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 세리에 A 3R 밀란 v 로마 후기

in kr •  6 years ago 

찰하노을루 은존지.jpg

(축구는 키로만 하는 게 아니야! 이미지 출처)

1.

디프란체스코의 실험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더 큰 문제는 근본적인 구조적 취약성이다.

세리에 A 3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였다. 또한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팀과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엘샤라위와 로마뇰리와 크리스탄테의 경기기도 했다. 중요한 주전 멤버들을 잇달아 매각한 것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기회기도 했다. 그러나 로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1:2 패배를 당했다. 2015-16 시즌부터 이어진 기분 좋은 산시로 연승 행진 역시 끝났다.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퍼포먼스 문제나 감독의 전술적 실패 이상으로, 현재의 로마 스쿼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 곤란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경기였다. 디프란체스코 감독뿐 아니라 몬치 단장의 이적 정책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2.

리그에서의 지난 두 경기, 토리노전과 아탈란타전에서 노출됐던 로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a. 양 측면 윙어들의 한계

토리노전 전반전에 크게 노출된 문제. 디프란체스코의 로마는 중원에서 차근차근 공격을 풀어나가기보다는 전방으로 빠르고 터프하게 공을 투입한다. 따라서 중앙 미드필더들에 비해 윙어들에게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로마의 윙어들은 그 파괴력과 신뢰성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 오른쪽의 주전인 '유망주' 윈데르는 폭발력은 있되 섬세함과 판단력이 아직 많이 아쉬운, 결코 공격의 에이스를 맡길 수 없는 선수다. 왼쪽의 엘샤라위는 혼자서 뭘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윙어들 중 최고의 테크니션인 페로티는 부상 중이다. 신입생 클라위버르트가 토리노전 후반전에 투입되어 센세이셔널한 데뷔전 활약을 보여줬지만, 그 역시 윈데르와 마찬가지로 유망주며 적응까지 기다려야 한다. 엘샤라위, 페로티, 윈데르, 클라위버르트라는 이름들을 훑어보면, 스쿠데토를 노리는 팀치고는 애초에 무게감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중상위권 클럽의 에이스급들만 모아놓은, 뎁스는 두텁지만 클래스의 한계가 명백한 윙어진. 적어도 한 명은 정상급의 크랙이어야 한다. 물론 그럴 돈도 매물도 없었고, 기껏 구한 마우콩은 바르셀로나로 튀었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스트로트만을 팔며 남은 자금으로 다음 이적 시장에서 크랙을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앞으로 보겠지만 돈 나갈 일이 그곳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럴 때 떠오르는 그 이름, 리야드 마흐레즈. 100% 합리적으로 한 푼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과연 합리적이기만 할까?

b. 볼 소유·연결 작업의 불안

아탈란타전 전반전에 치명적으로 노출된 문제. 이 경기에서 로마는 데로시, 펠레그리니, 크리스탄테가 역삼각형의 중원을 구성했다. 본래 주전이었던, 토리노전에서도 풀타임 출전했던 스트로트만을 갑작스럽게 마르세유로 보내면서 생긴 변화였다. 스트로트만은 번뜩임은 없지만 적절한 판단력과 기술로 팀을 안정시키던 선수였다. 그러나 크리스탄테는 그저 열심히 뛰기만 할 뿐 자신이 경기장에서 뭘 해야 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눈치다. 펠레그리니는 수비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을 지켜내고 연결하지도 못한다. 즉 데로시 위에 투박한 무장점 미드필더 두 명을 세워놓은 격이었다. 아탈란타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로마의 공격 전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이 지점에서 공이 차단됨으로 인해 로마 수비진은 적절한 보호 없이 아탈란타의 유기적인 공격 작업에 위험하게 노출됐고, 이는 밑에서 볼 끔찍한 수비와 맞물려 전반전 3실점이라는 사고를 낳았다. 디프란체스코는 하프타임에 크리스탄테와 펠레그리니를 모두 빼고 신입생인 은존지와 클라위버르트를 투입하는 충격적인 교체를 단행했다. 심지어 은존지는 로마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였다. 그러나 로마의 전반적 경기 운영은 너무나 훌륭하게 안정화됐다.

c. 끔찍한 수비

아탈란타전 전반전의 문제. 토리노전에서 든든하게 수비진을 지켜냈던 마놀라스는, 아탈란타전 전반전 내내 두반 사파타에게 고전했고, 특히 두반 사파타에게 공을 뺏기면서 두 번째 실점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파시오는 둔하고 무기력한 허수아비였다. 센터백이 허수아비일 경우 어떤 참사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오랜만에 보여준 파시오였다. 데로시의 노련함이 없었다면 더 큰 참사가 충분히 가능했다. 새 골키퍼 올센 역시 알리송에 비하면 아쉬운 모습이다.

d. 선발 라인업의 실패

두 경기 모두 선발 라인업에 큰 문제가 있었다. 디프란체스코는 이를 인정하고 빠른 교체를 통해 훌륭히 변화를 이끌어냈다.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를 줄 줄 안다는 것은 뤼디 가르시아나 스팔레티와 확연히 구분되는 디프란체스코의 장점이다. 또한 유효한 변화가 가능할 정도로 뎁스가 두텁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애초에 선발 라인업을 잘 짰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쨌든 45분을 날려버린 거니까. 안정적인 선발 라인업을 다지라고 프리시즌이 있지 않던가? 전력 보강도 빠르게 이루어진 이적 시장이었고 말이다. 물론 이적 시장 막판에 은존지가 들어오고 스트로트만이 떠나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스트로트만은 토리노전을 풀타임 소화한 후 갑작스럽게 마르세유와 링크되며 떠났다.

반면 좋았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

e. 파스토레의 창의력

퍄니치가 떠난 이후 계속해서 창의력 창의력 노래를 불러왔다. 그래서 파스토레의 영입은 너무나 반가웠다. 그리고 파스토레는 첫 두 경기부터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며 로마를 변화시켰다. 퍄니치 이상의 테크니션이자 현 로마 최고의 테크니션인 파스토레는 중앙, 측면, 전방을 넘나들며 동적인 플레이메이킹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탈란타전 후반전을 보라.

3.

이번 밀란전에서 디프란체스코는 3-4-1-2를 꺼내들었다. 신입생 이반 마르카노가 마놀라스, 파시오와 함께 스리백을 형성했다. 지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플로렌치 대신, 신입생 아닌 신입생 카르스도르프가 오른쪽 윙백으로 나섰다. 지난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은존지가 데로시와 함께 중원에 섰다. 파스토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제코와 함께 쉬크가 투톱을 구성했다.

이 라인업의 의도는 명백하다 : 안정적 수비를 바탕으로 공중에서의 한 방을 노린다. 위에서 본 a, b, c 모두가 이 선택의 원인이 됐다. c. 수비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는 산시로고 상대는 이과인이다. 그렇다면 센터백을 1명 더 늘리자. b. 스트로트만은 이제 없고 펠레그리니와 크리스탄테는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은존지 - 데로시로 수비력과 파워를 확실하게 잡자. a. 공격진 세 자리 중 제코와 파스토레는 확실하다. 고민되는 것은 나머지 한 자리에 빠른 윙어(엘샤라위, 윈데르, 클라위버르트)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고공 경쟁력이 있으면서 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쉬크를 세울 것인가의 문제다. 디프란체스코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 선택들은 분명 합리적으로 보인다. 마침 경기 시작 전부터 거센 비가 내렸다. 터프한 스타일에 유리한 날씨다.

그런데 전반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물론 보다 수동적인 경기를 하리라는 것은 예상했던 바다. 그런데 정도가 너무 심했다. 아무리 수비 인원이 많아도 계속 두드려맞기만 하면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웅크리더라도 유효하게 반격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을 지키는 것도 전진하는 것도 전혀 되지 않았다. 미드필더들의 수비적 역할을 중요시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정말로 그들이 수비수 앞의 수비수 노릇만 하면서 빌드업을 전혀 돕지 못했다. 미드필더 두 명이 철저히 수비적이고 전진성·기동력이 떨어지는 이상 세 명의 공격수들이 개인 기량으로 공을 지켜야 했지만, 세 명 모두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 윙백도 문제였다. 스리백 전술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윙백이다. 지난 시즌 로마의 기적을 이끈 것은 콜라로브와 플로렌치의 모든 걸 쏟아부은 맹활약이었다. 그런데 지난 아탈란타전에서 플로렌치가 부상을 당했다. 이번 경기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카르스도르프는,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역동적이거나 날카롭지도 못했다. 콜라로브는 지난 두 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폼이 올라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양 윙백이 이런 상태면 도대체 어디에서 반격을 시작해야 하는가? 계속되는 일방적 공세를 견뎌야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로마의 스리백은 유벤투스 스리백이 아니었다. 전반 39분, 왕성한 에너지의 케시에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결국 디프란체스코는 지난 두 경기에 이어 또다시 선발 라인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하프타임 교체를 단행했다. 센터백 마르카노를 빼고 윙어 엘샤라위를 투입하며 4-3-3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하여 로마는 주도권을 가져오고 반격을 가하며 동점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엘샤라위보다는 윈데르나 클라위버르트를 투입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파시오의 동점골이 엘샤라위의 발끝에서 시작된 고로, 이 문제는 차치하기로 하자. 그러나 45분의 낭비, 실패한 선발 라인업으로 인한 전체적 형태 및 변화 가능성의 한계는, 지난 두 경기에 비해 산시로 원정에서는 한층 더 무거웠다. 결국 축구의 여신이 감독의 선택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하필 은존지가 종료 직전 안이한 실수를 범하며 로마를 침몰시켰다. 은존지는 경기 내내 좋지 못한 패스를 보여주며 팀의 템포를 잡아먹었고, 볼 처리 역시 불안정했으며, 종료 직전에 어이없는 실수까지 저지르며 의심할 바 없는 워스트 플레이어가 됐다. 은존지의 로마에서의 첫 선발 출장은 끔찍했다. 물론 상대가 상대거니와 팀도 은존지를 돕지 못했다.

4.

스리백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스리백보다 나은 두 가지 포메이션을 떠올릴 수 있다. 하나는 은존지 - 데로시 위에 파스토레와 윙어들이 서는 4-3-3 정삼각형이다. 이는 아탈란타전 후반전에 실제로 사용되어 두 골을 만회했다. 다른 하나 역시 4-3-3 정삼각형이되, 은존지 - 데로시 위에 크리스탄테가 서고 파스토레는 왼쪽 측면에 위치하는 방법이다. 전자보다 수비력과 높이가 보강되지만, 바로 전 경기에서 실제로 가동된 전자에 비해 실제 작동 여부가 미지수고 크리스탄테라는 선수 자체가 아직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둘 모두, 은존지 - 데로시로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도 윙어들의 기동력 및 이와 연계된 파스토레의 창의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부담스러운 산시로 원정에서 수비를 강화하면서도 보다 정상적이고 능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포메이션 숫자 놀음의 맹점은 무엇인가? 바둑알을 이리로 저리로 예쁘게 움직인다고 해서 그것이 생각했던 대로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잘 작동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4-3-3 역삼각형과 스리백의 중간, 측면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어느 정도 확보하는 4-3-3 정삼각형!」 이런 식의 진법 놀이는 분명 재밌고 유의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하다보면 팔진에라도 들어온 듯 길이 보이지 않게 된다. 혈류를 가슴에 새기고, 일단은 겸손하게 실제로 선보인 스리백에만 집중하기로 하자.

스리백의 타당성은 c와 b에서 기인한다. 이적 시장이 닫힌 지금, 이 두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방법은 해당 선수들의 갑작스런 각성이나 시스템 변화밖에 없다. 나아지리라고 믿으면서 참고 쓰기에는 지난 아탈란타전이 너무 심각했던 데다 이번 경기가 밀란 원정이었다. 앞서 보았던 4-3-3 정삼각형에 비해 스리백 시스템은 사용 경험도 비교적 풍부하다. 위험한 진법 놀이를 치우고나면, 실제 전장의 지휘관에게 스리백 시스템은 그나마 가장 타당하고 현실적으로 보인다.

스리백 시스템의 핵심은 윙백이다. 전술의 구조적 약점을 윙백들의 개인적 기량으로 커버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러나 로마의 윙백들은 구멍은 아니되(센터백과 미드필더들보다는 낫되) 스리백 시스템을 지탱할 만큼 강하지도 않다.

즉 로마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을 지탱할 만큼 강한 포지션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최전방의 제코 하나뿐이며 굳이 하나 더 끼우자면 마놀라스다. 데로시는 강점만큼 리스크도 크다. 로마 정도의 팀에서 신뢰할 만한 포지션을 개인 단위로 꼽아야 한다는 것은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문제다. 중앙 수비, 윙백, 중원, 공격진의 네 구획 중 적어도 둘은 확실해야 스쿠데토를 노릴 자격이 있다. 그런데 로마는 하나도 없다. 어쩌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중원을 이번 이적 시장에서 해체하고 리빌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미드필더 조합이 당장 없는 것이다. 만약 파시오 대신 좀 더 믿을 만한 센터백이 있었다면(상대가 이과인이 아니었다면), 아니, 스트로트만을 팔지 않았더라면, 로마는 원래대로 4-3-3을 썼을 것이다.

로마 이적 시장의 결과. 분명 합리적이었다. 뎁스는 두터워졌고 나이는 젊어졌으며 잠재력으로 반짝인다. 그러나 클래스가 올라가지는 않았으며 당장의 믿을 만한 기둥을 리빌딩을 위해 뽑았다. 그 결과 미드필더는 넘쳐나는데(무려 5명을 새로 영입!) 당장 중원을 믿지 못해서 스리백 시스템을 쓰는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스리백도 대안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선수들(파시오, 은존지, 크리스탄테, 펠레그리니)의 빠른 각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다양한 중원 조합들을 시즌 중에 승점을 걸고 실험하는 재미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적어도 시즌 초반에 상당한 승점 손실은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돈과 머릿수를 계산한 결과.

5.

단단함과 높이에 집착한 나머지 기동력과 역동성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닐까?(19금 아니다) 기동력 없는 단단함은 샌드백일 뿐이다. 플로렌치의 부상 결장도 아쉽지만, 쉬크 대신 발 빠른 윙어(엘샤라위, 윈데르, 클라위버르트)를 선발 투입했어야 하지 않을까? 기동력과 역동성이 결여된 탓에 파스토레의 창의력과 제코의 높이도 덩달아 같이 죽어버렸다. 기동력이라는 관점에서 로마의 선발 라인업을 다시 한 번 살펴보라. 애초에 이 팀에 전진이나 날카로운 역습이 가능했을까? 로마의 기적에서 제코와 쉬크의 높이에만 주목하기 쉽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콜라로브와 플로렌치 양 윙백의 모든 걸 쏟아부은 맹활약, 즉 평소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릿빠릿함이었다. 데로시, 스트로트만, 나잉골란이 엄청난 활동량과 압박, 적절한 판단으로 기동을 뒷받침했다는 점 역시 언급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험을 무릅쓰고 라인을 높게 유지했기에 빠른 공격 전개가 가능했다. 즉 로마의 기적 당시 스리백 시스템은 팀 전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6.

VAR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경기였다. 후반 15분의 이과인의 골, 후반 33분의 은존지의 골이 모두 VAR에 의해 무효 처리됐다. 두 골 모두 동점 상황에서 터진 중요한 골이었다. VAR가 없었던 시절의 축구는 어느 정도로 오심에 의해 지배되었다는 걸까? 예를 들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리버풀전.

7.

몬치의 이적 시장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방향이든 선택이든 모두 합리적이었다. 파스토레와의 공존이 애매한 펠레그리니를 팔고 스트로트만을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오퍼가 생각하는 대로 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펠레그리니가 로마 유스 출신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합리적 위안으로 삼자. 하여간 합리적이기는 하되 그 결과물이 팬들의 눈높이에 맞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표면적인 합리성 밑에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 걸까? 일단은 몬치가 아니라 팬들에게 인내심과 여유, 더 많은 응원을 바란다.

가혹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로마 팬들이 가져야 할 기대는 당장의 높은 곳이 아닌, 높은 잠재력을 가진 리빌딩일 것이다. 하필 이 리빌딩 시기에 밀라노의 두 거인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잔인한 비극이지만. 이번 패배가 한층 더 충격적이고 쓰라린 이유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면 리빌딩의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 가능은 할까?

이번 경기에서 로마는 새 서드 유니폼, 치즈가 생각나는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경기가 끝나고 보니 유로파리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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