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서 '그 사람'으로
우리는 그 사람을 자세히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걸까?
메시나와 카라바조는 모두 성경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히에로니무스(예로니모) 성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메시나의 그림에서는 원근법에 의해 아주 적절하게 중심에 자리 잡은 주인공이 보인다. 성인은 이 그림의 중심이지만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짜임새 있는 구성물 중 하나'로 인식된다.
분명 예로니모 성인은 그림의 정점에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분산된다고 느껴진다.
그림을 확대해보면 아주 세밀한 붓으로 펼쳐진 책들에 적혀있는 글들을 그려냈다. 옆의 장식물 역시 자잘한 광택과 묘사력에 역시 빈틈이 없다. 마치 유화의 정밀함을 보여주려는 듯이.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의 대가인 카라바조가 그린 성인을 보자.
우선 그림의 요소로만 보자면 메시나의 그림에 비해 굉장히 단출하고 단순한 구성이다. 때문에 우리는 직관적으로 성인이 '무엇을 하고 있다'라고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단순한 구성은 그 자체가 바로 주제가 된다.
성인은 열심히 다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무언가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어떤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 무엇이 그로 하여금 몰입하게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데도 그를 보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림 속 성인의 자세처럼 약간은 구부정하고 고개를 숙여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게 된다. 마치 그림 속의 성인이 하고 있는 자세처럼 그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그림 속 주인공을 닮아가고 있다.
성인이 현재 보고 작업하는 성경과 나란히, 하지만 실제로는 그 위를 차지하는 듯 '죽음'의 상징물이 놓여 있다.
그리고 내 눈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머무르는 부분은 빛과 어둠의 미묘한 구석자리였다.
안녕하세요 flowie님
랜덤 보팅!!
소소하게 보팅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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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있었던 그림들인데 설명을 자세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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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 포스팅은 여기저기 긁어 모아 정리하고, 요것은 제 감상을 그냥 끄적끄적해 본 거랍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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