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위험천만한 드라이브끝에 도착한 숙소는
타잔아빠가 일주일을 빌린 아파트였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모양이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열 채의 단독주택이 같은 모습으로
한 울타리안에 2열로 나란히 들어서 있는 것이
사이좋은 친지가 살기에 딱 좋아 보이는
우리로 말하자면 타운하우스더라구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 구조입니다.
'집'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그 합리적인 구조가 감탄이 안될 수가 없습니다.
왜 우리의 아파트들은 한결같이 똑같은지..
그래서 요즘은 맞춤형 아파트가 인기라던가요?
첫째날, 그렇게 어설프게 들어선 남의 나라에서
문고리 하나에 밤을 맡기는 게 겁이나
밤새도록 모든 불을 켜 놓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답니다.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아, 새가 지저귀네요.
그래도 새소리는 같은가 봅니다.
돼지가 '오잉오잉'하듯이,
닭이 '꾸꾸두루두~'하듯 다르지 않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같은가 봅니다.
밤새 바람이 불고 사막같은 구름이 지나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은 맑습니다.
먼지하나 없이
쏟아지는 햇살까지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듯합니다.
멜번 시티로 나섰습니다.
우리의 어느 중소도시에 온 것 같은 작고 소박한 시내입니다.
학교가 많은 교육도시라 그런지
유난히 유학온 동양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어디서나 도시 시초가 되는 강이 있듯이
멜번의 시초는 야라강인가 봅니다.
한강의 1/5정도 되려나..
하긴, 한강만큼 큰 강을 낀 도시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하죠.
아무튼 야라강은 교교하고 멋스런 중세의 모습이었습니다.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배꼽시계에
마침 가까운 차이나 타운으로 갔습니다.
'Yumcha' 라는 중국 광동성식 식사를 주문했는데
돌아다니는 뷔페더군요.
손님은 테이블에 앉아 있고
웨이츄러스들이 몇가지 음식을
카트에 끌고 다니며 골라먹게 하는
아주 편안한 동양적인 뷔페였습니다.
재료를 알 수 없는 오묘한 맛으로
더이상 젓가락질을 어렵게 한 음식도 있었죠.
끝내 재료를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뭐 이상한 벌레나 식용으로 안보이던 동물들일까 싶어서요.
자그마한 보통 식당들의 입구엔
BYO 라고 쓰여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설마 BYC ;;; 인가 했었는데
그게 Bring Your Own drink 의 약자라는군요.
식당에 갈 때 술은 손님이 따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는.
자상도 하죠?
우리같으면 매상때문에 절대 반대, 결사 반대 할텐데 말예요.
가을이다 보니 그 빨갛던 해도 빨리 집니다.
게다가 오후 5시면 대형 할인마트까지 문을 닫는 정시 퇴근에
오후 6시만 되어도 도시는 벌써 한산해 집니다.
저렇게 빨리들 집에 들어가니 '안가정적'일 수가 없겠구나 싶죠.
휑한 거리가 서먹해서 숙소로 발을 돌리는 순간,
타잔아빠가 기막힌 야경을 선물하겠다 합니다.
야경을 보기엔 좀 이른 시간이지만
공간적으로 볼 때엔 영락없는 우리의 밤 12시입니다.
하이웨이에 올라 10여분을 달리니
정말 불꽃같은 야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단대농으로 가는 하이웨이에 연결된
웨스트 게이트 브릿지를 건너며 양쪽에 끝없이 펼쳐진 불꽃들.
별평선이라 해야 할까요?
별투성이 하늘이 그대로 땅에 내려 앉은 것 같습니다.
서울의 야경처럼 화려하지만은 않은,
겨우겨우 목숨만 연명하는 촛불같은 별들이 숨막히게 애잔한!
최대한 최저의 속도로 야경을 음미했음에도 아쉬움이 남아
타잔아빠의 기억에 남아있던
예전 리젠시호텔로 또다른 야경을 찾아 달려갔습니다.
호텔이라 해서 어디 멋진 커피숍이나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겠구나 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35층 화장실에서만이 최고의 야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덕분에 화장실은 전면 유리창으로 포장이 되어
관광코스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양입니다.
냄새는 좀 날지라도
그 냄새마저 무감각해 질 야경이라면
화장실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멜번은 별천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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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 호주를 여행할때가 생각나네요
여러도시를 떠돌아 다녔는데 멜번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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