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A는 두 살 위의 친오빠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오빠는 A의 용돈을 뺏어가곤 했고, 사소한 문제들에서 항상 오빠한테 뭔가 손해보는 쪽이었다. 거기까진 참을만 했다. 그러나 오빠새끼가 정상은 아니었다. A가 갑작스레 찾아온 신체변화에 당황해할때쯤, 자신의 속옷이 사라지는 것에 놀랐다. 알고보니 친오빠가 A의 속옷을 하나씩 몰래 랜덤채팅에 비싼 값에 팔고 있었다. A는 어쩔 줄 몰라서 그 일을 모른 척 했다.
수치심과 분노는 쌓여가다가 결국 터졌다. 부모님 앞에서 저 새끼는 가족도 아니라고 미친 놈이라고 시원하게 욕했다. 이제 오빠는 겁에 질리고 부모님이 자기 얘기에 주목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랐다. 자기를 무시하던 오빠는 그 정도 욕이 뭐가 그리 화난다고 길길이 날뛰었고, 부모님은 오빠를 말렸다.
A는 부모님이 오빠를 따끔하게 혼내주고 자기를 부끄럽게 했던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길 바랐다. 적어도 엄마는 그렇게 해줄거라고, 자기 얘기를 들어줄거라 믿었다. 이제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 오빠한테 많이 당하고 살았는데 이제 다 얘기할게요.
하지만 엄마는 들으려하지도 않고 A를 혼냈다. "너 요즘 오빠한테 그게 뭐니? 옛날엔 성격이 참 좋았었는데, 참을성도 있고, 그래서 네가 속이 너그럽고 어른스럽다고, 대견하다고 항상 자랑하고 다녔는데. 애가 갈수록 삐뚤어지는 것 같다. 너?"
도대체 얼마나 더 착해지라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더 당하고 살라는 것일까? 엄마는 "너가 착해야한다."는 말로 오빠가 계속 A를 괴롭히는 괴물이 되게 했다. "착한사람 프레임"은 사회 곳곳에서 작용한다. 그것은 너무 황당스럽게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속박하는 도구가 된다. "그래도 너가 참아야지.", "남자가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것 갖고 난리냐."
착하게 굴라는 말로 어떤 악이 저질러지는가. 착하게 남는 법을 배워서 누가 희생되고 있는가. 착한 아이들은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을 들으며 죄 없이 얌전히 목숨을 잃었다. 말도 안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나는데, 부모 선생은 여전히 아이들이 착하고 말 잘듣기를 바란다. 그들의 어긋난 기대가 어떤 폭력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
미투운동을 통해 사회전반에 들끓는 "더 이상 착하지 않은 목소리"가 너무 반가운 요즘이다. 직접적인 가해자들이 아니라도, 괴물을 방관해오기만 했던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피해자들에게 착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교만한 죄악이다. 더 이상 착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분노와 함께 하겠다. 미투를 지지한다.
항상 착하기를 착한 사람에게 강요해서 조용함을 유지하려고 하죠...
누군가 죽어 지내는것보단 시끌시끌한 세상이 더 나을텐데요.
어렵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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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입니다. 누군가 죽어가는 조용한 세상보다는 시끌시끌한 세상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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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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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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