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도착한 크리스탄테.)
[이미지 출처: 로마 공식 웹사이트. 이하 모든 이미지 동일.]
예상치 못한 영입.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영입.
로마가 아탈란타로부터 브라이언 크리스탄테(Bryan Cristante, 23세, 이탈리아)를 영입했다. 임대 후 완전 영입 형식이며, 임대료 5m 유로, 완전 이적료 15m 유로, 기타 보너스 10m 유로의 계약이다. 2017-18 시즌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로마는 안테 초리치(Ante Ćorić, 21세, 크로아티아)와 이반 마르카노(Iván Marcano, 30세, 스페인)에 이어 크리스탄테까지 영입하면서 재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적지 않은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탄테는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밀란의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19세에 야심 차게 도전한 포르투갈 벤피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16-17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아탈란타에 임대로 합류한 이후에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7-18 시즌의 활약은 대단했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크리스탄테를 위한 역할을 찾아주었고, 크리스탄테는 리그 36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세리에 A에서 손꼽히는 미드필더가 되었고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잉글랜드의 빅클럽들과도 이적설이 났다. 낚아챈 것은 로마였다.
2.
그러나 짜릿하기보다는 우선 당황스런 영입이다. 이런 유형의 선수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드필드진에 바란 보강은 테크니컬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및 데 로시의 장기적 대체자였다. 크리스탄테는 둘 다 아니다. 이번 시즌 그의 무기는 186cm 장신의 피지컬과 제공권 장악 능력, 이를 이용한 위협적인 침투였다. 미드필더에게 기대되는 다른 능력들이 높게 평가되지는 않는다. 가스페리니 감독의 맞춤 전술에 의해 특출난 장점을 최대한 살려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과연 다른 상황에서도 활약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특히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빅클럽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제코 중심의 고공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여기에 또다른 폭격기를 추가하려 하는 걸까?
크리스탄테는 기존 자원들과 겹치는 유형이고, 덜 검증되었지만, 젊고 유망하며 제공권 등의 새로운 무기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주전 선수들의 거취 및 다음 시즌의 전술과 관련해서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특수한 데 로시의 롤을 제외하면, 두 포지션에 여섯 명의 선수가 있게 된다. 나잉골란, 스트로트만, 펠레그리니, 크리스탄테, 제르송, 초리치. 이 중 앞의 네 명이 주전 수준이다. 그러나 자리는 둘뿐이니, 나잉골란, 스트로트만, 펠레그리니 중 한 명은 정리가 예상되는 것이 당연하다. 세 명 모두 큰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니 그 돈으로 다른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기도 하다. 제르송이야 초리치가 온 시점부터 떠날 확률이 높았고.
기존의 주전급 미드필더 세 명에게는 각각 아쉬운 점이 있다. 나잉골란은 안정적으로 공격적 역할을 맡기기에는 다소 투박하다. 물론 이 점에서 크리스탄테라고 더 낫지는 않지만, 그에게는 186cm의 장신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공격적 무기가 있다. 또한 나잉골란은 이제 30살이 되었다. 세대 교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피지컬에 의존하는 나잉골란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더더욱. 스트로트만은 무엇이든 안정적으로 해내지만 어떤 것에서도 정상급으로 두드러지지는 못한다. 리그 상위권 클럽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지만, 리그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더 높은 곳을 노리는 클럽의 주전으로는 아쉽다. 특히 공격적 번뜩임이 부재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크리스탄테와 마찬가지로 186cm의 장신이지만, 크리스탄테와 달리 제공권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여준 적은 없다. 펠레그리니는 로마 유스 출신에 앞날이 창창하며,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크리스탄테와 겹치지 않는다. 다만 유벤투스와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바이아웃 금액은 낮다. 물론 이 세 명을 모두 지킬 수도 있다. 세리에 A 우승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높은 곳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클럽이면 이 정도의 뎁스는 갖춰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잉골란, 스트로트만, 펠레그리니, 크리스탄테로 이루어진 미드필드진은 너무나 투박하고도 단조롭지 않나? 적어도 네 명 중 하나는 펠레그리니 이상의 테크니션, 이전의 퍄니치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나? 사실 근 몇 년간 로마 중원에 대한 평가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끼어 있었다. 사람들이 로마 중원에 찬탄할 때, 거기에는 2013-14 시즌의 향수가 배어 있었다. 데 로시와 퍄니치, 기나긴 부상을 겪기 전의 스트로트만, 겨울 이적 시장에서 합류한 나잉골란이 최고의 하모니를 보여주던 시절. 그러나 그 최고의 하모니는 2013-14 시즌에 국한된 것이었다. 중원을 구성하는 이름들은 바뀌지 않았고 그래서 환상은 계속되었지만, 실제 내용물은 언제나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6년에 퍄니치가 떠난 후에는 이상적인 조합마저 무너졌다. 스트로트만과 나잉골란의 조합은 어떤 경기에서든 중원을 장악할 정도로 단단했다. 그러나 경기를 이끌고 공격을 지원하는 면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크리스탄테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투박하지만, 대신 확실한 공격적 무기를 갖췄다. 투박하고 공격적으로도 한계가 있는 스트로트만과 나잉골란 중 한 명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물론 별도의 플레이메이커를 영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안테 초리치의 성장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나잉골란, 스트로트만, 펠레그리니, 크리스탄테, 초리치. 사실 주전급 플레이메이커의 영입은 초리치의 출장 기회와 성장을 가로막는다. 더군다나 즉전감 플레이메이커를 반드시 미드필더로만 찾을 이유도 없다. 미드필드가 다소 투박하더라도 공격진에 보다 테크니컬하고 창의적인 선수를 추가하면 된다. 그러나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아약스의 저스틴 클라위버르트(Justin Kluivert, 19세, 네덜란드)가 그 정도의 자원일까? 클라위버르트와 함께 계속해서 로마와 연결되고 있는 하킴 지예흐(Hakim Ziyech, 25세, 모로코)는 포지션이 애매하다.
이번에는 가슴에 물어보자. 누가 나잉골란을 보내고 싶어하겠는가?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의 열정은 로마 팬들이 진심 어린 애정과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스트로트만에게는 너무나 불행하고 잔인했던 두 번의 장기 부상으로 인한 안타까운 애정을 느낀다. 또한 2013-14 시즌부터 다섯 시즌 동안 온갖 고락을 함께했던 선수다. 이는 현 스쿼드에서 데 로시와 플로렌치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기간이다. 펠레그리니는… 사실 객관적인 스펙만 보면 그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로마 유스 출신의 아직 어리고 유망한 이탈리아인 미드필더. 그러나 계속해서 유벤투스 이적설이 나오는 것만으로 이 모든 요소가 퇴색된다. 아니, 로마 유스 출신이기에 분노는 배가된다. 그럼에도 앞서 본 스펙들은 미련을 버리기 어렵게 한다. 사실 가슴의 답은 이것이다. 크리스탄테가 안 오고 기존의 세 명이 남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크리스탄테는 왔고 이제 그도 잘로로소다. 머리와 가슴 사이의 고통이 시작된다.
역시 가장 확률 높은 가능성은, 크리스탄테 영입이 기존의 주전급 미드필더 한 명의 정리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활약을 봐야겠지만, 크리스탄테로 나잉골란 또는 스트로트만을 장기적으로 대체하는 것은 나름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다지 여유롭지 않은 로마의 재정도 생각해봐야 한다. 연봉도 높고 나이도 많으며 높은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나잉골란과 스트로트만을 처분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팔릴지, 혹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디 프란체스코나 몬치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적 시장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가 있으니까. 2017년 여름 이적 시장만 봐도, 마놀라스를 팔고 뤼디거를 남기려던 계획은 마놀라스가 제니트와의 계약을 거부하면서 정반대의 결과, 뤼디거의 이적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적 시장 막판까지 이어지던 레스터 시티와의 마흐레즈 밀당이 실패로 끝나면서 갑작스럽게 쉬크의 영입이 이루어졌다. 거기엔 쉬크가 유벤투스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변수도 얽혀 있었다. 마흐레즈가 쉬크로 바뀌면서 전반적인 공격 전술과 구상이 바뀌었다. 공은 경기장 밖에서도 둥글다.
예상치 못했던 크리스탄테의 영입이 어떤 의미였을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참으로 흥미롭다. 지난 몇 시즌 동안 로마 전력의 핵이었던 미드필드가 어떻게 바뀔까?
3.
이상의 논의와 별개로, 생긴 게 맘에 들어서 처음부터 아끼게 되는 선수다. 이런 선수는 퍄니치 이후로 오랜만이다. 돈나룸마와 토로시디스를 섞어놓은 듯한 묘한 외모. 그러나 귀엽다.
(186cm의 큰 키가 돋보이지만, 날씬한 몸매와 순한 얼굴 때문에 오히려 허약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래 봬도 피지컬이 강점인 선수다.)
(트리고리아에서.)
(발차레티의 안내를 받는 크리스탄테. 그런데 누가 주인공이지?)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축구는 이미지의 유희고 소비다. 어떤 축구 팬이든 이 말을 알아들을 것이다. '로마의 미드필더 브라이언 크리스탄테'는 느낌이 좋다. 그 실제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