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권하는 사회, 당신은 정말 아무렇지 않나요? - '혐' 에서 '호'로 [Feel通]

in kr •  7 years ago  (edited)

혐오와 사람의 생소한 조합


10년전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참 특이하다. 그치? 어떻게 벌레도 아니고 사람 이름앞에 '혐오'를 붙여 영화로 만들수 있지?"제목만큼이나 요상한 포스터를 바라보며 했던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의(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에게 '혐오'란 그 무게가 너무 무겁고 날카로워 사람앞에 쉽게 쓸수 없는 단어가 아니었다.
 


주인공 마츠코는 윤락녀, 행려병자에 고독사로 삶을 마무리하지만 고통에 맞서 끝까지 사랑을 갈구한다.
미츠코를 형용한 '혐오'는 사랑에 대한 역설에 가깝다.


대혐오 - 극혐의 시대 


영화가 개봉한지 10년이 조금 지난 지금. 우리는 서글프게도 누군가를 혐오하고,혐오 당하는 것이 일상인 세상을 산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옆의 여고생 두명이 "그 선배 극혐. 진지충에 개오글" 이라는 말을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쯤의 억양으로 내뱉고 있다.

나는 스피치 강사이니까 필연적으로 '설명충'. 학생은 '급식충' . 얼마전 '한남충'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내 친구는 '맘충' 대열에 들어섰으며 우리 엄마는 '틀딱충'이 되었다. 이쯤되면 사람사는 세상이 맞나 싶다.

그중 가장 거북했던 단어는 '틀딱'('틀니가 딱딱 거리는 소리를 희화함) 이다.단어 자체가 주는 해괴함도 충격이지만 노년층이 하는 모든 말은 '틀니가 딱딱거리는 소리'로 연상할게 될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아찔하다. 기존의 꼰대라는 말이  ('젊은 꼰대' 말이 있을 정도로) 나이보다 특정 태도에 관한 관점을 내포했다면 '틀딱'은 고연령에 대한 혐오 자체를 표현한다.

당신의 혐오를 '취존' 할수 없는 이유



물론, 내가 싫다는데 마음대로 말도 못하냐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노! '싫어하는것'과 '혐오'는 엄연히 다르다.

싫음은 서로에게 조율 가능한 영역안에 있다. 감정에 대한 공통 경험 때문이다. 대화나 상황적 요소에 따라 달라질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혐오는 (단어 자체가 익숙해져 매번 체감하지 못할뿐)소름 끼치게, 토하도록 등의 보편적 영역을 넘어선 극단적 거부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고약한 단절을 낳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어마무시한 단어를 ' 취향’ 이라는 말로 적당히 포장해버린다.
“남들이 다 쓰니까 그냥 쓴다”는 변명과 함께.

적어도 '취향이니 존중하라'는 말을 방패 삼으려면 극혐에 대척하는 '극호'의 단어 또한 보편화 되어 었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단어는 몇 없다. 



 흔히들 '취향'은 비정치적이며 판단이 유보될 수 있는 불가침 영역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왜 '모두까기 인형' 이 되었나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내가 아닌 모두에게 색안경을 끼고 '극혐'의 꼬리표를 붙이게 된걸까?

한국사회는 바쁘고 힘들다. 대부분은 먹고 살기에 급급하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기에도 버거운 삶을 산다. 그 속에서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큰 마음과 에너지를 써야하는 힘든일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혐오를 통한 냉소는 아주 손쉽다.
대상에 대해 무지해도 괜찮고 '생각하지 않음'을 정당화 할 수도 있다.
엄마들의 육아 고충도,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누군가의 심정도, 태극기를 들고 대학로를 찾았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그저 '맘충/진지충/틀딱충'으로 규정 지으면 맘에서 말끔히 봉쇄 된다.

상대의 마음을 상상하고 헤아리는 공감'능력' 부재도 문제겠지만, 현실에 치여 아무것도 할수 없는 시대의 무력감이 극혐의 모두까기를 확대 시키고 있다.

극혐충이 좀먹는 세상


거창하게 '언어는 사고를 지배 한다'던 촘스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는 언어와 사고가 상호관계에 있다는걸 잘 안다.
'사랑해' '예쁘다'의 긍정만을 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워하는 감정도 개인의 정신 건강과 사회 다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싫다, 밉다, 좋아하지 않는다의 범위를 너머 극혐으로 치닫는 표현은 끝내 우리 스스로를 좀먹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자기 기준이 확실한 사람이라면 그런 말쯤 흘려보낼 수 있다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말이란 것은 힘이 있어서 기쁘다 기쁘다 하면 진짜 기뻐지고, 잘한다 잘한다 하면 진짜 잘해진다.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아는 대다수도 계속 듣다보면 익숙해지고 세상은 '혐오'와 '혐오가 아닌 것'으로만 구분 된다.
개인의 판단 기준또한 사회가  쌓아올린 견고한 혐오의 덫을 피하는 것으로 대체 된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도 '된장녀' 프레임을 신경써야 하는 사회에서 과연 건강한 자기표현이 가능할까?

결국, 우리의 '극혐'이 용인될 수 있는 대상은 '극혐'을 입버릇 처럼 말하며 개별적 인격을 뭉뚱그려 재단하는 '극혐충'뿐이다.


촘스키를 생각하면, 참크래커가 떠오른다. +  블랙커피도.


나는 '극호' 속에서 살고싶다.



싫고 미운것들에 둘러 쌓여 사는 삶은 궁핍하고 애처롭다. 누구나 애정 속에 사는 사람이 좋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혐오'라는 말로 세상을 등지며 마음의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는 그게 참 애석 하고 서글펐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흔한 이야기라서 식상한 말로 들릴수 있지만) 말은 마음의 투영인데 말이다.

자. 이제 이 긴긴 글의 끝에 답을 내려야 할때다.

아무 생각없이 '극혐'하던 것들이 그렇게 미치도록 싫었는지.
우리는 누군가를 뾰족하게 겨냥해 경멸하는것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지.
당신이 그 답을 함께 고민해 준다면 이 긴긴 이야기도  '진지충'의 혐오글로 전락하지 않을수 있을것 같다.

나는 말의 주체성이 삶의 주체성이라는 것을 진심 으로 믿는다. 

스스로 말의 주인이 되어  ‘극호’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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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의 액자 “말”



필통마지막로고26.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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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세계적으로 헤이터 의 증가는 몇 년 전부터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혐오를 통해 헤이터들이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인지, 헤이터들을 방관하고 오히려 장려하는 이들은 또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네, 저도 글쓰면서 자료조사 해보니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더라고요.
말씀해주신대로 근복적 원인이 필요한것 같아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

즐겁게봣습니다
팔로. 및 보팅하고 깁니디

감사합니다.

좋은 글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사회속에 깊게 스며들어간 '극혐'
그저 자극적인 내용들에 자극받아 쏟아내는 혐오성 발언들...

말씀하신것처럼 저도 '극호'의 세상에 살고 싶네요.

이런 덧글 '극호' 합니다 ~(ㅎ_ㅎ~)
극단적인것에 길들여져서 점점 자극에 무뎌지는것 같아요.
'좋은글'이라는 말씀에 어깨가 으쓱으쓱 합니다!
감사해요~

정말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요즘은 뭐만하면 극혐, xx충 등의 말을 심심치 않게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데요, 이는 인터넷 상에선 훨씬 심각한 수준이지요.
뭐가 그렇게들 맘에 안들까.. 똑같이 싫은걸 표현해도 좀 부드럽게, 좀 깔끔하게, 좀 더 이쁘게 말할 수 있을텐데 다들 아무생각없이 상대방을 혐오하는거로 넘어가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전 스티밋이 좋습니다. 적어도 스티밋에선 아직까지 누군가를 혐오하고 xx충이라는 말이 보편적이지 않으니까요.
물론 사용 연령층이 어리지 않다는점이 큰 이유겠지만요 :)

얼굴 안 보이는 인터넷상이니까, 오히려 더 칭찬,우쭈쭈,공감콤보 팍팍 주면 더 좋을텐데요!ㅎㅎ
근데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프사는 뭐예요?!
문지르면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구슬같은건가요?ㅎㅎ

그러게 말이에요!!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과 가까워 질 수 있으니 다들 좋은말 팍팍 해주면 더 좋은데 말이에요!
제 프사는!!! 일본에서 데려온 투명한 공예 구슬이에요! ><
굉장히 오묘한 무늬와 색이라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서 덜컥 데려와버렸다죠...
문지르면 과거로 가진 않지만!! 그때의 기분을 낭낭하게 회상시켜줍니다 :)

저도 이 영화 재밌게 봤어요. 혐오스런 마츠코란 제목과 달리 여주가 미인였었죠.

@hygge님 반갑습니다~ 벌써 10년전 영화라는게 신기할정도예요.

저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네요
사회에 만연한 혐, 충 같은 단어들에 신물이 날 정도입니다...
일단 인터넷 사용이 너무 편하다보니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사건(정보)들이 빨리 퍼지기도 하고요
그걸 노리고 자극적으로 기사같지 않은 기사를 써내려가는 사람들도 문제고요
참 팍팍하네요

@amukae88님도 올빼미시군요!ㅎㅎ 저는 요즘 새벽에 잠이 안 와 고민입니다>_<
꽤 정성들여 꾹꾹 눌러 쓴 글인데, 공감해주신다니 기뻐요.
말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 이런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지나봐요. 고맙습니다!

정성들여 쓴 글은 태가 납니다!!
사실........... 낮잠을 너무 많이 자서 새벽에 깼네요
일하고 집에오니까 너무 피곤해서 떡실신했었거든요 ㅋㅋ

이해 못할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성의 의미를 현저하게 왜곡하는 방향일 때 저는 경멸이나 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그런 의미에서 전 경멸하는 사람 있습니다. 이x박?? ㅎㅎ 젊은 세대가 갖는 피로도가 얼마나 대단할지 가늠하기 힘들잖아요. 그걸 파편화된 개인의 의지로 풀어나가려니 점점 단절되고 그러는게 아닐까요.... 공동체,,,, 이런 좋은거 있는데.... 근데 확실히 특이하시군요..... 촘스키로 참크래커를 연상하다니... 촘 그러네요....ㅎㅎ

이x박 그분은 저도 혐.. 읍읍;;
제가 프리랜서라 일정 없는 날은 내내 한마디도 안할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스피치 강사 ㅎㅎ)
덧글 보고 완전 엄청 웃었어요. 푸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sadmt 님 덧글 모음집 하나 낼까요? 제가 자료 지원 하겠습니다!

달필에 달변이라.... 헐.... 쓰는것도 모자라 순발력까지.... 부럽삼....ㅎㅎ... 자료 지원 같은거 하지마세요.. 블록체인의 바다에 갈기갈기 찢어 버릴거에요...

진짜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한테 혐오라는 단어는 아직도.. 뭔가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단어인데,
남들한테는 마구 남용되는 모습이 좋지 않게 느껴진다고 생각 많이 했거든요..
한 편 스스로는, 내가 너무 진지한 꼰대인가.. 싶기도 하고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ahrlwkdtnwl님 반갑습니다!
팔로우가 안된것 같은데, 제가 팔로우 했어요 :)
혐오라는 말을 조심해서 꼰대라는 말을 듣는다면, 저는 기꺼이 꼰대가 되겠습니다~
자주 얘기 나눠요!

제가 스팀린이라 ㅠㅠㅠ 다시 걸었어요!

제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종종 소통 부탁드립니다^^
5분을 선정하는거라..^^;; 죄송합니다.
풀보팅 드리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요.^^*

네, 괜찮습니다!
참여에 의의를 두고 응원하고 싶었던거라 대화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갑사합니다>_<)b

  ·  7 years ago (edited)

깊이 공감합니다. 정말 우리 사회는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은 “최애”라는 말을 쓰긴 하더군요. 대부분 아이돌이나 운동 선수, 캐릭터 등 많이 포장되거나 창작된 이미지들이지만요.

@plan2f님 반갑습니다! 😊😊
아, 맞아요!!!! 제가 잊고 있었네요. "최애"라는 말을!
일상에서 열심히 써봐야겠어요.
공감해주셔서 기뻐요. 그런데 2층 사시나봐요. 별칭이 재밌어요^_^

참크래커에서 노암촘스키가 떠오시는 걸 보면 ^^; (말 안하고 갑니다)

ㅋㅋㅋ 저를 너무 빨리 파악하신것 같은데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