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이야기]첫째가 바라보는 둘째

in kr •  7 years ago 

designedbytata1.jpg
(Designed by @tata1)

둘째가 가족이 된지 27개월차
부모와 다르게 첫째에게 둘째가 가족으로 인식되는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첫째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상의 이야기를 써본다.

  1. 어느날부터 엄마의 배가 예전보다 커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엄마 배 안에 내 동생이 있다고 한다. 동생이라는게 뭘까. 가끔 아빠나 엄마가 엄마 배르 가리키며 동생에게 이야기 해주라고 한다.

저기에 누가 있는 거지?

  1. 동생이라는 녀석이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가 나보다 저 누워서 꼬물거리는 '아가'에게 더 관심을 가진다. 책을 읽는 것도 내가 좋아하던 만화도 혼자서 보는건 재미가 없는데... 그냥 엄마 아빠가 나와 놀아줬으면 좋겠다.

다 싫고 짜증난다.

  1. 동생이 나를 보고 아는체를 한다. 동생 이름은 "튼실이"라고 엄마가 가르쳐 줬다.
    내가 웃긴 표정을 지으면 숨이 넘어가도록 '꺄르르'하고 웃기도 하고 내가 내민 손을 나보다 더 조그만 손으로 꼭 잡기도 한다. 내가 누나인걸 아는 걸까.

이런 동생이라면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1. 엄마에게 놀아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놀아주지 않아 화가 났다. '튼실이'가 생기고 나서부터 엄마는 계속 피곤해한다. 집에서는 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아서 내가 뭔가를 하다가도 짜증이 난다. 저 울음 뒤에는 엄마가 나에게 뭘 해주지 않는다. 오늘은 더 놀고 싶어서 평소에 하지 않던 투정을 부렸지만 엄마에게 더 크게 혼이 났다.

동생이 생기고 나서 엄마에게 자주 혼난다. 싫다.

  1. 이제는 밥도 내가 스스로 먹어야 하고 물도 내가 스스로 먹어야 한다. 혼자서 해야할 것들이 너무 늘었다. 아빠는 내가 이제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혼자서 해내야 한다고 했다. 양치도 혼자 해야하고 세수도 혼자해야 하다니 왜이렇게 혼자 해야 할게 많은거지??

이럴거면 어른이 빨리 되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을텐데.

  1. 아빠가 자주 늦는다. 가끔 놀아줄때마다 아빠는 미안해하면서도 피곤하다고 한다.
    엄마한테 들어서 알고는 있다. 내가 먹는것 입는 것 모두 아빠가 회사라는 데에 가서 일을 해야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아빠가 늦는건 동생이 나타나고 난 뒤부터다. 아빠는 동생이 생겼으니 일을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한다.

맛있는거 안먹어도 좋으니 나랑 놀아주세요.

  1. '튼실이'가 걸어다닌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뭐라고 하는데 기분이 좋은걸 보니 날 사랑한다고 하는 것 같다. 자기가 먹던 과자도 나에게 나눠주고 안아달라고 하니 다가와서 안긴다. 언젠가 아빠가 동생에게 화를 낼때 나도 모르게 내가 나서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아빠가 놀라면서 나보고 기특하다고 안아줬다.

역시 동생을 챙겨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거 같다.

  1. 엄마와 아빠가 동생을 재우고 이야기 하자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너무 동생만 챙기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안아주세요"라고 말해달라고 하신다. 동생이 울때 해봤는데 우는 아이 내비두고 나에게 와서 꼬옥 안아주는 엄마와 아빠를 보니 동생보다 날 사랑하는게 맞는것 같다. 동생이 더 있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내 동생이 더 울지 않게 어서 가서 토닥여 주세요.


27개월차. 첫째가 없는 양육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첫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나이차이가 거의 5년은 나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가 사랑을 받는 다고 느끼게 하고 둘째를 첫째가 챙길때마다 칭찬하는 것이 아이가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많은 부모들이 둘째가 태어나면서 첫째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평소에 그러지 않던 아이가 떼를 쓰고 화를내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는 자신만을 부모가 사랑하기를 바란다.
부모는 내 아이가 나처럼 둘째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둘째에게 보여주는 관심이 '더'사랑해서가 아닌
'더' 어리기 때문임을 인식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동생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한다.

첫째를 사랑하는 일은 둘째를 양육하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첫째가 둘째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순간 부모는 시간을 가지고
두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누나가 저를 미워했던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지금은 굉장히 잘 지내지만... 누나한테 잘해줘야겠어요~!!

세상이 무너진다는 표현을 할정도니까요 ^^
의 좋은 남매 돠기 힘든디 잘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선배님이시군요~ 대단하다는 말밖엔...

더 대선배님도 많으신데요 뭘... 다행히 오랜만에 애들이 잠을자서 글을 쓸 시간을 벌었습니다 ㅠ ㅠㅋ

전 아들 하나인데 아들은 동생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

한번물어보세요 ㅎㅎ 키우기엔동성이 편하다곤 하더라구요.. 요새 첫째가 자꾸 여동생 낳ㅇ달라고...

첫째의 관점에서 쓴 글을 보니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네요~ 첫째를 사랑하는걸 표현해 주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군요!!

이해시키고 나니 그다음부턴 조력자가 되더라구요 ㅎㅎ

둘째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직도 둘째는 힘들어요 ㅠㅠ
언제쯤 둘째의 낮잠을 안기다릴까요 ㅎㅎ

둘째가 개월수가 저희 둘째랑 비슷하네요. 억지로 공통점 찾기
첫째를 더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러면 알아서 둘째를 챙겨주기 시작하고 좋네요 ^^

억지공통점도 사랑합니다 첫째가 평안해야 가족이 평안합니다 ㅎㅎ
좀전에도 쓰담쓰담 해주고 나왔네요 ㅋ

아이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육아는 정말 고난의 길인거 같습니다...물론 그 끝에는 큰 행복이 있겠지만요!!!

매일매일이행복이지요 ㅎㅎ
천국과 지옥을 오갑니다 ㅜㅜ

저는 제가 첫째라서 제 모습은 어때는지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그래도널님 행복한 가정 가즈아!

저도 첫째라 많은걸 동생에게 뺏겼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제가 대부분을 뺏었던걸 알게되었죠 ㅎㅎ

맞아요.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한테 더 잘해줘야 한대요. 더 많은 사랑을 줘야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하네요. 둘째는 밥만 주면 되고.

저도 어디에서 들은 말이지만, 저의 둘째가 태어났을때 큰애가 걷질 않고 자꾸 주저앉아서 병원에 가서 검사받던 기억이 나네요. 얼마나 충격이었음 걸음을 못 걸었겠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답니다.

관심받기위한 행동이라고 하더라구요
저희 첫째는 어거지로 감기걸린거처럼 기침을 해댔어요 ㅎㅎ

어쩌면 그리 지혜롭게 대응했나요! 와우~~ 크로님도 사모님도 짱짱!
인정과 감탄으로 계속 보듬어주세요.
귀엽다-는 말 가르쳐주셔도 좋아요.
동생 귀엽지?
귀하면서 가여운게 귀여운 거란다.............라고.^^

사모님이라눀 ㅋㅋㅋ 제수씨로해주세요 ㅋㅋㅋㅋㅋ
많이많이해줘서 이제는 제가 첫째한테 혼납니다 ㅠㅠ

자칫하면 왠수지간으로 자랄수 있는 관계가
오순도순 도란도란이라는 느낌을 가고 있는 생각이 드네요..

잘 보고 갑니다.

부모가 초반을 잡아주는거까진 해야조 ㅎㅎ

처음에 동생이 생기면..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첩을 7명 보는거랑 똑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커가면서 점점 동생이라는 존재의 인식이 바뀌는거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맞아요 첩이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하지요 ... 다행인건 동성이 아니라서 ㅋㅋ

아이 둘 키우는 입장에서 격하게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다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의 샘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고요. 내리사랑이라고 첫째를 충분히 사랑해주면 저절로 동생을 많이 사랑해주는 거 같아요. 비슷한 경험이라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공감 되셨다니 기쁩니다. 정말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