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르가즘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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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노오란-지우개가 달린-연필이 책상 위에 굴러 다닌다.

손으로 연필을 쥐고 뭉뚝한 연필 심을 요리 조리 돌려본다.

아무리 돌려봐도 너무나 뭉뚝한 흑연,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었지만, 흑연이 되어 버린 탄소덩어리.

연필 꽂이에 있는 파란색 커터칼을 꺼내 칼심을 찌이익 뺀다.

연필의 갈색 생 살을 칼로 벗겨 낸다.

조각가의 마음으로 벗겨 내야하지만, 마음이 급하여 거칠고 투박하게 벗겨 낸다.

벗겨낸 연필의 생살, 그리고 울퉁불퉁한 연필의 흑연.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랐다 지운 흔적이 가득한 주먹으로 연필을 세워 든다.

검정 한강물 위에 떠있는 잠실 롯데월드 타워를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타워에 어지러움을 느낀다.

한강에 얼굴을 빛추고 있는 진짜 타워를 바라본다.

과연 이 타워는 진짜일까?

월드 타워가 서 있는 모양 그대로 연필을 세워 둘을 마주보게 한다.

높고 거대한 타워와 작고 얇은 연필.

잠실 한복판에 연필을 세워도고 롯데월드타워를 손에 쥔다.

그 높고 뾰족한 탑의 끝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노오오란 보름달을.

아직 다 채워지지 못한 가짜 보름달을.

연필의 1시에 있거나, 8시에 있거나,

타워 꼭대기에 있거나, 타워 아래 있거나 하는 보름달을 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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