그대로 끌어 온 것부터 목욕을 하기 위해 인공 수로를 건설하여 펌프시설이 없던 그 시절에 오로지 고저차에 의해서 물을 급수했고, 배수 시설까지 갖추어졌다고 하니 그들의 건축술에 또 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화산이 덮친 그날의 끔찍함을 말해 주듯이 전시장안에는 그 당시 그들이 사용하던 그릇과 함께 최후를 맞이한 사람의 형체가 섬뜩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순식간에 덮치면서 미처 피하지도 못한 사람들은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화산재에 덮혀진 그들의 육신도 세월이 흐르면서 썩어 없어졌고, 이후 발굴자들에 의해서 육신이 사라진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그 당시 죽어간 사람들의 형태를 고스란히 복원해 놓을 수 가 있었단다.
과거의 번성했던 도시가 한 순간 화산재에 덮여 사라져 버렸다. 도시의 소멸… 자료에 의하면 화산이 일어나기 전부터 지진 같은 전조 현상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도 화산을 경험하지 못한 그들로써는 설마 설마 했으리라. 그리고 삶의 터전을 두고 가기에는 힘들었을 테고…
그날의 끔찍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로 보이는 베수비오산은 하얀 구름에 가려 정상을 볼 수 없었는데 아주 평화로이 이 폼페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다 보자 광활한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이 좋았다.
점심은 홍합이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였다. 가이드는 나폴리에 온 기념으로 나폴리 피자를 시켜 먹으라고 했다. 6유로를 추가하자 small size 한판이 나왔다. 솔직히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동네에서 먹던 피자가 더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하지만 나폴리 이름만으로도 우리를 유혹하기에는 충분했다.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30여분을 기다려 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내려갔다. 기차는 아주 낡았고 옛날 시골 여행할 때 탔던 비둘기호가 생각났다. 내부도 지저분 했지만 밖의 풍경은 아주 좋았다. 점점 바닷가쪽으로 기차가 내려가자 날씨는 더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오렌지밭을 스쳐 지나갔고 멀리 바다가 보이면서 절벽쪽으로 집들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우리는 작고 아담한 소렌토에 도착했다. 하지만 관광객들로 도로는 많이 붐비고 있었다. 도로의 상점들에는 값비싼 브랜드 상품들도 많았는데 요즘 관광객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것 많이 즐기고, 좋은 물건도 그만큼 많이 구입을 한다고 한다. 가이드는 우리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절벽으로 인도해서 소렌토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과거 척박한 바닷가 소렌토는 해적들에 의해서 약탈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절벽에 집을 짓고 살았다는 것이다. 평평하고 살기 좋은 곳을 버려 두고 거주하기 힘든 절벽에 살았을 그들을 생각하니 그들의 생이 얼마나 고단했겠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경치가 오늘날 빼어난 전경으로 관광 도시가 되었다니 아이러니컬 하지 않는가?
오디세이 전설에 의하면 소렌토에 살던 여신 시레나(인어)의 노래 소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항해 중에 많은 선원들이 넋을 잃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율리시즈는 그녀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선원 귀에 밀랍을 넣어 막고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어 노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어디선가 나폴리의 민요 ‘돌아오라 소렌토로’가 들리는 듯 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1시간 반 정도 자유 시간을 주었다. 골목으로 가면 시장이 나오고 맛있는 젤라또와 카푸치노, 그리고 사탕 등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눈 아래 보이는 바다는 파도 없이 잔잔했다. 나는 카프리섬 투어를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얘기했는데, 가이드는 바다가 저렇게 잔잔하게 보여도 실제로 투어 하는 바다는 파고가 여전히 세다는 것이었다. 하늘과 바다는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랳다. 가끔 살랑살랑 바람도 불어 왔다.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우리가족은 멋진 포즈를 취했다.
가이드가 말해준 골목으로 접어들자 작은 가게들이 많이 나왔다.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부터 사탕, 초콜릿을 파는 가게,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 선물코너 등등 우리를 유혹했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고 우리는 아이스크림부터 한입 베어 물면서 가게를 천천히 돌아 다녔다. 의외로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가 많았다. 가방에서부터 신발까지. 아내와 딸애는 여기도 예쁘다, 저기도 예쁘다를 연신 얘기하면서 가게를 구경했는데 결국 구입을 못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가죽제품을 못산 것에 대해서 두고두고 후회를 했다.
이윽고 우리는 집결장소에 모여서 인원 체크를 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폼페이로 돌아갔다. 날씨는 더 따뜻했고 열어 놓은 기차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 근처에서 소렌토 선택관광을 하지 않은 팀과 다시 만나서 최종 목적지 나폴리로 향했다. 이탈리아는 로마시대의 번영 이후 다른 민족들로부터 계속되는 침탈과 종교 전쟁등으로 침략의 각축장이 되었고, 교통의 요충지로 여러 다른 민족의 문화를 각 도시국가마다 다르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다 보니 이탈리아 반도를 어렵게 통일하지만 도시들 마다의 폐쇄성은 심하다고 했다. 특히 북부쪽은 공업과 상업의 발달로 경제적으로 번성하지만,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쪽은 농업에 기반을 두어 경제 차이가 더 심화 되어 남과 북의 불만은 더 증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폴리쪽에는 영화 “대부”에서 처럼 마약 등을 유통하는 마피아 조직 등 이 번성 하였고, 최근에는 난민들이 유입되어 나폴리는 점 점 더 경제적으로 궁핍 되고 치안도 불안해 관광도시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관광도 차로만 도로를 스쳐가고 도심 내부를 직접 돌아 다니는 일정은 없다고 했다. 나폴리항의 아름다움은 내부에서 볼 때 보여 주는게 아니라, 바다에서 볼 때 진정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세계3대 미항이라고 불리우는 나폴리의 명성이 그리워졌다.
나폴리를 주행하던 버스가 바닷가에 섰다. 차에서 내리자 따스한 바람이 훅 불어 왔다. 살랑살랑 불어 오는 바람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바다는 아주 파랗고 하늘은 뭉게구름이 정답게 피어 있었다. 그리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었다. 하루 빨리 나폴리가 옛 명성대로 아름답고 낭만이 가득한 도시가 되길 기원했다.
3시반경 나폴리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모든 여행은 끝이 났다. 모두들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과 이제 끝이라는 서운함이 교차 되어 아쉬움도 컸다. 대기실 한쪽에서 우리 일행들은 마지막으로 가방을 정리하여 수하물로 부칠 것과 기내에 함께 가지고 갈 것 등을 정리하며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했다.
이윽고 우리는 이스탄불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상공을 날자 그 동안 여행에서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그것은 어쩌면 찰나였다. 여행의 시작과 끝이 파노라마 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여행가기전 준비하는 동안의 그 설렘, 그리고 막상 파리에 도착 했을 때의 감동과 이후 여정에서 느꼈던 놀라움과 신기함, 감탄의 연속 등 일찍이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많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아쉬움…
그 동안 정들었던 일행들과의 이별도 못내 아쉬웠다. 일행들을 면면히 보면 이번 여행에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다들 있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을 축하하는 가족부터, 취업을 축하하는 친구, 모녀 사이, 그리고 우의를 다지기 위해서 온 자매 등 다양했다. 이제 꿈 같은 여행은 추억 속에 묻어 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즐거웠던 추억은 한동안 가슴속에 아련히 남을 것이다.
안녕, 모두들 … “끝”
@홍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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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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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모두들이라는 끝부분의 말이 너무 슬프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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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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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찬 하루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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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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