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밀레니얼의 무엇이 문제냐"

in kr •  7 years ago  (edited)

"도대체 밀레니얼의 무엇이 문제냐"

라는 내용의 영상 콘텐츠가 또 바이럴하고 있다. 작년에도 봤으니 내용은 그대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지만 크고 보니 별 볼 일 없다는 걸 깨닫고, 끊임없이 연결된 세상에서 상호작용하며 원하는 걸 빨리 얻어왔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사회는 느리게 바뀌는 터라 갑자기 세상에 던져진 것 같은 상황에 처한다. 삶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 'HER'에서 테오도르는 말하지. 서른 살이 된 후로 삶의 모든 감정을 다 느껴버린 것 같다고.

영상의 주인공인 simmon sinek의 인터뷰 원본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그는 영상 머릿말에 이렇게 적었다. "밀레니얼 세대. 당신들이 곧 일하게 될 수많은 회사는 당신을 돌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 회사들이 바뀌기 전까지는 서롤 돌봐야 한다"

(Millennials: too many companies you will work for are not built to take care of you. Until that changes, please take care of each other)

'기술의 변화'라는 항목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담론은 숫자로 이뤄져있다. 일자리 창출 몇 개, 경제적 이익 얼마, 투자금액이 어떠하다는 식. 20세기가 과학기술을 바라보던 방식이 여전히 기사 제목을 수놓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는 산업만의 문제일까. 기술은 이제 공장에 있는 사람들의 삶뿐만 아니라 기계를 들고다니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진화는 시간을 거스르지 못하고 느리게 이뤄지지만 기계는 그보다 더 빠르게 바뀌고, 퍼져나간다.

기술의 변화는 빠르든 느리든 일상을 건드리고, 인간이 생활하고 사고하는 방식에 스며든다. 알바생이 키오스크로 대체된다고 할 때 언론은 '인건비'를 얘기하지만 밀레니얼 일부에게는 저 문구가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이 이야기를 내놓고 있을까.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점점 화면을 대하는 나날이 늘어나면서 사람의 윤곽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기술의 변화가 산업이 아닌 사람을 어떻게 건드리는지 더 자주 언급해야 하며 그 방식은 '두려움을 조장하는' 방향이 아니어야 한다.

그간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FOMO를 먹고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체를 다 보지 못하는 거대한 두려움 앞에서 금새 무력해지고 말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 이런 말을 넘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how) 살아갈지 궁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화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면 더 좋지 않을까.(take care of each other) 어차피 지금의 구조는 사람을 돌보는 방향이 아니니까 나라도, 우리라도 가만가만 실체를 더듬어 콜라보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두려움을 좇는 식이 아니라..!

하루 멀다하고 숨가쁘게 빨리 굴러가는 세상을 제 속도로, 느리게 읽고 싶다. 빠른 세상 속에서 빠르게 말하는 게 더 쉽고 맘 편할지도 모르지만, 휩쓸리지 않고 제 각각으로 살아가는 꿈. 그래, 그건 꿈에 가까웠다.

너무 이른 나이에 많은 걸 알아버린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에게, 소위 밀레니얼에게 '내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해보인다.

(라는 정리되지 않은 의식의 흐름글 남기기...ㅎㅎ)

주저리주저리 길게 썼다가 언제나처럼 그냥 지우려다가.. 뒷내용만 따로 블로그에 적었습니다ㅎㅎ 왜 이렇게 나는 끈기가 없을까, 도대체 뭘 못 버티겠는걸까, 하고픈 말이 뭘까, 무엇이 불안한가 등등이 짬뽕짬뽕짬뽕@,@

덧붙여 영상에서는 '리더십의 부재', '부모의 양육 전략 실패' 등을 언급했다. 글쎄.. 딱히 위로가 되진 않는다. 만약에 기성세대에게 이게 문제라고 제안한다면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 내가 뭘 잘못했냐,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냐는 대답을 받겠지 싶다.

청춘은 어느새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고, 크게 원망하지도 않는다. 인터넷에서의 분노와 혐오는 인터넷에 머물 때가 많다. 류준열 인터뷰 기사에서 '선망도, 원망도 없는 청춘'을 연기했다는 카피를 보고 감탄했다. 라임도 쩌는 탁월한 표현이었다.

문제를 제기해본 바 없고, 그럴 줄 모르고, 문제를 제기한 후 해결하는 경험이 없으며 그 지난한 과정을 견디는 게 싫다.

(참조 - 원망도, 선망도 없는 청춘을 연기한 류준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1/2018060103033.html)

뭐야... 나잖아?!ㅋㅋㅋ 아무튼 작년에도 유행하던 영상이 올해도 또 유행하길래 27살의 김지윤이 품은 느낌을 기록으로 남긴다. 영상 링크는 블로그 내용에 포함돼있지요!!

P.S. 물론 인터넷을 뚫고 나오는 분노들이 있다. 그리고 그건 대개 만만한 존재를 겨냥한다. 사회 구조, 대기업, 국가가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을 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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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시니크 ! 멋있는분이죠 ㅋㅋ

작년에도 봤던 영상인데 다시 봐도 흥미롭네요 ㅎㅎ

명문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리스팀합니다.

리스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존버정신으로 버텨야죠!

섬세한 존버가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