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가슴이 한 짝이다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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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가슴이 한 짝 없다. 그래서 엄마들은 다 심장이 쿵쾅대는 자리에만 봉긋한 가슴이 나는 줄 알았다. 아마존에 사는 여자들처럼 엄마들은 다 가슴 한 짝 없이 씩씩한 여전사인 줄 알았다.

내 나이가 여물어 사춘기에 들 때쯤, 이상하게도 내 몸에서는 두 개의 가슴이 자라기 시작했다. 순간 겁이 났다. 난 엄마가 될 수 없는 걸까. 부엌일 할 때도, 시장에서 채소 팔 때도 우리 엄마는 가슴이 하난데. 나는 내가 엄마처럼 못 될까봐 무서웠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되고 그즈음 엄마의 가슴이 두 개였다는 사실을 들었다. 나를 생각하기 한참 전에 이미 멍울진 오른쪽 가슴을 도리며 엄마는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아이가 생겼는데 남편이 떠났다고 그랬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 가슴 한 짝만 가지고 버텼다 했다. 오히려 홀가분하니 옷 입기도 편하다고 엄마는 너스레를 떨었다.

가슴 하나 없다고 여자 아닌 거 아니고, 엄마 아닌 거 아니고, 내가 아닌 게 아니라고.

엄마는 오늘도 가슴이 한 짝이었다. 여전히 가난한 우리 집은 새벽에 엄마를 내몰아 밤에나 받아주었다. 시련은 불행의 잔상을 먹고 살았다.

그래도 이제 내 나이 갓 서른, 첫 월급봉투를 손에 들었다. 엄마는 그걸 건네받아 자기 오른쪽 가슴에 품었다. 울었다. 왼쪽에서 심장을 지키는 가슴이 하나, 오른편에 엄마 마음을 지키는 가슴이 또 하나. 이제 아침에 늦잠자도 된다는 내 말에 엄마는 엉엉 웃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 몇 번이고 허연 봉투을 쓸어내렸다. 마치 심장이 두 개 뛰는 듯 벅찬, 어느 겨울 밤이었다. 그 날 밤 엄마랑 난 많이 울었다.

누구에게나 세상 어딘가에
자신을 가슴 한 짝으로 낳은 여자가 있다.

2015.08.05 #쮼 #픽션 #에곤쉴레

새 파일 2017-12-12_1.jpg

예전에 써둔 초단편쓰기..!
저희 엄마 이야기는 아닙니다 ㅎㅎ
그래도 저를 온맘으로 키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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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어머니 얘긴 줄 알았네요,, 이야기에 흠뻑 빠져 읽었네요.^^

ㅎㅎ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안녕하세요.타타님 소개받고 왔어요. 저도 글쓰고 읽는거 좋아하는 글쟁이예요. 글은 아직 얼마 없지만 다들 재미있게 읽어서 팔로우합니다~

저도 이제 막 시작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