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in kr •  7 years ago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군이 나타나고 있고, 경기 회복 싸이클에 접어들면서 기존 기업군들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과거 2차, 3차 산업 혁명 때와는 달리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고, 기업의 수명은 더욱 짧아지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집에 있는 책들을 훑어보다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시 손에 잡힌 책이 있었습니다. 책 제목은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이근 전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 외 지음)"으로 크게 7개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변화에 대해 저술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클리는 이 책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 적용해서 살펴볼 수 있는 투자아이디어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최근의 급속한 산업 변화 속에서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글로벌 산업 주도권 이동을 보면 좋은 투자아이디어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산업 주도권 이동 현상에 관련된 이론은 크게 '제품수명 주기설', '이윤수명 주기설'이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품수명 주기설'은 제품도 인간처럼 수명 주기를 가지며, 도입기→성숙기→표준화기로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산비용'을 국가 간 비교 우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설명합니다. 이에 따라 산업이 커질 수록 생산 지역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토착 기업이 해당 산업에 진입해 생산을 확대하고, 선진국 기업 제품을 성공적으로 경쟁하면서 시장을 장악해가는 현상은 고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글로벌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전에는 후발 국가 기업이 직접 표준화된 제품을 넘어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내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론인 '이윤수명 주기설'은 산업의 중심이 되는 지역이 이동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슘페터와 막스의 이론, 제품수명 주기설, 과점적 행동에 관한 이론을 결합했습니다. 그러나 이윤은 산업 변화의 원인이라기보다 기업활동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 이론은 한 국가 차원의 관점이 아니라 전세계적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면, 다른 국가에서 해당 산업의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현상과 관련지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책에서는 '산업 차원의 요소'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제도',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과거 여러 산업의 사례를 통해 후발기업 혹은 추종기업이 선도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세가지 기회의 창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그니처팀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세가지 기회에서 국내 산업 속에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새로운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종종 선도기업과 추종기업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서 새롭게 경주를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도기업들은 본인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미련을 버리지 못해 주춤거리다가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에 오히려 뒤쳐지곤 합니다. 선도 기업들 대부분은 기존 패러다임 초창기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동안의 투자 비용을 충분히 회수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코닥', '캐논'의 경우가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변화하는 시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케이스 입니다.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다가 몰락한 경우입니다. 일본의 가전업체들 역시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우리나라의 가전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습니다.

최근 가장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등장은 누가 뭐래도 '블록체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자 탈중앙화라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SDS가 있습니다.

삼성SDS는 넥스레저라는 블록체인 솔루션을 선보인 이후, 현재 16곳의 시중 은행 거래 장부를 나눠 보관하는 은행연합회 공동인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올해 7월 전체 은행에 상용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에 근간한 AI, 스마트팩토리 등 핵심 경쟁력 구축에 주력하며, 신사업 분야 매출 비중이 전체 IT 서비스 중 20% 이상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신기술-경제 패러다임으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와 스마트카'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자동차 산업에서 1979년 2차 석유파동은 유가 상승을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때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연료 절약형 소형 승용차에 대응했고, 이를 계기로 일본은 미국을 추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국내의 현대차는 독자엔진 개발 추진, 엔화 강세라는 경제 변화 속에 일본 자동차 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됩니다.

최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라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의 등장은 새로운 추종기업들을 선도기업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BYD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조기 합류했으며, 기존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이러한 변화에 이번에는 뒤쳐지지 않고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 현대기아차의 경우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라는 3개 기술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지만, 빠른 패러다임 변화에 뒤쳐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건 현실인 것 같습니다. 향후 적극적인 R&D 투자와 M&A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됩니다.

두번째로 '경기순환 또는 새로운 소비자층의 등장'과 같은 시장 수요의 갑작스러운 변화입니다. 경기 순환은 반복해서 발생하며, 이러한 반복은 추종기업, 혹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에게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불황기에 후발자로 하여금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불황기에 선도기업들은 충분한 이윤을 거두지 못합니다. 또한 싼 값에 잉여 자원 이용이 가능해지고, 이는 신규 진입자, 후발자에게 기회를 제공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이전과 지식 획득이 쉬워지고, 자원의 취득이 더욱 저렴해진다는 점입니다. 추격에 있어서 불황기는 비약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최근 주목할만한 매크로 변수로 유가(WTI)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6일 WTI는 66.14달러로 마감하며, 14년 12월 이후 3년 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동안의 경기 침체로 인해 유가 역시 동반 부진했고, 최근 회복기에 접어들며, 유가 역시 16년 2월 26달러에서 2년 동안 152%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유가 하락 기간 동안 많은 관련 기업들이 사라지고, 매각되고, 인수 합병을 통해 재편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조선소들이 사라졌고, 국내의 경우 주요 메이저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등만이 여러 차례의 위기와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게 됐습니다.

과거 조선업 활황일 때 국내 대표 조선사 중 하나였던 STX조선해양의 고성조선해양은 삼강엠앤티라는 국내 기업에 지난해 9월 980억원이라는 싼값에 매각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해운업의 경우 국내 굴지의 한진해운이 무너졌고, 이를 기회 삼아 SM상선은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영업권 등을 싼값에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불황기는 후발자들에게 싼 값에 자원과 기술 이전의 기회를 주고 새로운 후발자들에게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새로운 소비자층의 등장도 눈여겨 봐야합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들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KT의 케이뱅크는 영업 개시 후 각각 5일동안 100만 좌, 13만좌를 기록하며 유례없는 흥행을 보여줬습니다. 기존 은행들은 이러한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에 주춤거렸고, 20~30대 모바일 세대의 새로운 소비자 등장에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금융위는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해 우회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향후 은행업의 대표 기업들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다양한 규제와 후발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선발자와 후발자에게 비대칭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비대칭적인 환경의 의미는 정부가 세제, 산업 진입 허가 및 판매 허용, 보조금과 관련한 규제를 통해 주로 선진국의 외국계 기업인 선발자를 자국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주요 사례로는 중국의 통신 산업, 인도의 제약 산업의 성장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과거 몇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전세계 차량 공유 시장을 휩쓸어 버린 우버의 경우, 국내에서는 정부의 규제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카카오가 여러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을 인수하며,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신설 법인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줬습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해외 주요 플랫폼 기업들인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에게 망사용료 부과 이슈를 꺼내들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한해 수백억원의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적거나 부담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망사용료과 부과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5G 산업 양성 정책이 이어진다면, 국내 통신업종은 재도약의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이라는 싸이클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사라집니다. 투자자 역시 이러한 싸이클 변화 속에 민감해야 하고, 변화를 인지하고, 기업과 함께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패러다임에 빠져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과 동행하고, 새로운 기술 변화와 소비자의 등장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투자 결과 또한 추락하는 기업과 함께 떨어질 것입니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큰 시각에서 산업의 변화에 대해 훑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산업의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진입하고, 추격하고, 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그니처팀 또한 증권업의 변화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점을 가진 팀원들이 모여 고객 맞춤이라는 PB형 상품을 만들어가고 있고, 젊은 세대들이 편하게 자산관리와 투자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동영상, 메신저, SNS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한 핀테크 ,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시장에 대응하고자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객과 함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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