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피로사회. 긍정 과잉이 주는 피로.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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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달에 책모임에서 선정했던 책은 피로사회라는 책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철학책을 읽게 되어서 살짝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였네요. 철학을 잘 모르지만, 철학책은 뜨끔하게 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며,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것에 제동을 걸지요.

피로사회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과잉 긍정에 대한 제동이었죠. 21세기 이전까지는 ‘면역학적 시대’라고 주장합니다. ‘면역학적 시대’란 단어가 굉장히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저는 이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면역’ 이란 게 내 몸이 수용할 수 없는 이질적이고 위협적인 것들로 부터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이런 ‘면역’과 같은 시대라는 것입니다. 개인과 사회가 나와는 다른 것, 즉 ‘이질성’과 ‘타자성’을 가진 것들을 ‘부정’하고, 경계를 긋는다는 것이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와 우리 사회와는 다른 이념과 사상들은 부정하고 배척했던 시대가 만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21세기 이후에는 긍정성의 과잉이라는 거죠. 이전에는 나에게 이질적인 것들이 더이상 날카롭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소비’자원이 된다는 겁니다. 가령,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그들이 살아온 나라와 다른 나라를 ‘부정’하고 ‘타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국적인 것으로 향유합니다.

한편 이런 긍정성의 과잉은 ‘성과사회’와도 밀접하다고 봅니다.

‘해야한다’, 할수있다’, ‘yes, we can”

성과에 대한 압박은 현대 사회에 우울증을 초래 하고, 탈진한 영혼으로 남게 만듭니다. 책에서는 ‘탈진한 영혼’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소진된 자아’라고 표현해 보고 싶네요. 이 부분에서 고개를 많이 끄덕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저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네요. 제 주변 환경은 ‘할수 있다’, ‘해야한다’ 라는 말들이 흔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고, 가만히 있으면 마치 시간앞에 ‘죄인’처럼 살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 ‘못한다’는 말은 금기어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여전히 많은 현대인들이 그렇게 살아가지 않나 싶습니다. 끊임없이 성취하는 과정속에 매인 존재들처럼 말이죠.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 하기도 합니다.

과다한 노동과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스스로가 가해자 이면서 피해자가 된다니, 굉장히 역설적 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하게 노동이 주는 피로감이 아닌,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는 생각에서 오는 피로라는 점에서 더 뿌리깊은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책은 개인적으로 철학책의 역할에 충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유하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부분도 몇가지 있었습니다.
일단, 번역된 것이어서 그런지 편하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한글을 보며 다시 번역하는 느낌이 들때가 종종 있었네요. 또한 여기서 바라보는 일부 이분법적인 관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책에서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부족한 문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규율사회에서도 일종의 ‘무기력’같은 우울증은 있었고, 성과사회에서도 성과와 성취를 위한 ‘광인’과 ‘범죄자’도 존재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럼에도 펼쳐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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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착취라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맞아요.. 그랬던 거 같습니다....ㅠ

씨마님 저 또한 그 자기착취라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죠.
이번주도 저는 자기 착취하다가ㅎㅎㅎ 이제서 댓글을 달고 있네요 ㅎㅎ

어느 시선으로 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네요.

카나데님 안녕하세요ㅎㅎ
그렇부분도 있지요.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아 ....이책 대학가에서 아주 인기있는 책이죠..
첨 나왓을때 반향이 대단했죠

저는 dmy님처럼 그때도 우울증 있고 지금도 광인 있지 않나 같은 문제의식도 없이 그냥 숙제하듯 흡수해버린 기억이 나네요.

그때만 해도 워낙 독특한 논리였던지라 레포트를 써 놓은게 어디 잇을 것입니다. ㅎㅎ
기억이 막 납니다.

"할 수 있다고 덤비는 니 자신의 욕망이 문제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개인의 욕망’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배후가 너 자신이란게 문제다. 이 시대에 만연한 우울증의 배후에는 아무것도 없고 성과사회의 시스템적 압력에 동의한 제2의 You가 있을 뿐이다.

(병의 원인이 타자라면 저항하면 된다.) 그러나 우울증의 배후에 있는 그 착취자가 나 자신이고 강제가 아닌 '끝없는 성공의 유혹'의 형태를 띤 것이라면 이는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을 통해서만 물리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놀자 쉬자 게으르자 그런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몫하신 분이죠... 좋은 내용을 소환해 주셨네요
팔로합니다.
서평쓰는 분들 교류하려고요. ^^

  ·  7 years ago (edited)

아 대학가에서 인기있는 책인가요?ㅎㅎㅎ
그렇지 않아도 모임에서 이 책을 선정한 사람이 학부생이었죠ㅎㅎ

시스템적 압력에 동의한 제2의 you

참 머리에 콕! 박히는 표현입니다ㅎㅎㅎ
그런 맥락에서 놀고 쉬자라는 사람들이 생길만도 합니다ㅎㅎ

다만, 그 또한 카르페디엠의 탈을 쓰며 소비를 부축이는 일종의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결정이 아닌, 자신을 착취하는 것에 대한 부정으로 내린 결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말이죠ㅎㅎ

@raah님 방문해주시고,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

철학이라 늘 읽을때마다 제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생각되어지는 것 같아요. 왠지 제목이 좋네요. 지금 읽는것 다 읽고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주노쌤!! 맞습니다 저 또한 철학책을 볼 때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ㅎㅎ
읽기 편한 책은 아니지만.... ㅎㅎㅎ
그래도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규율사회는 광인과 범죄자를 낳고,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든다. 그러면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것일까요?

양목님~!
글쎄요.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걸까요?ㅎㅎ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는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ㅎㅎ

재밌어 보이는 책이네요!!
물론 전 안 볼꺼지만;;; 드미님의 후기를 읽은것만으로도 똑똑해 지는 기분이었습니다 ㅋㅋㅋㅋ

기리나님~!!ㅎㅎㅎ
아이고 부족한 후기를 좋게 봐주시다니...! ㅋㅋㅋ
감사해유!!!

공감되네요.
긍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강요와 성과주의.
그리고 그 위에 건설된 권위주의와 천박한 자본주의 세상.
사람이 지칠만도 했죠.
아마 지금의 우리는 그 과도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긍정이 주는 힘은 위대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칼이라서..
새삼 과유불급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네요.

단테님 안녕하세요!ㅎㅎ
맞습니다. 긍정의 과잉.
사실 저는 어릴적 부터 '긍정'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그것이 주는 정말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저를 지치게 하는 착취의 프레임이 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단테님 말씀처럼 과유불급이 아닌 균형속에서 변화되었으면 좋겠네요
고마워요 : )

자기 착취아니 단어가 자극적인데 동감안할 수 없는것 같네요 😂😂 가끔은 그냥 내려놓는것도 나쁘지 않죠-

mintvilla님 안녕하세요!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자극적이면서 적나란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을 쿡 찌르는 건 뭔가 들킨 것 같은 기분 때문이겠지요?
가끔씩 잘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ㅎㅎ

오홍~ 빔바님과 함께 하신다는 독서모임이 이렇게 깊이있는 주제를 다루는 만남이였군요~! ^^ 후기로 보는데도 재밌습니다~

밸류업님! 안녕하세요!ㅎㅎ
네 나름 제 수준에서는 깊이 있는 주제였습니다.
부족한 후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_)

최근 책을 너무 안읽은 것 같아서 오랜만에 책을 구입할까 생각하던 즈음이었습니다.
피로사회 유명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읽어보질 않았네요. dmy님 후기를 읽어보니 이번달 첫책은 이걸로 정해야겠습니다^^ (팔로우하고갑니다)

@oldgold90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ㅎㅎㅎ 제 후기로 책 구입까지 하시다니! ㅎㅎ
작가에게 인센티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ㅎㅎ
개인적으로 저 책이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제 수준에는 깊이 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ㅎㅎ
방문하시고 덧글 주셔서 감사해요 :)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못하는게 너무 많아서 말이죠. ) 각각 개인의 생각과 개성을 존중해주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 줄 수 있는... 먼저 손 내밀어 잡아주는 사회... 지금은 기준에 안 맞으면 밀어내는 사회 같아요.
ㅎㅎㅎㅎ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거 같아요. ㅋㅋ

약 일주만에 보는 해피써클님의 글이 참 반갑게 느껴지네요 ㅎㅎ
잘 지내고 계시죠? 한국은 가끔씩 비도오고, 비오고 나면 화창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존중, 수용, 지친 손 잡아주기..
저 또한 원하는 것인걸요? ㅋㅋㅋ
저도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부터 조금씩 해나가봐야겠어요 ㅎㅎ

사두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입니다.
어서 읽어봐야 겠어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앗! 아직 읽어 보지 못하셨군요!ㅎㅎ
한 문단에도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기에
조금씩 읽어가고 괜찮으실 겁니다ㅎㅎ
방문하시고 덧글 주셔서 감사해요 :_)

회사 화장실에 붙어있던 'I can't, we can' 이라는 문장을 보고
'아니 we can이면 되지 부정적인 I can't 는 앞에 왜 붙여?' 라는 생각부터 났던 만큼 저도 긍정사회의 일원이 돼 있었나봅니다. 그리고 2달도 안돼서 'Together, we can'으로 바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누군가가 수정을 요청했나봅니다. 그 요청을 할 때도 성과를 쌓는 기분으로 했었겠죠?

200팔로우 이벤트 참여되셔서 풀보팅&감사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 D

김달걀님 안녕하세요! ㅎㅎ
오랜만입니다.
ㅎㅎ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긍정적인 마인드가 나쁜 것만은 아닐 겁니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가혹하게 다루고
착취하게 되는 프레임으로 작용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요ㅎㅎ
달걀님 이제는 300팔로우를 훌쩍 넘기셨네요!ㅎㅎㅎ
늦었지만 앞으로도 승승장구 하기시를 응원하고 기원합니다 :)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성과위주로 흘러가고 있지요. 성과를 내려면 무리한 경쟁을 버텨야 하니 피곤해지고, 성과를 못내면 (혹은 '사회나 회사가' 원한 성과를 냈더라도 자기 만족이 없어서) 우울하고, 오래도록 성과를 못내고 도태되면 낙오자가 되고.. 슬픈 현실입니다. ㅠ.ㅠ

브리님 안녕하세요!!!ㅎㅎㅎ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브리님의 댓글이 더 반갑게 느껴지네요!ㅎㅎ

맞습니다. 성과가 '생존'이 되는 사회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자신을 착취하며 노동해야하는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요.

슬프지요 ㅜㅜ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7 years ago (edited)

뭔가를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지요 님이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까닭에 책을 가까이 하는 거구요

공존의 사회라는 건
아마 변함이 없을 듯해요
언제까지든요

ㅎㅎㅎ 그런가요?ㅎㅎ
배우고 깨달으며,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을 축복으로 보는 승화님의 관점도 훌륭합니다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필요한 책처럼 보여요....무분별한 자기계발서에 강의에 다들 성공하라 성공해야한다 말하고....이제는 거의 다 자포자기 분위기이지만 말이지요.

케콘님 맞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조금만 더 읽기 편하게 서술 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것 같습니다.

'성공'의 압박이 자신의 착취하는 아주 좋은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자포자기 상태에서 잠깐 중단하며, 진짜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