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이 인간관계 측면에서의 속일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시장이 속일 수 없는 것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제가 쓰는 글들 중 책 서평을 제외한 트레이딩/투자 관련 글은 제가 경험하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쓸 것입니다. 사견이다보니 틀리다 맞다 보다는 '다르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해당 글에 대한 토론이나 건설적 의견제시는 매우 환영합니다 :)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목적이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이죠. 돈을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간단합니다. 최대한 싸게 최대한 물량을 많이 모아서 최대한 비싸게 팔면됩니다. 물론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고 싸게 팔고 더 싸게 파는 투자철학도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인 'buy low sell high' 의 경우를 두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싸게 많이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를 가장 잘 하는 smart investor 를 우리는 흔히 '세력' 이라고 칭합니다. 세력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반 개인 투자자보다 훨신 큰 자금을 활용해서 가격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력이 한 종목에도 다수일 수 있으며 각기 다른 가격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더 확장하면 집단지성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 representative agent 개념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 글에서는 편의상 모두 세력으로 지칭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세력은 어떻게 최대한 많은 물량을 최대한 싸게 모을까요? 또한 이 과정에서 세력이 남기는 흔적은 무엇일까요? 물량을 모으는 기간에 따라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모으고자 한다면 뉴스나 찌라시를 이용할 것이고 중기적으로 물량을 모으고자 한다면 최대한 조용하게 물량을 모을 것입니다.
이런 세력이 속일 수 없는 없는 것은 바로 차트를 켜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체결 가격과 거래량]입니다.
'체결' 이라는 것은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일치되는 지점. 즉 너와 나의 욕망의 합일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들이 무수히 모여 차트를 구성하고 그 대략적인 에너지의 크기는 거래량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체결은 거짓으로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량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흔적이 남는 것이죠.
뉴스, 짜라시, 보고서, 친구의 추천, 나의 느낌, 보조지표, 이동평균선... 우리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 중에도 진실과 거짓이 있을 것이고 진실이다 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이 미미하거나 시간차를 가지고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같은 팩트인데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체결 가격과 거래량은 거짓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체결 가격과 거래량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욕망을 보여주는 행동의 비가역적 흔적입니다.
제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본 공포영화의 한 대목이 기억납니다.
범인이 어느 여자를 밀실에다 가둔다. 방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범인은 방 안을 모니터링 하고있다. 여자는 채식주의자였다. 범인은 채식주의자인 희생자를 조롱하듯이 생고기를 방 안으로 넣어준다. 여자는 3일인가를 버티다가 결국 생고기를 주워먹는다. 이미 썩어있는 생고기를...
사람은 배고프면 먹습니다. 바로 이 인간의 본성이 저의 투자철학의 근간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