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도 강간은 있다.적어도 길고양이들의 세계에는.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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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길고양이의 세계에는 강간이 존재한다.내가 금년 봄에 목격했던 이야기를 하자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가득차갈 무렵의 일이다.여느때와 같이 길고양이들는 내 주위를 뛰어다니는 중이었다.허나 약간 낯선 풍경중 하나는 우리아파트동 고양이가 아닌 정문슈퍼근처의 길고양이 세마리 정도가 눈에 띄고 있었다.

저놈들이 왠일이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쓰지않고 그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그런데 어디선가 고양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울음소리도 아니고,사납게 내는 소리도 아니고,단순히 싫어하는 소리도 아닌 비명소리였다.
정말 사람의 꺄아악!소리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나갈래 놀래서 달려가보니 정문수컷고양이 밑에 우리 암컷고양이가 깔린체로 짝짓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냅다 달려 들어서 쫓아내 버렸다.그렇게 정문 고양이는 도망가고,우리 고양이는 내 발옆으로 달려와 자리잡고 앉아서는 자기몸을 핥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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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의 세계에는 강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그렇기에 무슨일이 일어난건가 파악이 되질 않았다.그래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고,그날 하루는 종일 고양이들을 따라 다녔다.
그렇게 해서 단지 동물의 세계에 강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그 과정 마저도 알게 되었다.

내가 본바로는 이런식으로 전개 된다.
암컷고양이 뒤를 수컷고양이가 계속 졸졸 따라다닌다.그러면서 슬쩍슬쩍 엉덩이를 핥는다.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짝짓기 준비를 위해 미리미리 적셔두는 행동이었던것 같다.

그러다가 어는순간 수컷고양이가 암컷고양이의 뒷목을 칵 물어버린다.이빨이 들어가게 무는것은 아니나 꼼짝하지 못하도록 꽉 문다.

보통 고양이 뒷목을 잡으면 꼼짝못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퍼져있다.사실이다.하지만 고양이가 좋아서 가만있는게 아니다.약점을 잡혀서 가만이 있는것이다.
사람은 거기가 고양이가 약점이란것을 알고있다.하지만 고양이들도 알고있다.
그래서 목을 물어서 일단 꼼짝 못하게 제압을 한다.그리고 그 목을 문 상태로 몸을 돌려 암컷고양이 위에 올라타버린다.
그리고 짝짓기를 해버린다.

이렇게 글로보면 내가 가만이 5분이상 지켜본듯한 느낌이지만,실제로 목을 물고 뒤에 올라타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수컷고양이를 겁줘서 쫒아냈다.
고양이들은 강간을 한다.
하나의 사실이 머릿속이 박히는 장면이었다.

그제서야 생각해보니 하긴,수컷도 발정이 나고,암컷도 발정이 나지만,동시에 타이밍 맞춰서 발정나는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은뒤로는 고양이 뒷목을 잡기가 마음이 어려워졌다.그냥 몸통을 잡고 들어올린다.싫어해서 발버둥 치면 그냥 놔준다.너희들 싫어하는 일을 할 생각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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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그날은 어떻게 넘겼는데,사실 이미 그 당시에 우리고양이 중 한마리는 임신해서 배가 부른 상태였다.이 고양이가 임신했을때부터 의아하긴 했다.

아니,태어난지 1년이 안됐는데 벌써 임신을 하나?아직 몸 크기부터가 덜 자란 상태인데?사람으로 치면 중고생이 임신한 셈이 아닌가?
하고싶어서 한게 아니었던 거다.

어린나이에 임신을 해서여서가 원인인가는 몰라도 여서마리를 낳았으니 두마리는 이미 세상에 숨을 내쉬길 멈춘 상태였다.
이 두마리가 내가 처음으로 맞게된 고양이의 죽음이었다.아무도 모르고 나만아는 죽음이다.이 때 처음으로 느낀것이 길고양이의 인생사.
남 몰래왔다,남 몰래 가는구나.
하지만 남들은 모르고 남들은 보지 못했었도,나는 알았고 나는 보았다.꽃두송이 놓아주며 잠시 바라봐주는 정도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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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든 우울하든 시간은 가고 새끼들은 자란다.
어미는 젖먹이기 바쁘고,나는 어미를 먹이느라 바쁘다.
어미는 새끼들 지키기에 신경이 곤두서있고,난 신경이 곤두선 어미가 사람들에게 해꼬지 할까 신경이 곤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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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보면 시간은 가있고,새끼들은 자라있다.뛰어다니게 되고,뛰어다니다 보면 사람들 눈에 뜨이게 된다.
그리고 한마리씩 한마리씩 누군가의 집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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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둥거려가며,몸도 몸가누던 시절 자기몸에 자기 똥을 뭍혀대고,어미가 애들 깨끗하게 해준답시고 그걸 또 다 핥아내 주고 하던 똥고양이 시절을 보내던 것들.
이제는 좋은집에 가서 곱게 자란 사진들을 보니 어찌이리 기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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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새끼들 보내고 나니 이렇게 둘만 남게 되었다.그 후에 동네고양이들 죄다 중성화를 했기에 다시 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아쉽긴 하나 여유있게 둘이서 시간을 보내니 그 또한 좋기만 하였다.걸어가면 따라오고,멈춰 앉으면 옆에와서 앉고 ,적당히 친해가며,그래도 가깝게 지내가며 좋기만 하게 시간을 보냈다.
슬프기만 한게 인생이겠나.
그러나 또 기쁘기만 하지도 않는게 인생이다.
잠시동안 여름과 가을에 걸쳐 여유롭고 좋은 시절을 보냈으나,2주전 극심한 추위후로 더이상 보이지 않는것이 어찌된건지 슬픈 짐작은 간다.
다시 못올 좋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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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cats are so good at hiding illness, even a single instance of a symptom should be taken very seriously.

그렇군요.. 몰랐던 길고양이의 세상이네요. 어쩌면 야생보다 더 치열한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은 참 귀엽네요~ㅎㅎ^^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물의 세계야 말로 강간이 매우 흔한 형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니까요. 암컷을 지키기 위해 수컷이 존재하지만 그 역시도 왕좌를 차지한후 거의 강간형태로 암컷을 지배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게 일어납니다. 인간도 이성과 인권, 법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개판이었겠죠. 저는 인권주의자는 전혀 아니지만 놀랍게도 여성이나 어린이 인권에대한 개념이 생긴지가 불과 100년정도도 채 안되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동물의 강간에 대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archizone21/220803714782 여기를 보시면 조금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고양이만의 얘기는 아니었군요.링크글 잘봤습니다.

The first commercially cloned pet was a cat named "Little Nicky." He cost his owner $50,000, making him one of the most expensive cats ever.

이렇게 글로 보니 더 애처롭게 느껴지네요. 아무도모르게 홀로 왔다가 아무도모르게 죽는 길고양이들에겐 쿨님의 애정이 더 클것같네요. 고양이들이 위험에서 건저준 쿨님께 보은의 은혜로 쥐를 선물하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길고양이 따라 다니다보면,우리사는곳 주변에 은근히 쥐가 많다는걸 알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