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인내

in kr •  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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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목적으로 삼는 그 모든 행위에 대해 의심을 하곤 한다. 왜냐면, 행복이란 절대로 목적한다고 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때 떨어지는 일종의 부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행복이 나올 수도 있지만, 안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게 부산물이라는 거다. 어떤 커다란 다른 것에 충실할 때 떨어지는 조그만 부스러기 같은 것인데, 그 부스러기를 목적으로 하는 순간 본말전도가 일어나 버리게 된다. 마치 루왁 커피를 얻기 위해 사향고양이를 학대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부산물을 목적으로 하는 순간 원래의 행동은 기만당하게 된다. 좋은 글을 쓰면 보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보상만을 위해 글을 쓰게 되면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을 하곤 한다. 그들이 정말로 행복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행복을 전달한다는 행위 뒤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좇으려 하지 말자. 그것은 마치 짝사랑 같은 것이라서,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기만 할 뿐이다. 행복은 오로지 충실한 삶에 대한 부산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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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삶의 모든 일들은 농사와도 비슷하다. 사계절 중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서, 행복을 누리는 시기는 극히 짧다. 논밭을 갈고, 물을 대고, 파종을 하고, 잡초를 뽑고, 농약을 치고, 수해에 대비하고,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고생하고 나면 수확의 시기가 오는데, 그 수확은 전체 기간 중 딱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

전 세계 축제 대부분은 그렇게 가을에 몰려 있다. 일 년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인데, 그게 그리 길지 않다. 그 짧은 축제의 순간에 행복이 몰려 있고, 그 행복의 시간을 만끽하기도 전에 다시금 긴 겨울이 시작된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직 올라오지도 않은 씨앗을 보며 탐스러운 과실이 맺힐 것이라는 걸 확신하기란 힘이 드는 일이다. 혹은, 그저 시간만 보내면 그런 미래가 생긴다고 여기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과 병충해라는 혹독한 장애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삶에서 행복이 주어지기 까지는 많은 고난이 따른다. 그런 날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참고 견디는 사람뿐이다. 그렇게 인내를 배운 사람은 점점 익숙해지게 되어, 드디어 다음 해에는 씨앗을 보면서도 탐스런 과일을 어렵지 않게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무더위와 병충해를 견뎌야 하는 것도 잘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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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님 말대로
보상에 목메여보니..
고난과 고통이더군요;;;

주객전도화하지 않아야 겠다는걸
알기에...

스팀잇은 본전 들이지 않고도 돈을 편히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와서 조만간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을 벌 수는 있으나 글을 쓰고 소통을 하는 가운데 생길 수 있는 산물이라고 생각을 해야하는데그렇지들 못한 것이죠. 돈이 목적이 되다보니 조바심도 나고 박탈감도 느끼고. 뭐, 그런 거죠.

기다림의 미학도 필요하네요. 가끔은 먼 곳도 바라봐야 하는데 눈앞에 행복에만 보았던 거 같네요.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찾아 이루려고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ㅎㅎ

행복은 그냥 과정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행복해 지겠어'가 아닌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해 지려면 나는 현재 무엇을 해야할까?'와 같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 요즘 제 생각입니다 :)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너무 글이 좋아 뭐라 표현 할 방법이 없네요.~^^

버티다보면 좋은 날 오겠죠? :D

행한 모든 행동의 결과가 좋으면 행복하다고 느끼기에
행복을 목적으로 두는게 아닌가 싶네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에게 올해의 행복은 무엇으로 찾아오려나 궁금해지네요

저 아바타 적응 하려면 시간좀 걸릴것 같습니다 ㅋㅋ 아바타처럼 웃으실 수 있길. 그리고 굳이 바쁘시면 대댓글 안다셔도 되요.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래요.

비유가 너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말씀감사합니다
요즘따라 행복하지않았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니 뭔가 더 멀어지는것같기도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저는 인내를 너무 많이 배워
이젠 다른 걸 많이 배우고 싶네요 ㅎ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사실 1 더하기 1은 2라는 것만큼 자명한 진리...

부산물을 목적으로 하는 순간 원래의 행동은 기만당하게 된다.

깊이 새기고 갑니다.

공감가는 말씀 감사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결과에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목적이 어디있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곳이 스팀잇이 맞나봅니다. 처음에 의욕적으로 스팀잇을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없어진 스티미언들 많이 보았습니다. 소통이 우선입니다.

오 ㅋㅋㅋ 닥핸님 오랜만입니다. 돌아오셨나요?

  ·  6 years ago (edited)

본업이 망한 걸 축하드린다고 하면 쌍욕을 먹을테니 그리 말씀 드리진 않겠습니다
다만•••잘 돌아 오셨습니다

행복추구권,,,,,추구권이든 권리든 다 좋지만 그것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다 아는 일이니까 진짜로 조금만 내려 놓으면 그 자리에 들어오는 것이 햇살임을 경험상 알아요

오늘 기온 정말 딱 좋아요

  ·  6 years ago (edited)

행복이란 절대로 목적한다고 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얼마전 샤하르의 [해피어] 서평 올리면서 행복한 습관이나, 연습등도 소개하기는 했지만 그런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진 않습니다.
마치 노력을 통해 열매를 거두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

저는 행복은 그냥 깨닫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냥 씩 미소지으며 흡족해 하는 것.

그나저나 멋진 손 버리시고 저런 아바타 어디서 나신거예요?ㅋㅋㅋ

행복이 삶의 부산물이라는 접근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는 행복은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개인의 행복은 그 수만큼 수만가지 형태이고 따라서 타자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이걸 인정한다면 삶이 조금은 더 자유롭고 담담해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복하려 하는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냥 마음편하게 가지는게 또 다른 행복인거 같습니다.

행복을 잡는것도 중요한거 같아요 ㅎㅎ 다크핑거님 남은주말도 즐겁게 보내세요^^

지금 참고 견디니...
투더문... 할 수 있겠죠...? ㅠ_ㅠ

행복은 순리의 흐름대로 흘러가다가 얻어걸리는 그 무엇이 아닐까 싶어요..ㅎ

공감합니다. !!! ^*^

행복은 오로지 충실한 삶에 대한 부산물일 뿐이다.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이 냥반이.. 돌아왔으면 왔다 얘기를 하셔야지... ㅋ 반갑습니다~ 가즈앗!!

올려주신 글 덕에 아침을 맑은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은 원래 없습니다.
지금 이순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그 언제가 나중에도 결코 행복하지 않죠^^
행복이라는 감정은 좀 ... 살짝 거짓말입니다.
에너지가 진짜죠^^

서인석님 같은 말씀을...;;;

오오오오 돌아오셨군요!!!! 오랜만에 방갑습니다 닥핑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