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나의 꿈은 통일학교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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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통일에 그닥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남들처럼 먹고 살기가 바빴다. 그런데 불과 몇년 전에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래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받을거 다 받고 누릴거 다 누렸는데 내가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수 있을까, 내가 이 사회에 무엇을 환원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 말이다. 그때 든 생각이 통일학교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통일학교를 만들고 싶다. 사실 말이 학교이지 작은 공부방 같은 거다. 한글과 역사 공부를 겸한 작은 공부방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출입해 책을 읽고 토론을 할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충분하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대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국제학교)에서 배우는 영국역사를 비롯한 유럽역사에 치중할 수 밖에 없고 그들의 역사에 더 쉽게 접근한다. 그네들이 역사를 배우는 방식은 우리하고 사뭇 다르다. 아니, 완전 다르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나 우리 때에 역사 공부란 연대기 외우는 공부였다. 연도별로 시대별로 외워야 할것들이 엄청 많았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일던 시기에 교과서 내부를 일부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특별히 교과방식이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보였다. 내 기억으로는 국사든 세계사든 열심히 연도를 파서 시대별로 정렬할 수 있을 정도의 암기력이면 역사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받았던 것 같다. 역사 시간에 역사관이나 학습자의 판단과 비판은 자리 잡을 공간이 없었다. 나는 역사 시험에 대부분 우수한 점수를 받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머리속에 남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역사관이라는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 교육은 방식이 매우 다르다. 중학생이 된지 얼마 안된 큰 아이가 어느날 역사 시험이 있고 주제는 르네상스라고 했다. 어렵다고 했다. 일루 갖고와봐 엄마가 알려줄게. 호기롭게 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말을 주워 담고 싶었다. 아이가 들고 온 역사 교과서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난 원래 애들이 뭘 공부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웬만한 월간 패션잡지만한 크기의 책에 온통 르네상스에 관한 내용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우리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배웠던 것 같은데 양으로 따지자면 우리의 천배쯤 될것 같다. 다음날 보는 시험은 게다가 몇몇 작가들을 비교하는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했다. 도움을 전혀 줄수 없어서 아이방에서 도망치듯 나올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그렇게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 가면서(미켈란젤로에 대한 내용만으로도 10페이지 이상이다) 제 나름의 역사관을 세우는 과정을 가질것이다. 에세이에서 요구하는게 스스로 의문과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 근거를 통한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던가. 역사적 배경과 흐름을 읽고 주변 정세를 해석하며, 다양한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근현대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고 재조명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가지는 의의를 스스로 정립하게 해준다. 한 학기에 한 두가지만 치중해서 공부한다. 아, 그리고 에세이 쓰는 방법은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알아서 쓰게 한다.

이런 교육 환경속에서 자라는 이곳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한국의 역사를 접근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할지 감을 잡기가 어렵긴 했다. 특히나 나는 역사 공부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가르치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다. 내가 할수 있는건 자료 만드는 일, 광고홍보하는 일, 그리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찌파게티를 끓여주는 일 정도가 될것 같다.

난관에 부딪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능력 안에서는 할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따로 교사를 구하거나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했다. 한국에 있는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가관이었다.
"하지마. 국정원에서 너 잡으러 갈거야."
이건 또 무슨 소리. 하긴 개인사찰이니 블랙리스트니 종북으로 몰아가는 판국에 내가 무엇을 할수 있단 말인가. 그 선배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자랑스럽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뒤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북한 식당에도 가지 않았다.

그뒤로 몇년이 그렇게 흘렀다. 한글방, 역사방, 통일방을 잊어버린 채.

스팀잇을 만나고 나서 다시 나의 꿈에 대해 그것도 실현가능성을 제고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대도 바뀌고 정권도 바뀐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커리큘럼의 확보때문이다. 이곳엔 역사를 주제로 포스팅한 분들이 많이 계시다. 근래 들어서 대거 더 진입하신것 같다. 근현대사를 쓰시는 분, 인문학과 미학을 쓰시는 분, 기억해야할 주요사건을 깔끔하게 재조명해주시는 분 등 나혼자 읽기에는 너무나 아까워 우리아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물론 일일이 찾아가 교육 자료로 사용할수 있게끔 허락을 구해야 하겠지만 현재 나로서는 반은 성공한 셈이다.내가 너무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

우선은 작은 아파트를 구해야 한다. 오피스빌딩보다는 아이들이 출입하기 편한 아파트가 좋겠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아우르려면 방이 세개쯤 있으면 좋겠다. 우리집에 쓸데 없이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로 우선 시작은 할수 있으나 곧 콘테이너 단위로 중고 역사서적을 대량 구입해 와야 한다. 회의용 큰 테이블도 사야하고 토론에 필요한 여러가지 커리큘럼도 1년치 정도는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학부모들을 상대로 광고도 하고, 우리 역사방의 의의에 대해 설득을 시키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운영비이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적어도 짜파게티 정도는 끓여 줄수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전문 역사 선생님을 초빙하여 월급도 드리고 싶다. 때때로 강사 초빙도 하고 싶고, 박물관 견학이나 유적지 방문도 함께 하고 싶다. 이것 또한 믿는 구석은 있다. 이쯤에서 이렇게 외치면서 마무리를 해야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 소리는 나의 몽상이니까 말이다.

스달 1000만원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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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해외 살면서 그게 가장 고민이에요ㅜ 학교 역사는 간단한 아시아 역사 정도고. 그래서 만화로 된 한국사를 사서 읽히기도 했는데 한계가 있고, 에빵님처럼 저도 쳐다보다가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엄마가 공부를 더 해야 하지않나 싶어요

요즘은 애가 더 많이 알아서 엄마 말빨이 통 서질 않습니다. 아이랑 이야기하는게 점점 버거워지고 있어요. 우리는 해외에 사는 만큼 한국의 역사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계 정세 속에서 풀어가는게 좋을듯해요. 한국역사만 너무 파니 재미도 흥미도 없어요! 한중일 묶어서 들어가고, 한미관계 풀고, 남북관계를 푸니까 좀 흥미있어 하네요.

좋은 이야기네요..
아무튼 스달 가즈앗!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 독도가 일본땅으로 된 지도를 학교입구에 “똻”허니 걸려있더라구요! 학교에 항의해서 바꿨습니다! 역사는 우리것!

훌륭하십니다!!

잘하셨습니다!!!!

가즈아!!!!!!!!

짜파게티 끓여주는 통일방. 오이채도 위에 좀 썰어넣어주신다면.. 미끼가 달콤해서실현가능성 있어 보이는데요? ㅎㅎ

와하하하핫! 오픈하면 놀러오세요. 오이총총 짜파게티 끓여드릴께요 ㅎㅎㅎㅎ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
꼭 스팀이 올라서 통일학교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
스팀의 포스가 함께 하길~ feat @flightsimulator

아 ㅋㅋㅋㅋ 이게 더 웃겨요 ㅋㅋㅋㅋㅋ

이게 왜 웃겨요? 왜욤? 저거 제가 며칠 전부터 밀고 있는 제 유행어이자 응원의 메시지인데욥?

진지하니 웃겨요 ㅋㅋㅋ

제가 엉뚱한 면이 있어서 의도치 않게 웃음을 드리게 되나봐요~ 웃는 것은 좋은 것이죠~ 많이 웃으세요~ 웃음도 함께 드릴 수 있다면 좋은거죠~ ^^ 사실 저는 왜 웃으시고, 어디서 웃으시는지 웃음 포인트를 잘 모르겠지만요.. ^^;;;

화이팅 !!
지금 라면 먹고 싶어서 캐비넷 열었다가 다시 닫았습니다 ㅜ.ㅜ

왜요? 짜파게티 사러 가시려고요? ㅋㅋ 어제 뭐 드셨어요?

요즘 상황을보면 스팀 1000만원은 무리... 농담이구요 ㅋㅋ 암튼 통일이 정말 그렇게 멀지 않아보입니다.....

우리 모두 통일을 원하는거는 맞는지 생각해볼 타임은 된것 같아요!

몽상이 아니에요. 실현 가능할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스팀잇에서 펀딩을 하시면 포스팅 수익도 많이 날 테고, 그 수익으로 통일학교도 세우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기린아님도 포스팅 수익으로 보육원 아이들 돕고 계시잖아요.
쪼야님 아트 프로젝트 펀딩도 250달러가 넘게 찍혔고.
수익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진행하면 무리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그런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화이팅입니다!! :)

어멋! 브리님!!! 사실 어제 댓글 보고 잠을 못 잤어요. 정말 내가 할수 있을까? 와우! 숨어서 하는거면 몰라도 공개적으로 할수 있을까? 제가 기획하는거랑 추진하는거는 자신 있는데 실제 운영하는거는 자신이 없어서요 ㅜㅜ 어쩌죠? 어떻해요? 아~~~~~~~~~~~브리님!!!!!!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급격하게 바뀌는 국제정세를 보면 정말 통일이 먼 일이 아닌 것 같기도하고.. 아이들에게 현상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심어주려면 통일교육은 필수조건인 거 같습니다. Dreams come true!! 스달 천만원 가즈아~~

밤지기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포스팅 올리셨나 확인들어갑닌다!! 앗! 없군요 ㅠㅠ
가끔씩 오셔서 한방에 홈련치셔도 좋습니다. 기다리는 맛도 있으니까요 ㅎㅎㅎㅎ매일매일 기다린다네요. 스달 천만원 가즈아 외쳐주셔서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ㅎㅎ 몽상이라니 현실이 되시길!!! 스달 1000만원 노노 1억 가즈아!!

와우~~~~ 우부님 못 살아~~~~~~~~~~~~

와... 제가 고래라면 풀보팅으로 응원해드리고 싶은데... 스달도 막 보내드리고 싶은데....
보팅 100프로로 해도 0.01도 안 돼서 넘나 미안합니다..ㅜㅜ
통일학교 넘 멋져요. 꿈은 말하면 이루어진다고 해요.. 글로 남기셨으니 꼭 이루어지실 거예요..응원합니다..

ㅎㅎㅎㅎ 마음은 받았습니다ㅎㅎㅎㅎ 응원 감사드려요.

몽상의 끝은 스달인가요 ㅋㅋㅋㅋㅋ 어쨌든 좋은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역사의식은 한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니까요.

좋은 글 읽고 팔로잉하고 갑니다. 맞팔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네요 :)

팔로했어요. 천재시군요! 천재 좋아하는데 자주 뵈어요! ㅎ

계획만으로도 너무 멋있으신데요. 응원할께요!! 그나저나, 스달 천만원 상상만해도 행복하네요 ㅋㅋ

흐흐흐 행복하지요! 그런 날이 꼭 오기를 바랍니다!

중요한 역사 통일 이야기에 ~ 갑자기 짜파게티가 왜 땡기는지 ^^

일요일이잖아요! ㅎㅎㅎ 드세요!

엥? 어디까지가 몽상이고....
ㅋㅋㅋㅋㅋ
컨테이너에서 눈치를 챘어야 되나?

전 사극 보면서 역사 수업도 저렇게 해주지 했는데.
에세이를 쓰게 하다니.
전 역시 시시껄렁한게 더 잘 맞는거 같아요. ㅋㅋㅋㅋ

ㅋㅋㅋ 모든게 몽상이지요. 삶 자체가 몽상이지 않나 싶을때도 있고 ㅋㅋ 뭔소리얏!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https://steemit.com/kr/@mmcartoon-kr/20180307
[골든티켓x짱짱맨x워니프레임] 10차 옴팡이 이모티콘 증정
https://steemkr.com/kr/@goldenticket/x-x-10-100

찡한 스토리 읽으러 갈께요.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저도 선생님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어머! 진짜요? ㅎㅎㅎㅎㅎ 너무 좋아요!!!! 진짜 이걸 추친하면 좋겠어요. 영문자료 만들어주심 너무 좋을것 같아요. 또 앞서갑니다.

사실 이런 몽상을 하셨다는 자체도 정말 놀라워요. 이게 그저 몽상이 아닌 실현 가능하게끔 이루어졌음 좋겠어요. 만약 시작 하심 약소하지만 스달 지원은 정기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데;;

라나보님! 이제 컨디션 회복하셨나요? 며칠 안보여서 걱정이 많았다네요.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한걸요! 제가 추진력은 좀 있는데 잘 할수 있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어요. ㅎㅎㅎ

  ·  7 years ago (edited)

아핫 많이 회복 되었어요. 감사해요 :) 정말 추진 하시면 스달 지원 해드릴께요 :) 제가 어느정도 벌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헤헷 :)

크 몽상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멋진 꿈입니다. 응원할래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실지 몰랐어요. ㅎㅎㅎㅎ

학교 세우시는데 보탬 되시라고 소수점 보팅이지만 보태드립니다. 멋진학교네요 ^^

ㅎㅎㅎㅎㅎ 소수 감사히 받을게요 ㅎㅎㅎ 생각만이예요. 현재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