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물린 금요일의 정시 퇴근길

in kr •  6 years ago  (edited)

금요일의 정시 퇴근길 만큼 직장인들의 평균 행복도가 최고조를 찍는 시간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아파트 입구까지의 30미터를 남겨둔 시점 난 노벨-잘노는 직장인상 수상(그런게 있다면) 을 위해서 이번 주말의 스케쥴을 구상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중 하나였다. 일요일이 끝나고 월요일이 돌아올 거란 사실은 일요일의 내가 해야할 고민 이었다. 그리고 나는 개에게 물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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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살다가 개에게 물려볼 수도 있는거지.

발등에 약간의 고통을 느껴졌다. 내 발바닥만한 개가 내 발등을 물고 있었고 개 주인인 여자는 허겁지겁 개 목줄을 집어당겼다. 나는 내 발을 문 내 발바닥만한, 아마도 개 이름이 '해피'일것 같은 개를 밟아 죽이려고 발을 들었다. 장담 하건데 내가 어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서 이성이 태업을 하는 상태 였다면 이 개새X는 지금 내 신발의 마찰보완제가 됬을 것이다.

개에게 다행히도 난 어제 충분히 잠을 잘 수가 있었고 발을 드는 방어본능과 다르게 내 머릿속에서 몇가지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 이 개가 광견병에 걸려있을까? ->가능성 있음

  2. 개의 이빨이 신발을 뚫고 내 피부에 상처를 냈는가. ->그렇지 않음

  3. 내가 이 개를 죽여버린 후에 일어날 결과

3.1 내가 이 개에게 물렸다고 입증이 가능한가? -> 힘들고 귀찮다.

3.2 내가 이 개를 밟아 죽인후 개 이름을 '해피'라고 지을 법한 개주인이 자신이 믿고 신뢰하는 SNS에 나를 "자신의 동반자이자 '사람을 물지 않는 개'인 '해피'를 밟아죽인 사이코패스 한남 정도로 묘사해서 내 인생을 귀찮게할 가능성
->있음

3.2.1 내가 법무법인을 고용하거나 직접 SNS을 뒤적이며 일일이 남이 텍스트로 말하는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뇌에 필터가 안달린 생각 없는 인간들을 찾아서 고소,고발하는 귀찮음은 내가 이 사람들에게서 받아낼 합의금이나 민사 배상비로 보상 가능한가? ->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았기에 장담하기 힘들다.

3.2.2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내가 감당해야할 손실 -> 개값 및 배상비 및 낭비되는 내 시간들.

여기까지 상황이 정리된 후 나는 발을 내려 놓았다. 결론적으로 이 개새X는 내가 어제 잠을 충분히 잤고, 개의 무는 힘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기에 견생을 건지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 이었는데 개에게 끌려다니는 개의 노예 여성은 자신이 이 '사람 무는 개의 주인'인 것으로 착각 하면서

"죄송합니다. 물지는 않거든요."

라면서 얼른 자리를 피하려는 듯이 개를 끌고(개에게 끌려) 가려 하고 있었다.

"?"

이 여자가 내가 물리는 장면을 봤는지 안봤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고려할 생각도 없이 속된 말로 "빡 돌았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화가 났다. 개는 밟아 죽일수 있지만 사람은 죽일수가 없기에 나는 '사람무는 개'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제가 방금 물렸는데 이 개가 물지는 않는다는게 뭔 개소린지 모르겠고 개 교육 시키셔야 겠는데요." 라고

위협조로 말했고 이 공식적 개주인 및 비 공식적 개의 노예는 개를 억지로 끌고 머리를 연신 숙이며 자리를 떳다.

부디 이 정신나간 '공식적 개 주인'이 제대로 '공식적 개 주인'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랄 뿐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걸 보면 근처에 사는 사람일것 같은데 다음에 다시 보게 됐을 때 이 '공식적 개 주인'이 인간으로써의 책임감을 다하지 않은 상태 였다면 난 내 가족들이 걸어 다니는 이 거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개를 처리해버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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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날만한 일이네요.. 잘 참으셨어요 ^^
다음에도 처리는 참으시고, 주인에게 좀 더 공적인 조언을 주시는게 어떨까 하네요 ㅎ
운수좋은날 이 떠오르는 글 잘 봤습니다

주인이 잘못했네요 흥흥
자기개는 안문데..ㄷㄷ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