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바드기타와 숯 바구니

in kr •  5 years ago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를 읽던 중 무릎을 탁 치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바가바드기카와 숯 바구니

바가바드기타는 전투를 앞둔 제자 아르주나에게 스승 크리슈나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인도 고대 (B.C 4-2세기) 지침서입니다. 마하바라타에 속한 내용 중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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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가 산속 농장에서 어린 손자와 단둘이 살았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 식탁에서 오래된 경젼 '바가바드기타(전투를 앞둔 제자 아르주나에게 스승 크리슈나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지침서)'를 몇 장씩 읽었다.

손자는 할아버지를 닮고 싶어서 모든 것을 따라 했다. 밭에서 일할 때도 할아버지의 걸음마다 따라다니고, 동물들을 보살필 때도 할아버지의 행동을 모방했다. 아직 어려서 대부분의 일들이 서툴렀지만, 그럼에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따라 했다. '바가바드기타'를 ㅇ릭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 옆에 앉아 함께 읽었다.

하루는 손자가 물었다.
"할어버지, 저는 할아버지처럼 매일 '바가바드기타'를 읽으려고 노력해 왔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이해한다 해도 책을 덮으면 금방 잊어버려요. 그러니 '바가바드기타'를 읽는 것이 저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난로 속에 숯을 던져 넣던 할아버지가 손자를 돌아보았다. 조용히 소년을 바라보다가 난로 옆에 놓여 있던 작은 대바구니를 건네며 말했다.
" 이 숯 바구니를 들고 강에 가서 바구니 한가득 물을 떠 오너라."

2

소년은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강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물을 떠서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바구니 틈새로 물이 다 새어 나가 버렸다.
그 사실을 이야기하며 빈 바구니를 보여 주자 할어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곳 ㅗ년을 다시 강으로 보내며 말했다.
" 바구니가 새니까 좀 더 빨리 뛰어야 물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은 다시금 강으로 내려가 바구니 한가득 물을 떠서 재빨리 뛰었다. 하지만 문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바구니는 다시 텅비고 말았다. 숨을 헐떡이면서 소년은 할아버지에게 바구니로 물을 나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 ㅁ라하고 물통을 가지러 가려 했다.

노인이 말했다.
"물통으로 떠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구니에 가득 물을 떠오는 것이다. 너는 아직 최선을 다해 뛰지 않는 것 같구나."

그는 문밖으로 나와서 소년이 세 번째로 시도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소년은 다시 강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자신이 목적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바구니를 손에 들고 가면서도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이 이을 시ㅣ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손으로 바구니의 틈새들을 다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바구니에 물을 담아 온단 말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집에 도착하기 전에 물이 바구니에서 다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할아버지에게 확실히 보여 주기로 마음먹었다.

할아버지는 문 앞에 서서 소녀이 강물 깊이 바구니를 담갔다가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려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서 있는 곳까지 왔을 때 소년의 손에 들린 바구니는 물이 다 새어 나가고 역시 텅 비어 있었다.

소년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보셨죠. 할아버지? 아무리 해도 소용없는 일이에요!"

3

노인이 애정 어린 눈길로 어린 손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너는 이것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 바구니를 잘 보거라"

할아버지의 말에 소년은 바구니를 살펴보았다. 늘 숯을 나르는 데 사용해 온 바구니였다. 그때 처음으로 소년은 바구니가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언제나 숯 검댕이로 더럽던 바구니가 어느새 안과 밖이 햇빛에 빛이 날 만큼 깨끗해져있었다. 그동안 바구니 안에 남아 있는 물만 생각하느라 바구니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않았던 것이다.

4

할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바가바드기타'를 읽을 때 얼어나는 일도 이와 같다. 너는 내용을 이해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읽은 것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전 내용이 너의 마음 틈새로 다 빠져나가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행위가 너의 안과 밖을 서서히 변화시킬 것이다. 이것이 꾸준한 수행이나 명상이 우리 삶에서 하는 일이다."

느낀 점

바가바드기타도 읽어보고 평소 명상도 하는 사람으로서, 할아버지가 어떤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며 읽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처럼 어떤 지혜를 발휘하면 바구니에 물을 떠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마치 이야기의 아이처럼, 바구니에 물을 담는 것에만 생각이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이야기의 지혜는 바구니 안의 물을 담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행위로 바구니 자체가 빛나게 된다는 것이란 걸 알게 됐을 때 무릎을 탁 쳤습니다.

명상을 꾸준히 하면 한만큼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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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는 내내 무슨 교훈을 주는 이야기일까했는데.. 그렇군요. 반대의 경우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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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랬어요. 무슨 교훈일까하고.. 아차 헸죠. 저도 좁은 시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거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