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넥슨에서 마지막 미디어 설치 작업이 된 로비 조형물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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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용이 깁니다. 혹시 결과물만 보시길 원하시면 내용을 모두 스킵하시고 맨 아래쪽으로 이동하세요~ (근데 읽어주세요~ 고생해서 썼어요~)

저는 인터페이스&인터랙션 디자인이 주 업무입니다. 바이널아이(vinyl-i)에서 거의 원년멤버로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프로젝트를 다루는 팀에서 원년멤버로 3년이란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경력을 살리지 않고 생뚱맞게 넥슨이라는 회사로 이직했죠. 여기서는 브랜드디자인팀이라는 곳에서 웹, 앱 디자인을 주로 진행했었습니다. 회사 포털 웹, 신규사업 지원 및 유지보수 업무 등을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겠지만 일을 배울 때는 재미있지만 일단 경력이 생기면 생각보다 지루해집니다. 회사의 브랜딩, 마케팅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대략 예상도 되고 그러죠. ^^ 그런데 가끔씩 제가 몸 담았던 부서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저의 이력 때문인지 이런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업무를 맡겨주셨어요. 그래서 가끔은 옛 생각도 나고 신나게 작업한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개발자 역할도 하냐고요? 아니요. 필요하면 공부하며서 사용하는 편이라 전 수준이 프로토타이핑 정도하는 수준으로 아두이노도 좀 쓰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그냥 잡지식의 끝판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넥슨이 신사옥(지금은 신사옥이 아니죠 이사한지 오래됐으니까요. ^^)으로 이전하고 나서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 때 윗선에서 로비가 무지막지하게 큰데(조형물이 설치될 곳은 천장이 넘 낮았었어요) 다른 기업들 처럼 넥슨을 잘 알릴 수 있는 조형물을 제작하길 원했습니다. 물론 아주 작은 비용으로 말이죠. 하하. 예~ 그렇습니다. 저희 부서로 이관이 되서 제가 PM이자 디자이너(인원이나 지원사항은 열악했습니다. 늘 그렇듯)로 입사 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영상 쪽을 하는 친구랑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맡은 공간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작업이라 긴장도 되고 신났던 기억이 있네요. ^^ 아이디어는 정말 돈 생각안하고 마구마구 뽑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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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비용이 작다는 말에 아래 아이디어 스케치처럼 제작 비용에 가장 현실적인 아이디어들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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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장 만만한 것이 프로젝터를 이용한 영상 작업물이죠. 왜 프로젝터냐고요? 뒤에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공간에 조형물의 형태이니 고민을 다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장 활용이 제한적인 단점도 고민이었습니다. 예전 바이널에서 해보려다가 이런저런 문제로 실현을 해보지 못했던 블랙미러. 사실 고급 흑경을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잘 알아서 일단 유사한 아크릴 소재의 거울처럼 반사가 되는 재료를 여러 스크린지와 필름들로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차 난관 봉착! 항상 이런 방식으로 할 경우 채광 시 거울 수준의 반사체로 인해 컨텐츠가 안보이는 현상이 좀 심해서 결국 테스트에서 그치게 되었습니다. 아하하하하하.(이땐 시간에 슬슬 쫒기기 시자한 시기라. 정신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할랑말랑하던 시기) 빠르게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고 이 문제점의 대안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소품들을 이것저적 만지다가 우연치 않게 이걸 발견.

두꺼운 아크릴에 프로젝션을 투영해봤는데 두꺼운 아크릴 측면에 반사된 영상의 이미지도 상당히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아! 여기서 잠깐 왜 반드시 프로젝션을 사용했느냐고요? 그건 첫 째는 유지비용은 조금 발생하지만 초기 비용이 다른 하드웨어보다는 저렴하다는 것과 둘 째는 일반 기업들은 로고에 그냥 페인트 칠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명색이 디지털 컨텐츠의 종합 선물세트 격인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뭔가 다양한 컨텐츠를 담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네요.

마침 넥슨의 로고 역시 각진 형태라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해서 로고에만 투영해서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을 급진적으로 선회해서 여러가지로 테스트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두꺼운 아크릴에도 과감히 투자해서 테스트도 해보고. 아래와 같이 비용(!)을 고려한 간단한 구성과 전반적인 시스템 구성도 간단하게 작성하게 되었습니다.유후~~ 이젠 문제없어~~ 이때까지만해도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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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다른 문제점이... 크헉!! ㅠㅠ 이때까지만 해도 와~ 돈 남기겠다.....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들어갈 비용은 약 1500만원. 이제 구성도를 가지고 견적을 뽑아봤는데 의도치 못한 두 곳에서 문제점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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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로젝터는 하나로 사용할 수 없다. 아~~~~~~ 악!!!! 설치물을 위해 로비 전체 면적을 사용할 수 없고 총무실에서는 지정해준 면적까지만 사용했으면 하는요청이 있었습니다. 그 면적이 벽에서 부터 너무 짧다보니 투사거리가 짧게 되어서 한 대로 NEXON 5개 글자를 다 커버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실측을 해보니 알게되었죠. 그렇다고 비용이 상당히 비싼 단초점 렌즈를 가지고 있는프로젝터를 사용할 수 없는 노릇이었고 무게도 상당해서 리깅(천장에 다는 것)시 튼튼한 천장 구조가 아니라 안전 사고에도 우려가 있어 결국 2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아크릴 견적도 절망적이었습니다. 보통 통 아크릴을 절삭해서 사용하는데 그래도 나름 조형물이라 좀 두께(thickness, 일반적으로 T라고 말합니다.) 업체에 150T로 견적을 받았는데 아하항~ NEXON 로고 글자 5개 해서 총 1200만원이 날라왔네요. "응? 잘못봤나? 일,십,백,천.... 천만. 맞네. ㅠㅠ 삐요~~~~~~옹(정신 나가는 소리~) 이유를 들어보니 그정도 통 아크릴은 주물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용액을 들어붓고 굳히는 작업을 해야해서 개 당 단가가 240만원 정도가 나온다는 것이죠~ 하지만 일이 벌어진 상황이니 다시 되돌리긴 어렵고 판단하고 여기서 도박을 합니다. (잘 만들면 될거야 하면서 매일 새벽 기도회를 다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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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손모가지를 걸었으니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야겠지요~ 미니어쳐 버젼으로 간단한 영상을 제작 후 넥슨 로고 글자 모양대로 맵핑을해서 테스트해 봅니다. 오~ 작지만 간지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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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마침 설치를 위해 보이드라는 업체가 투입이 되었는데요. PM인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윗선에서 이 업체랑 같이하라는 말에. 아하하하하. 어쨌든 실제 사이즈와 거의 동일한 크기의 우드락으로 제작된 넥슨 로고를 들고 등장합니다. 저희 팀도 부쩍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래저래 위치를 바꿔가면서 설치 리허설을 해봅니다. 프로젝터도 한번 투사해보고 어떻게 두 개를 잘 싱크할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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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자 5-6명이 한 글자를 들어야 들리는 무게의 글자들을 안전하게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사내 행사로 이동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각 글자마다 바퀴를 달고 아크릴 글자가 거치대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그림과 같이 안전하게 지지를 해줘야하는 방법들을 생각해서 제작 의뢰를 맡겼습니다. 자~ 이제 기다려서 셋업할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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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하는 사진은 찍지 못해서 없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madmapper를 이용하고 두 프로젝터를 하나의 스크린으로 인지하도록 셋업했습니다. 아! 여기서 쓰인 컴퓨터는 맥 미니입니다. 단순히 영상을 돌리는 수준이기 때문에 글고 돈도 돈이라. ^^ 천장 한쪽을 뜯어서 그 안에 컴퓨터를 넣고 프로젝터들을 연결하면서 깔끔하게 선 정리를 완성했습니다. 대단하지도 않지만 그럼 잠깐 감상하시죠~

2014년에 만든 프로젝트인데 이제서야 정리 해보네요. 영상은 어제 만들었다는 2분 짜리 영상인데 4년가까이 걸렸네요. ㅠㅠ 그냥 게으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한 작던 크던 디자인 과정들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이렇게 글 써넣고 보니 디자인은 역시 문제를 만나고 해결해가면서 완성이 되네요. ^^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회고를 해보니 확실한 것 같습니다.

추가!! 지금은 제가 퇴사 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꺼져있는 상태로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처음 새겼을 때는 사람들이 앞에서 사진도 찍고 나름 랜드마크였는데.아쉽다는. 그래도 영상으로 찍어두고 과정들을 그나마 조금 기록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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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지막 영상보니까 크리스털 위에 빔프로젝트로 쏜 것 같은 느낌이네요!ㅎㅎ
저도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미있는글 많이 써주세요 :-)

오앙!! @kyunga님 반갑습니다. 디자인하시는 군요!!!!! +_+ 아직은 스팀잇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중심의 이야기만 각광을 받고 있어 우울하고 울려는 순간! 댓글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