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와인의 관계는? 음식불문 모스카토가 최고다. 와인가격과 맛의 관계는? 싼 게 최고다. 2만원이 넘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똑같은 1만5천원이라도 이왕이면 "3만원-->1만5천원"이라고 표기된 게 "그냥 1만5천원" 보단 낫다. 와인을 구매하기 좋은 시기는? "ㅁㅁ원 이상 구매시 00원 할인" 쿠폰이 있는데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이 ㅁㅁ원에 조금 모자랄 때.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와인을 버니니의 벌크 버전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산 게 집에 서너병 있었다. 아이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내와 식탁에 앉아 분위기를 잡고 싶은 날, 그 중 병이 가장 예쁜 놈을 꺼냈다. 코르크 오프너를 찾느라 5분 동안 선반, 책상서랍, 찬장을 샅샅이 뒤진다.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싸구려 오프너가 나왔다. 이거 말고 좀 더 크고 좋은 오프너가 있었는데.. 분명 얼마전에 봤는데.. 결국 포기하고 싸구려 오프너를 와인 입구에 돌려넣는다.
내가 싸구려 오프너로 코르크를 따는 방법은 양말 벗은 두 발바닥으로 와인을 감싸 쥔 채 손으로 뚜껑을 당겨서 따는 식으로, 많이 추해 보이는 편이다. 얼마전에 허리를 삐끗한 탓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 힘으로만 해결하려니 오프너의 굴곡에 손바닥이 눌려 아프기만하다. 아내에게 저거 좀 따보라고 말해봤지만 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거라도 한 번 해볼까.
네이버 퍼런창에 "와인 쉽게 따는 법"을 쳐봐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고 결국 와인은 이런 모습으로 식탁에 이틀간 방치되었다.
그리고 문화센터 수업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던 날, 식탁 한 켠을 차지한 창백한 푸른 병이 생각나서 오프너를 하나 사 왔다. 윗부분을 돌려 나선형 심을 코르크에 박는 건 같지만, 나선에 연결된 두 팔을 아래로 누르면 와인을 딸 수 있는 그런 물건이었다.
원래 있던 오프너를 빼내고, 새로 산 오프너를 병에 씌워 나선형 심지를 돌려 박는다. 심지가 들어가면서 오프너의 팔이 점점 올라간다. 오프너의 두 팔을 아래로 내리려고 힘을 주기도 전에, 슬쩍 힘을 준 것 뿐인데 오프너의 두 팔이 내려가며 코르크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뽑혔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어쨌거나 와인, 오프너, 성공적.
진짜 오프너 없을 때가 떠올라 웃음이 나요 ㅎㅎ
십년도 전에 친구랑 여행 갔는데 오프너가 없어서 젓가락이랑 별짓 ㅋㅋㅋ 다해가며 코르크 빠진 와인을 마신적이 있는데 그 친구랑 만나면 지금도 그 얘기하며 웃는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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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저도 예전에 자취방에서 젓가락, 칼, 송곳 등등 별의 별 물건으로 쑤셔본 적이 있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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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저랑 똑같은 경험을~ ㅎㅎ
저도 딱 저래서 새로운 와인따개 샀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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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게 위안이 됩니다. 마트에서 팔고 있는 물건은 다 이유가 있어서 판매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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