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신 담임선생님의 15년 전 편지

in kr •  7 years ago 

작년 이맘때쯤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짐 정리를 하다가 옛날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고 단톡방에 사진을 하나 찍어 올렸다.
순간 시끄러웠던 단톡방에는 정적이 흘렀다.
고인이 되신, 고3때 우리 담임선생님의 편지였다.

난 사실 선생님이 스승의날에 우리에게 편지를 주셨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의 사진을 보니 어렴풋이 생각나는것 같기도 하다. 읽고 조금 갖고 있다가 방청소할때 무심히 버릴만큼 철없는 제자였다.

선생님은 학구열이 엄청 심한 동네의 고3 담임이었음에도 한번도 우리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셨다.
조회나 종례시간에 대부분 들었던 얘기는 오늘 하루도 행복해라, 즐겁게지내라, 밥 잘먹어라, 무탈해라. 였다.
덕분에 고3때 우리반은 문과 꼴지...였고 옆 반 선생님이 매번 너넨 담임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며 제발 공부좀 해서 꼴지는 하지말라고 잔소리를 하고 가셨다.

우리때는 촌지가 흔했다. 부정적인 인식은 퍼져있었지만 기가 쎈 학부모들은 기어코 버리듯 던져버리고 나오기 일쑤였다.
선생님도 그런 황당한 일을 겪었으리라. 그럴때마다 선생님은 과자, 음료수, 햄버거 이런것들을 돌리며 “OO이 어머니가 너네 힘내라고 맛있는거 사주라고 하셨다”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졸업하고 거의 찾아가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야 혼자, 혹은 둘이 끼리끼리 두세번 찾아뵌게 다다. 취업 후에는 선생님 월급 얼마나 된다고 쏘냐고 깔깔 거리면서 우리가 쏘겠다고 웃고 떠들었지만(우리 주제에..ㅋㅋ) 항상 사주신건 선생님이었다. 너네 사줄 정도는 번다며 ㅎㅎ

7-8년전, 선생님이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너무 늦게 발견했다고 들었다.
고3때 친구들이 갑자기 연락이 됬다.
고3때 우르르 몰려다녔던 6명의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인연이라는게 참 웃기다. 한사람하고의 인연이 끊기는 자리에서 다른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그 후로 우리는 단톡방을 개설해서 매일같이 잡담하고, 서로의 대소사를 챙겨주고, 6개월에 한번씩은 꼭 만나고 있다.

선생님의 편지 중 이 구절이 참 와닿는다.

인연은 영원히 지워지지않는 우리인생에 문신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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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마지막 문구 중에 너네들을 엄청 좋아한다. 라는 말씀이 되게 찡하게 다가오네요. 정말 제자들을 좋아하신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와요...

정말로 표현은 그렇게 하지 않은 분이에요 ㅎㅎ 약간 우리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그분의 방식이었나봐요

  ·  7 years ago (edited)

이렇게 멋진 선생님을 만나는것도 정말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사춘기 학창시절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각도 인성도 많이 달라지지 않나 싶어요. 이런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 있다는것도 참 행복이네요. 이 글을 읽으며 저도 문득 어릴적 선생님 한분이 떠올라 갑자기 맘이 몽실몽실 기쁨 과 아련함이 동시에 듭니다.

직업이 교사인 분들은 많았지만 스승이라 부를수 있는 선생님은 많지 않았던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스승의날에 생각나는 분이있어서 참 좋네요

스승의날에 생각나시는분이 계셔서 부럽네요..
전.. 생각을 하니.. 엉덩이가 아프네요..

저도 대부분이 등짝 스매싱... ㅋㅋ 기억으로 가득하네요

세상에 이렇게 멋진 선생님이 계셨다니!!!!
제 선생님도 아닌데 얼굴한번 보지 못한 분인데 눈물이 나는건...
분명 좋은데 가셨을거에요...ㅠ.ㅠ

그렇겠죠? 아직도 선생님 기억이 나요 ㅎㅎ

좋은 은사를 두셨네요. 저도 중2때 담임선생님이 생각나네요.

좋은 선생님은 두고두고 생각나는것 같아요

멋진 분이셨네요~ 저런분을 담임선생님으로 만난건 정말 행운이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이 스승의날이었단걸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제 인생에도 저런분께서 있었으면 제인생은 조금이라도 다르게 바뀌었을수도 있겠다 싶네요~ 오늘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지금도 충분히 좋은 인생 사시고 계신데요 뭘~ 아마 알게모르게 좋은 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거에요 :)

와...편지가 정말 너무 멋지네요...
포장되지 않은 진심을 담으신 편지 같아요 ㅎ
정말 좋으신 분이었을거라 생각되네요 ^^
잘 보고 갑니다. ~!!

저 편지를 쓰시고 준비하시는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괜히 또 눈물이 나네요

정말 멋진 선생님 이신것 같아요.
편지를 받은날 왠지 여러명이 울었을거 같아요.
그리운 하루일것 같습니다.

전 아직도 저 편지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져요. 스승의 날이라 더 생각나네요

오..
인연이란 참 신비하죠

그리 훌륭한 쌤이랑 인연이 있었는대
그 연이 끈어젔군요
하늘도 무심하시지...ㅠㅠ

그러게요.. 술을 좋아하셔서 친구랑 취업턱으로 술을 사갔는데 너무 후회되네요. 술 많이 드셔서 건강이 악화된거 같아서요

마지막에 인간 ○○○ 이라 적으신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동등한 위치에서의 관계를 희망하셨기에 인간이라 하신게 아닐지...

아... 그렇군요ㅠㅠ 전 아직도 선생님을 이해하려면 한참 멀었네요. 한글자 한글자 의미를 담아 쓰셨네요

15년전 편지인데도 상태가 매우 좋은것 같은데요!~

서랍에 그대로 박혀있었나봐요 ㅎㅎ

정말 한사람하고의 인연이 끊기는 자리에서 다른 인연은 다시 이어졌네요. 저도 주례봐주신 담당 교수님께서 암으로 작년에 하늘 나라로 가셨네요.
오늘은 잠시 이어지도록 맺어준 분을 잠시 생각하면 좋겠네요.ㅋㅋ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새로생긴 인연도 소중하해야할것 같아요

좋은 추억 공유 고맙습니다~
만남이라는 표현, 사람 사는 모든게 만남이라 생각합니다

공감 감사합니다 :)

멋지신 은사님이시네요 "나는 너네들을 사랑하고 엄청 좋아한다" 라는 말씀이 표현은 잘못하였지만 진심이 느껴지는거 같아요ㅜㅜ 눈시울이 글썽글썽ㅜㅜ

선생님의 투박한 표현에 눈이 그렁그렁해져가지고 오글거린다면서 깔깔 거린 기억이 떠오르네요 ㅋㅋㅋ

훌륭한 선생님이셨던것 같네요.

멋진 은사님이셨네요! 가시는 마지막까지 친구들을 한곳이 모이게하여 좋은 벗으로 남겨주시고 가신듯...!
선생님 말씀처럼 인연이란게 값으론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함인것 같아요.

그러게요 덕분에 몇없는 친구인데 아직도 연락하고 지냅니다 :) 스티밋에서 만난사람들도 다 인연이죠

2003년에 고3이셨으면 저랑 동갑..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편지가 마음을 울리네요. 저도 늘 한 번 찾아가봐야지 생각만 하고 세월이 이렇게 흘렀군요. '큰 사람'이 되어서 가야지 결심했는데, 이러다간 평생 못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편지보면 선생님도 본인이 큰사람이 아니라 제자들 앞에 부끄러워셨다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큰 사람이 되는거는 평생의 숙제일것 같아요

편지의 제목만 보아도 선생님이 어떤분이셨을지 조금은 짐작이 되네요. 마지막에 인간이라는 글자도 인상적입니다.

이런 은혜는 왜 지나고서야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지나고 나면 후회하고 아쉽고.. 그게 사람인것 같습니다 ㅠㅠ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하신 은사님이신데..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저도요. 아직 살아계셨다면 그래도 연락이라도 해볼텐데 말이죠..

제 선생님도 아니신데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교육은 만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교편을 잡으셨으니.. 공부해라는 말 대신 저렇게 알뜰 살뜰 챙겨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으셨나봅니다. 먼 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네요.
저도 생각나는 교수님들께 전화 한 번 드려야겠습니다. 달달망고님 덕분에 또 오늘을 느끼네요. 고맙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사람좋은 분이었는데 저도 글을 쓰면서 얼굴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져서 혼났습니다

인연은 영원히 지워지지않는 우리인생에 문신으로 남을 것이다

라는 글귀가 정말 너무 인상적이네요.
읽으면서 울컥 하면서 읽어 내려 갔어요.
선생님때문에 이어진 새로운 인연의 끈이 참 소중할것만 같네요.

이런 편지를 스승의 날 제자들에게 준 선생님이 너무 대단해보여요.

진정한스승님이신듯합니다 좋은곳으로가셨을거라생각해요..

그러셨기를 바랍니다 ㅠㅠ

멋진 선생님이셨네요~ 왜 꼭 멋진 분들은 일찍 운명을 달리하시는지..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