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먼저 접한 사람들은 나를 처음 볼 때마다 놀란다. 훨씬 우울하고, 진지하고, 어려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허당에, 허둥지둥댄다고. 웃음기도 많고 애교도 은근 있어서 내 글에 녹아있는 우울함이 이내 발랄함으로 갈음된다. 이렇게 수수한 애가 어째 글은 그렇게 서늘하게 쓰냐는 물음에 나는, 멋쩍게 배시시, 웃는다.
내 글이 대부분 가라앉은 이유는 아마 내가 드러내지 않는 마음의 바닥을 적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평소에도 울고, 가슴 아파하고, 무기력하기만 하진 않다. 삶에게 지지 않으려 하고 시답잖은 공상도 하고 어설픈 실수도 잦다. 다만 순간순간 겪는 감정을 묵혀뒀다 후에야 글로 쓴다. 떠돌던 마음을 차분히 다독여 놓은 채 글은 다소 적적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겐 진정 필요한 피난처라 생각한다. 항상 슬플 수 없듯이 항상 웃을 수 없다. 활기도 나의 것, 눈물도 나의 것이다. 살아가면서 나는 아직 최대한 애써보려 노력 중이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글은 쉼을, 가라앉음을 선사한다. 간혹 읽는 이들에게 매번 숨이 턱턱 막히는 글을 보여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염치 불구하고 이내, 내 마음 밑바닥에 감춰둔 축축한 것들을 널어놓는다. 글마저 없으면 나는 언제 삶을 아파하겠는가.
그 모든 게 내 세상인 것을 내가, 어찌 버리겠는가.
2015.05.27 #쮼
응원합니다. 글은 또다른 마음의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항상 한 갈래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
글은 또 다른 마음의 건축이라니.. 한 갈래로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 좋네요 힘이 됩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