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응급실 당직이었다.
드럼통에 손이 끼어 손가락이 찢어진 환자가 찾아왔는데,
딱 봐도 실로 몇 바늘 봉합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정형외과 과장에게 연락해 상태를 설명해주고 조언을 듣는다.
마취는 내 전공이니 수지신경 차단을 하기로 결정한다.
사실 예전에는 마취도 없이 봉합하기도 했으나, 요즘이 어떤세상이냐.
통증도 질병이라고 여겨지는 세상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열상 부위의 피하에 직접 주사를 하는 방법과
손가락 전체를 마취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방법은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후자의 방법이 더 탁월하고 좋은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손가락 뼈 주변에는 dorsal digital nerve, palmar digital nerve가 있는데
대충 뼈를 만져보고 손가락뼈를 스치듯이 바늘을 집어넣어
2% Lidocaine을 적당히 주사하면 환자가 얼얼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주사 자체는 굉장히 아프다)
마취가 잘 되었을 때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조금만 더 생각하면 더 나은 방법이 있고
내가 아는 분야에서 최선을 방법을 찾아서 환자에게 적용해 편안함을 주는 것이
내 일의 보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