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_블랙초코쿠키

in kr •  5 years ago 

어느새 오래전 일이다.
갑작스러운 출장길에서 돌아오는 고속버스,휴대폰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여성승객이
하필 옆자리다.자리에 앉아 뒤척이며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예민한 성격에
참을 인을 그리고 또 그려보았다.휴대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훔쳐내어 추측하건대, 주말 저녁 ‘연인의 의무’를 뒤로한채 서울로 가는
여자친구에 대한 투정같은 이야기다.

집착이 사랑이라면, 이런 사랑꾼..
집착의 뿌리는 불신, 불신의 씨앗은 ‘범행의 이력’ 혹은 ‘사랑의 온도차’ 정도가 아니던가.

“아니야..그런거 아니야!” “걱정 하지마, 전화 할게!” “알았어, 미안해”
역시나 예상되는 문장들로 어르고 달래고 다그치고 화내보고, 어렵게 통화는
마무리 되었고 버스는 비로소 평온함을 되찾았다. 세시간여의 시간이 지나고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늦은시간, 모두가 짐을 챙겨 잰걸음으로 터미널을 벗어났다.

10월, 아마도 그맘때였던가보다. 쌀쌀한 바람이 모두의 얼굴을 때리고, 내옆을
스쳐지나가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에게 포근히 안기는 그녀가 나의 뒷통수를 강하게 때려낸 듯 했다.

혼란 스러웠다. 이것은 흔한 치정극의 한 장면일지, 로맨틱한 이벤트의 한 장면일지..
논란이 되었다. 이이야기를 들은 모두에게..

마중을 나온 그는 통화 속의 주인공일지, 현실로 이루어진 불신의 씨앗일지..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그녀의 올라간 왼쪽 입꼬리에서 검은 속내를 보았다.
검은 속내는 언제나 극한의 달콤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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