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사랑의 유사성

in kr •  7 years ago 

 


[달과 사랑의 유사성]


강가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무심결에 본 하늘에 걸린 달이 보름달도 아닌 주제에 무척 밝았다. 

그 달을 보니, 달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하나 떠올랐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마음'으로 잘 알려진 일본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약 100년 전 영어 교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한 학생이 'I love you''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번역하자, 

일본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그는 이 문장을 '달이 참 밝네요'라고 정정해주었다고 한다.


밝은 달을 보고 오래전에 본 이 일화가 생각나다니 내게 퍽 감명 깊은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왜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을까 강가의 벤치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소설가는 상징과 비유를 다루는 사람이다. 나쓰메 소세키 같은 대문호가 '사랑해'라는 

말을 허투루 '달이 참 밝다'로 번역할 리가 없다. 

달과 사랑 사이 어떠한 유사성을 발견했고, 

두 문장이 정확히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음이 틀림없다.


달은 어떤 것인가.

달은 늘 모양이 변하는 변덕스러운 것이지. 

밝을땐 밤에도 사물을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고. 

자세히 보면 얼룩덜룩한 얼룩이 보이지. 

이렇게 생각해보니 달과 사랑은 닮은 점이 많다. 

사랑은 달처럼 늘 변하고, 

어둠 속에서 빛이 되기도 하고, 

사랑에는 지난 상처가 각인되어있다. 

그러니 달은 사랑의 상징으로 적격이다.

달을 사랑에 빗대면, '달이 참 밝다'는 말은 '내 사랑이 참 크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이 참 클 때, 새어 나오는 말이 '사랑해'이고. 

결국 '달이 참 밝네요'는 'I love you'와 같은 뜻이 된다.


그가 정말 이렇게 생각했을까?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언어는 생각이란 태양을 반사하는 달처럼 그 빛의 일부 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태양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으니 달빛으로 그 빛의 근원을 추측해 볼 수 밖에.


벤치에서 일어나, 달을 다시 바라보았다.

오늘은 보름달도 아닌 주제에 달이 참 밝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뉴비는 언제나 응원!이에요.
팁! : 한국 거래소중 빗썸은 가입하지 마세요. 보안적으로 좀 불안한 사이트입니다.
6.94% 보팅
현재 보상량 : [ 평균 - 1.63 / 3개 / 합계 : 4.90 ]

  • kr-newbie 보안관 봇! (beta 0.5.0 - 2017/07/17)

아아아~~ 정말 제 파워를 마구 키워서 풀보팅하고싶게 만드시는 엘로님ㅠ
예전 제 잡글(?)들을 뒤적이다보니 저역시 달을 보며 사랑을 떠올린 적이 참 많았더라구요ㅎㅎㅎ
태양같이 뜨거운 사랑뒤에는 늘 달빛같은 사랑을 하게되더라는...♥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니님은 말씀을 참 예쁘게 하시는 것 같아요 :) ㅎㅎ

헛! 제..제가 그런가요~~? (부끄럽...♥)

Congratulations @eloquent!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got your First payout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