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충'의 탄생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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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충이 하나의 용어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워낙 xx충이라는 말이 흔하긴 하지만, 혐오의 함의가 담겨 있는 그런 용어의 탄생은 사회 현실을 담고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힘빠지는 하락장에 짜증을 더 보태는 글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써보고 싶었다.

국내 코인투자자가 330만이라고 한다. 이들은 똘똘 뭉쳐 정부의 멍청한 대응을 성토하는 중이다. 이들은 이전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2월 폭등장 이후 정부의 뻘대응과 뻥카가 이어지면서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가상화폐’는 연일 뉴스의 메인을 장식 중이고, 포털 사이트도 거의 장악했다.

코인과 관련 없는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코인을 주제로 밤낮없이 싸워댄다. 치고받고 물어뜯고 할퀴면서 진흙탕 개싸움을 벌어진다. 코인투자자와 비투자자로 나뉜 싸움인데, 물론 화력과 크기 면에서 비투자자 집단이 우세하다. 이들은 별다른 이해 없이 코인투자자를 싸잡아 매도하며 비난을 쏟아내는 중이다. 조롱이나 도발도 서슴지 않는다. 집단포화와 응전이 일상이다보니 양쪽이 똘똘 뭉쳐 하나의 집단처럼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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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싶어 코인충이란 말이 있나 싶어 찾아보았다. 있다. 하긴, 왜 없을까 싶다. 코인에 미쳐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한탕주의만 꿈꾸는 도박쟁이 정도로 묘사된다. 이 정도는 아주아주 순화한 표현이다. 범죄자나 인간쓰레기로도 묘사된다. 슬픈 일이다. 몰이해와 식견 없음과는 다른 차원의 슬픔이다. 사회에 또다른 분열이 생겼다. 새로운 곳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예전엔 젊은층과 노인층,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 빈자와 부자와 같은 서로 다른 집단의 대결 양상이었다. 다른 집단을 혐오하며 물고 뜯었지만 동일집단 내의 싸움은 적었다. 같은 집단 내에선 서로를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코인충’과 그 밖의 다른 이들은 소속집단을 명확히 할 수 없다. 아마 젊은층일 테고, 이념은 진보에 가까울 테고, 재산은 많지 않은 계층일것이다. 예전이라면 ‘같은 편’(참 쓰기 싫은 표현이지만)에 속했을 집단이다. 서로 포용해주었을 흙수저 안에서의 대척이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의 자리를 차지할지는 모르겠다. 공인된 자산이나 대안화폐쯤으로 정착할지도 모른다. 블록체인기술이 어떤 형태로든 채택되지 않고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대립이 심화될 것이다. 기존 통화파와 암호화폐파와 같은 식의 대결구도가 생겨 끝없는 소모전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싶다. 끔찍하다.

물론 뻔한 싸움이다. 새로운 기술을 막을 수는 없고 사회 변화는 호미로 막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의 그 대립에서 받게 될 상처와 후유증이 두렵다. 물론 이기게 될 쪽은 내가 속한 쪽이겠지만, 싸움이 썩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코인충이라는 말을 만들고 도박 프레임을 씌운 이들이 안타깝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를 무시와 편견으로 깎아내리는 건 속편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조금 슬프지 않을까. 어떤 현상을 이해하지도 못한채 마냥 혐오하는 행위는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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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헛된 꿈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다 쪽박찬다라는 표현도 나오더군요.

언제나 언론이 가장 문제입니다. 불을 지펴서 아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네요. 일확천금을 노리기엔 다소 늦었겠지요. 패닉셀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습니다ㅜ

'예전이라면 서로 포용해주었을 흙수저안에서의 대척'이라는 말이 씁쓸하네요. 새로운 시대엔 또 새로운 갈등과 싸움이 생기는걸 피하긴 어려운가봅니다.

언제나 갈등과 싸움이 있네요..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거부감이 오는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ㅜㅜ

지금 현 상황을 언론에서는 아주 잘 이용하고 있지요. 답답할 따름입니다. ㅠ

언론이 더 싸움을 부추기며 조장하고 있죠.. 자기들도 소화 못한 사실들을 마구 쏟아내며 분열을 조장중입니다..으으..짜증나요ㅜㅜㅜ

서민들끼리 싸우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ㅠㅠ

그렇죠.. 서로 응원해주고 으쌰으쌰 해도 모자랄판인데ㅜㅜㅜ 사회적 낭비 같습니다.

이미 알쓸신잡에 나온 유시민과 정재승도 서로 의견을 대립하고 있어요 단 모두를 투기층으로 포장한 언론이 문제라 봅니다 되지도ㅜ않은 혐오를 보는거 같아서 맘이 무겁습니다

그렇죠.. 곧 jtbc 토론도 한다는데.. 유시민이 얼마나 발리게 될지ㅎㅎ 스티미언이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정재승 편이겠지만, 다른 분들은 정재승을 마냥 까내리기 바쁘네요ㅜㅜ 안타깝습니다ㅠ

에효.. 흑수저 안에서의 대척이라.. 슬프군요.

요새는 참 충이라는 단어도 많이 보입니다. 사람한테 벌레라고 칭하는 것도 참 슬프네요

잘보고 갑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까내리기 바쁜것 같아요.. xx충이라는게 너무 세분화 돼 있어서 자기들도 그 안에 들어가게 될텐데.. 혐오가 끝났으면 합니다~~

저는 네이버기사 경제란에가서 기사를 읽으면 흔히 "문슬람" , "문꿀오소리" 라고 칭해지는 여론조작집단이 코인투자자들은 비난하고 비아냥대고 비꼬는 덧글들을 보며.. 정말 마음이 상하곤 합니다.. 코인충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적어주셨네요..

그들이 요즘 코인충이란 말과 함께쓰는게, 문정부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만든다고한다 너넨 퍼블릭 블록체인은 끝났다 한강가즈아! 이러면서 도박충이라고 하더군요.. 블록체인에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마구마구 인신공격성 덧글을 뱉습니다..

제가 이번 현상에서 느낀점은.. 한국인은 사촌이 땅을사면 배 아파하듯, 타인의 곡소리에 희열을 느낀다는겁니다.. 저기 옆동네 타워팰리스 사는 A댁이 수십억을벌듯 상관없지만 이웃집 자기랑 비슷하게살던 B씨가 예를들어"코인"을해서 자기보다 갑자기 많이벌거나 시기와 질투로 칼부림이 나는게 대한민국이죠..

  ·  7 years ago (edited)

말씀하신 "문슬람"이니 "문꿀오소리" 하는 것들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 그 부분에 있어선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코인충이라 마구 뱉어대면서 코인에 대해 1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다단계로만 매도하는 집단들에겐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 이웃이 잘되는데에 축하와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게 국민성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조금은 허탈하고 짜증이 나는게 사실이지요. 다양한 사람이 있는 공간이니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정치 발언은 굳이 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댓글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코인충이라고 혐오하듯이 부르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코인판에서 수조대 젊은 자산가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면, 코인충이 아니라 코인남 혹은 코인녀 라고 부르기 시작하겠지요.

그렇겠네요. 나중엔 부러워며 지금의 행동들을 후회하겠지요..ㅎㅎ 기회를 놓쳐도 아주 적극적으로 놓칠 그들입니다. 다소 동정심까지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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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인간의 아주 본질적인 본성이라는 생각입니다. 편을 나누어 싸우는 것도 본성이구요..
댓글 중에 문꿀오소리 말도 있는데 저도 거의 문꿀오소리 이거든요 제가 하는 트윗 페북 친구들의 발언들을 보면 좀 많이들 부정적이죠. 다른 사안에서는 저와 생각이 참 비슷했던 사람들이 코인에 대해서는 왜 갑자기 보수로 돌변하는지 참 알수없는 일입니다
늘 깨어있기는 참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넵. 저와 생각과 입장이 같으시네요.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사람을 뒤틀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슬픈 일입니다. 문슬람이니 문꿀오소리니 하는 것들도 혐오표현일텐데, 여기서 공공연히 말했던 그 분도 자중하셔야겠죠. 어쨌거나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 같습니다. ^^ 공감과 긴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속한 커뮤니티나 다른 코인 커뮤니티를 보면 코인 연대와 반코인 연대는 구성원이 거의 똑같아 보입니다. 코인 연대가 등록금 굴리는 학생부터 수백억 자산가까지, 현정권 지지자부터 지난 정권 지지자까지 다 모여 있는데 반대쪽도 똑같더군요. 코인으로 인해 새로운 사회적 교집합을 만들어진 셈인데 우리가 쪽수에서 현저히 밀릴 뿐이죠ㅠㅠ

그렇죠.. 스팀잇에선 워낙 투자자가 많아 착시현상이 생기지만, 쪽수에서 코인연대가 현저하게 밀립니다ㅠ 새로운 사회적 교집합과 동시에 분열이 생긴 셈이죠. 곧 토론도 하고 공론화 될텐데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