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내가 된다는 것

in kr •  7 years ago  (edited)

영화를 다시 볼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담 플로르님의 글의 모티브가 된 "쉐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불같은 애정이 다시 솟구쳐 오름을 느꼈다. 그리고 오롯이 나로 돌아가 집중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그 밤은 나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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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중독의 외롭고 불안한 남자, 그 남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의 디테일을 따라 잡았다. 저렇게 섹시한 남자가 위험한 뉴욕 지하철을 타는것이 걱정되어 한구석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피아노 건반 위를 달리는 남자의 발밑에서 탭댄스를 추고 싶었다. 매일 같이 28 street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싶었다. 죽음과 같이 찾아오는 사정에 같이 오열해주고 싶었다. 살고자 하는 욕망의 그림자에 기대어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I want your love."

주인공 마이클 패스벤더에 넋을 잃어 급기야는 "제인에어"까지 보고 말았다. 그는 숨이 멎도록 섹시했다.


최근 몇년간 영화를 보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씬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뿐더러 도무지 재미라곤 눈꼽만큼도 느낄수 없는 황당한 상황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머리속에는 오만것들이 떠올라 영화에 조금도 집중할 수 없었다. 너무 터무니 없어 설명할 길이 없는 짜증이었다. 나름 영화를 봤다면 꽤나 본 편이었고 영화 관련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갖가지 폼을 잡던 시절도 꽤 길었었다. 평생 영화를 사랑하며 살아갈줄 알았는데 삶은 내 생각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나의 영화들과 멀어지게 했을까.

그러고보니 나에게 (한동안 자칭) 난독증이라는 증세도 있었다. 그것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죽을 맛이었다. 손에 책을 들고는 있지만, 눈은 글자를 향해 있지만, 해독이 안되는 암호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나의 의지와 상반된 참으로 희한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문장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잊고 딴 생각에 빠져 들다가 깜짝 놀라 다시 책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몇번을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다가 결국에는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이것을 몇개월전에 극복할 수 있었다. 바로 천명관의 "고래"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나의 호흡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밀려드는 해방감에 눈물을 삼켰다. 그렇게 나의 난독증은 말끔히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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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영화도 못 보던 그때는 죽을 만큼 답답한 감옥에 갇힌듯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두가지 어려움의 시기는 동시에 나를 찾아왔다. 결혼과 함께였다. 출산과 육아라는 가족의 의무에 묶임과 동시에 나만의 것들을 누릴수 없게 되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굴레가 나의 자유로운 의지와 영혼을 가두어 버린 것일까.

나는 오랜 세월 그랬던 것처럼 평생을 혼자 살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의지와 무관하게 "살아지는 세월"도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세월 동안은 나를 위한 나만의 사랑하는 것들을 포기했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신이 주는 공평함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내것을 포기하고 대신 남의 것을 내것인양 누리는 호사를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충실한 현재의 내 삶속에서 또 한편으로는 버려야 할것들을 차분히 알려주고 싶은 신의 지혜일수도 있겠다. 모든 걸 다 가질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그러다가 삶의 굴레를 비켜갈수 있는 어떤 날이 오면 난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된다는 것이다. 나에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은 감미로운 바람이 되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내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만의 시간이다. 이제는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두눈 부릅뜨고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내가 소설속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사랑을 하고 아파하고 싸우며 성장해 가는 것이다.

이밤 나는 다시 혼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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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임 저도 봐야겠어요! 섹스중독의.... +,.+ 난독증을 책으로 고칠 수 있다는게 신기해요. 고래는 아직 안읽어 봤는데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뭔가 에빵님이 하는거 다 해보고 싶은 신기한 현상이....예빵님이 글을 잘 쓰셔서 그런거 같아요~^^

쪼야님 ㅎㅎㅎㅎ 쪼야님께는 추천! 스변협 모든 분들께는 ㅋㅋㅋㅋ 마이클 패스밴더 땜에 잠을 못 잤잖아요 ㅋㅋㅋㅋ 저 엊그제 마카펜으로 그림 하나 그렸는데, 못 보셨어요? 자랑할 그림은 아니지만 제가 처음 그려본거라고 쪼야님께 검사받고 싶은 마음 ㅎㅎㅎㅎ

음....신이 주는 공평함 덕에 나를 위한 나만의 사랑하는 것 들이 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그것들이 더 소중해 지네요. 영화 쉐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조용한 밤에 잔잔한 기쁨이 느껴지는데요..? ^^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쉐임 엄청 야한 영화인데, 취향이 맞으신다면 추천입니다. ㅎㅎㅎ

저도 책을 못 읽습니다... 눈알 돌아가요...

ㅋㅋㅋ 왜 그러세요. 그나저나 이벤트가 마이너스를 마구 부르던데,,,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거 아닙니까?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를 갖고 그것들이 어쩜 나를 포기했다 슬프다 말하지만 배우자의 것을 아이들의 것을 내것인양 누리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그럼요, 다 양면이 있는거지요 ㅎ 그래서 인생이 살아볼만한거 아니겠어요? ㅎㅎㅎ

책 한권으로 난독증을 이겨낼수도 있군요! <고래>는 오래전에 제 서재로 들어온 후에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중 하나입니다. 가독성이 높다고 들었는데, 에빵님의 치료를 계기로 손을 대봐야겠습니다.ㅎ

아... 제가 글을 잘못 써서 오해가... 정식 난독증은 아니고요. 자칭 일정기간동안 그런 증세가 있었더랬죠. 저 말고도 그런 증세 호소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살짝 수정했어요. 고래를 정말 후루룩 읽히는 책이고요, 현재로서는 제가 아주 감사해하는 최고의 책입니다. ㅎㅎㅎ

천명관의 고래.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에빵님의 난독증을 치료해준 구세주였군요.
저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네. 추천해요. 일전에 제가 북리뷰도 썼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책이 되었어요. 구세주 맞습니다. 제 인생이 고래를 만나기전과 만나후로 나뉠 만큼 ㅎㅎㅎ

난독증을 고친다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많은 노력을 하셨겠어요. 힘든시기를 보내시는것 같아 응원합니다. 조금씩 더 나아질꺼예요 ^^

아... 제가 글을 오해하시도록 썼네요. 정식 난독증은 아니고 일시적으로 집중력 저하 현상이 생겨서 그렇게 자칭 부른건데요 ㅜㅜ 글 수정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요. 그 어떤 일보다 책 읽는걸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행복을 수시로 안아갈수 있지요.

스팀가격이 떨어지는 절대보팅금액이 줄어드네요...
ㅠㅠ
그래도 같이 힘냅시다!! 화이팅!
후후후 딸기청이나 만들어볼까합니다!
https://steemit.com/kr/@mmcartoon-kr/6jd2ea

딸기청 호호호! 화이팅!

누군가와 함께 하는 세월 동안은 나를 위한 나만의 사랑하는 것들을 포기했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신이 주는 공평함인지도 모르겠다.

결혼도 결혼이지만 출산과 육아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내 삶에서 소중한 일부분이 희생(?)하고 또 다른 내 삶의 소중한 일부분을 얻는 등가교환인가 봐요. 몇개월전부터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

희생까지는 아니어도 음.. 낯섬 정도.. 저 뿐아니라 제 짝꿍도 그렇지 않을까 해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만났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그도 그럴듯요. 그래서 요즘 제가 집을 가끔씩 비워주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어요. 혼자 실컷 있어 보라고요 ㅋㅋㅋㅋ

맞아요. 남자들은 결혼생활을 해도 가끔 온전히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물론 여자분들도 그렇겠지만요. ^^ 센스쟁이 에빵님~ ^^

어 저 여기 댓글 달았는데.. 감미로운 바람 이야기 적었는데.. 어제 뱅글 뱅글 돌아가는거 꾹참고 올라간거 확인했는데. 왜 없죠?

아~~~~~~~~~~~~~~~댓글 돌리도~~~~~~~~~~~~~~~~~ 어제 엄청 뱅글뱅글 어지럽더니만 삼켜버렸나보네요. 오늘 포스팅은 일기 올린건데 아마 살룬님 이야기가 삼분의 일은 될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나 사랑에 빠졌나봐요 ㅋㅋㅋㅋ

풉. 보러가야징.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내 댓글. 숨이 바람이 되어 오는 그 댓글 어디감. ㅠㅜ

아직 안올라왔군요. 제게도 고래 같은 책이 필요하고 주절 주절 쓴 내 댓글. 엉엉엉

ㅎㅎㅎㅎㅎ 미리 이야기하는데 방귀이야기임! 괜찮죠? 내가 살룬님 방귀에 꽂혀서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소문난 잔치에 냄새는 없었다고 해주세요. ㅋㅋㅋㅋ 그리고 아주 가끔이라고 ㅋㅋㅋ

방귀 소모임 같은거 만들어서 나 초대하고 그러면 안됩니다 ㅋㅋㅋ

누구나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갈망하죠.ㅎㅎ
저도 요즘 육아를 하면서 더 갈망하게 되더라구요.ㅋㅋㅋㅋㅋ

아 맞다! 울곰님 혼자 커피숍 가고 싶다고 ㅎㅎㅎㅎㅎ 기억나요! 가끔씩 혼자 있는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ㅋㅋㅋ

혼자만의 시간.. 중요하더라구요.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게 아니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혼자 깊이 생각하고 정리할 정도의 시간은 꼭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추천해주신 책도 흥미가 가네요 :)

책 영화 저한테는 상당히 좋은 것들이었어요. 혼자가 그리워지는 날이 많은 요즘입니다. 낭만 그래퍼님 요즘 자주 안 보이시는듯요...

아니에욧..!! 이제 다시 활동하고 있어요 ㅎㅎㅎ

혼자가 되고 싶다고 하셔서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갑니다. 휘리릭~

센쓰쟁이 ㅎㅎㅎㅎㅎㅎㅎ

천명관의 고래 사 둔지 일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안 읽은 책이네요. ㅎㅎㅎ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가 그 소설은 재밌다고 추천해준 거였는데 저는 또 저 나름대로 책을 읽느라. 큼.ㅠ

영화의 난독증을 Shame이 고쳐주었군요.
에빵님에게도 의미있는 영화가 되어서 기뻐요.
혼자인 시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길...

저도 가만보면 난독증인가봅니다;;;;;
문장을 읽으면서 읽지 않은것 같고,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걸 보면 ㅜ
저도 에빵님이 읽어보신 고래라는 책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