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관습에 대해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문화적인 교류가 일어나기가 힘들게 되어 있고 주변 국가들과의 국제관계를 따져 보아도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나라들과 접하기가 비교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다.

한국 사람들이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빠르다고 하는 말도 있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하드웨어에 국한되어 있거나 자본주의와 결합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의 관습이나 직장, 사회에서의 불문율, 집단 문화 등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외적인 것이나 물질적인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생각도 바뀌고 편견도 점점 적어지기는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스스로 사고방식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상, 철학, 이론 등을 만드는 것을 잘 해왔다고 할 수는 없다.

가끔씩 나는 아직도 조선시대가 한국사람들의 마음에 살아있다고 느낀다. 항상 대접받으려고 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그것을 자랑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집에 살면 자기가 우월한 인간인양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았다.

한국 사회는 격동을 겪으면서 빠르게 바뀌어 왔지만 결코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모두가 살면서, 자라면서 왜 이렇게 해야하지? 하며 불합리한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우리 사회는 그 구성원들을 몰아붙이고 어떤 때에는 순응하게 하고 또 불합리한 질서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것은 사회 구조나 기업 문화같은 것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불합리한 권력에 맞서고 정의를 외치는 일 또한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러한 싸움은 숭고한 것이고 한국의 역사 속에서 이것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사람들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 사회의 진정한 문제는, 구성원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없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는 없으나 명확한 것은 사회적인 압력,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악순환을 낳아 반복시키고 있다.

우리는 항상 남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인격적인 부분에 대해서 보다도, 체면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거나, 사회적인 존경을 받아서 높은 지위에 올라야만 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오르면 대접받으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남들보다 나은 지위에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으며 내가 높은 지위에 있을 때 남들을 낮추어 보아도 된다는 무의식적인 동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또 사회가 그렇게 몰아가고 그런 집단 무의식을 가지면서 개인에게 압력을 가할 때, 혼자서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참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이 관습과 사회적 동의, 그리고 다방면적인 압력에 혼자서 맞서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반대편에서 비이성적인 관습과 불합리함이라는 큰 벽에 조금씩 구멍을 낼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관습과 편견을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여행하고 탐험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불편함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공유하고 그로 인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