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rmy]너는 나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나는 너에게 축가를 선물했지...

in kr •  8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글쓰는 공룡이 되고 싶은 싸이금입니다.

오늘은 군대 생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이제부터 써보겠습니다. right now. 오른쪽 이제..


나는 수경(병장)이었다.
길거리에서 2인 1조로 보초서는 임무였다.
나랑 제일 친한 동기놈이랑 나가게 되었다.
인적 없는 삼거리였다...
우선 동기놈과 노래를 부르며 화음을 맞춰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심심해서 안 한 게 없었다. 랩도 해보고, 봉술도 하고, 총검술도 하고...
그러다가 생각한게... 말타기였다.

우선 내가 엎드렸다. 그놈은 나의 등허리에 묵직한 손을 얹은채 나를 뛰어넘었다.
그 다음에는 내가 넘을 차례였다. 그런데... 내가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절대! 허리 숙이지 마!"

그렇게 외치고 나서 나는 달렸다.. 동기 근처에서 발을 도움닫기하며 그의 등허리에 손을 댔다. 그런데...

응??? 동기의 몸뚱아리가 내 손보다 훨씬 밑에 있는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뿔싸;;

내리막길이었다....

나의 뛰어난 점프력과 내리막길의 콜라보로 인해 나의 몸은 2초 넘게 공중에 떠있었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지만... 올라가는 날개가 있으면 추락이 있는법...
순간적으로 나는 고등학교 때 형에게 배운(합기도 3개월...) 고양이 낙법을 떠올리며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멋지게 굴렀다. 데굴데굴... 그렇게 멋지게 굴러서(?) 5미터 정도를 이동한 후에 호기롭게 일어나서 외쳤다.

"니가 나를 해하려 한들 내가 당할 것 같으냐!"

당했다...
오른손이 덜렁거렸다.
추운 날이었지만 조금 지나니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근무 교대까지는 삼십분이 남아 있었다.

설상가상... x이 마려웠다...
주변은 인적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집이 한 채 있었다.

똑똑똑. 뉘시오? 비옵니다. 아... 이거 아니네.

딩동딩동.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문이 열리고 두려운.. 혹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줌마에게 나는 그 추운 날 오른손은 덜렁덜렁거며, 땀을 뻘뻘 흘리며 경찰로서 당당하게 말했다!!!

"화장실이 가고 싶습니다!"

결국 난 공권력의 힘으로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중략)

고마우신 아줌마를 뒤로 한 채 동기에게 다가가 왼손으로 후드려 팼다. 죽어라...

...
13년 후...

동기놈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나에게 축가를 부탁한다.
그 추운 날 보초 설 때 같이 화음 맞추며 불렀던 노래를 같이 연습해서 신부에게 축가로 불러주었다.

넌 나에게 손목이 부러지는 아픔을 주었지만, 난 너에게 축가를 선물한다.(탈무드에서 이런 비슷한 내용을 봤던 것 같은데... ㅎㅎㅎ)

동기야... 보고 있나?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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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years ago (edited)

요즘에 MBC 무한도전에서도 훈련소 생활을 참 잼있게 시청했는데요 화생방 훈련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ㅠ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는 왠지모를 진한 향기가 있는것 같습니다 ^
^

ㅎㅎㅎ 사회에서라면 겪을수 없는 일들을 겪긴 하죠.
왠지모를 진한 향기라는 표현이 좋네요. ^^

나는 너를 위해 투표했다 너는 나의 코멘트를 투표 할 수 있는다.. 너를 미리 사랑해 고맙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짜 동기를 두셨네요 ㅎㅎ 사실 애매한 사이었으면 손목이 아니라 동기 사이가 부러졌을텐데.

ㅋㅋㅋㅋㅋ 맞는 말씀입니다.

요즘 필력도 폭발하시는듯 합니다 ㅋㅋㅋ

예전 에피소드가 많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ㅎ

오른쪽 이제 댓글 달아보겠습니다. 빵터졌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봐 주시는 분은 @inverse 님밖에 없군요.. 흙 ㅜㅜ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