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이었다. 새벽 한시가 다 될 무렵. 아득히 멀리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였다. 잠든 지 얼마 안된 터라 억지로 눈을 떴다. 여전히 몽롱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바로 눈 앞에
검은 물체가 있었다. 방금 깨어난 통에 알아보지 못하던 찰나 그걸 붙잡으라는 단어가 들렸다. 한순간이었다. 엄마의 말을 이해하기 전에 몸이 움직였고 심하게 요동치는 검은 물체로 향했다. 물론 손 써보기 전에 그건 털썩 기울었다.
사람이었다. 건너편에 입원한 분인 듯했다. 바닥에 뒹구는 그 분을 놀라 일으키려는데 묵직한 환자복 위로 잔뜩 병든 낯이 있었다. 낑낑대며 그 분을 일으킬 동안 다행히 간호사들이 왔다. 모두가 놀랐지만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고 한 사람을 지탱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산소호스를 안 달고 간 게 화근인 모양이었다. 순간 산소 공급을 못 받아 떨리던 몸뚱이, 엉키는 언어 체계는 잔뜩 움츠린 채 떠다녔다. 그동안 한 간호사는 호스를, 또 하나는 바이탈을, 다른 하나는 환자를 맡았다.
순식간이었다. 만약 아무도 없었다면, 나서길 꺼려했다면, 머리부터 부딪혔다면 커졌을 난장판은 금새 수습됐다. 호스를 끼고 자리에 앉아 겨우 말을 되찾은 환자는 울먹이며, 잠시 화장실 다녀온 것 뿐이라고 했다. 간호사는 끝까지 무릎 꿇고 자리한 그대로, 자길 부르지 그랬냐고 말했다.
나는 그 장면이 왜 뭉클했는지 다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간호사는 환자가 간과했을 부분에 대해 다그치지 않았고, 자신이 그를 돕게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몸이 아픈 것도 화장실을 간 것도 결코,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에. 나는 정확하면서도 따듯한 일련의 상황을 보며 여전히 졸린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문득 편찮으실 때 넘어져 기절했던 아빠 생각도 났다. 그 작은 실수조차 허용치 않는 병마, 그걸 담아내지 못하는 육체, 그 장면에 하늘 무너지게 놀랐던 나와 그런 나보다 스스로에게 더 놀랐던 환자.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나약한 인간에게 주어진 순간은 귀중하며 급박하고, 지난하며 제맘대로인 것이었다.
이래저래 오늘도 병원의 새벽은 소란하고, 분주하다.
20160112 #쮼
2년 전에는 엄마가 입원한 병동 간이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이 글을 보니 다시 그 당시가 떠오른다. 침침한 눈을 뜨니
멀쩡한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순식간에 쓰러지던 광경이.
그때 간호사는 그 환자를 나무라지 않았고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말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마음 깊이 아리다.
아픔을 굳세게 이겨내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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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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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새벽의 좁디 좁은 간이 침대가 아련하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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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전 일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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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해줘요!...........................................
내 수호천사도 그렇게 속삭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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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간호사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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