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인 나의 행동 원인 중에는 가장 흔하지만 인정하기 힘든 한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내면을 탐구하길 선호하는 사람 중에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외부 대상에서 찾기보다는 내부에서 찾으려 합니다. 앞서서 인간의 뇌는 어떤 사건이든 원인이나 이유를 가져다 붙이려는 습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해석이 되지 않는 사건을 맞이하게 되면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게 됩니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 배웠고 반성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잘못된, 착한, 정확히 말하면 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원인이 나 때문이라는 것에 도달하면 자책과 처벌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바로 죄책감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마음이 약한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지만 깊게 자각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방금 쓴 글의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정확하고 명료하게 알아도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트일 것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은 "나 이렇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럴 수밖에 없어요..."라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힘든 일을 이렇게 극복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었어요'가 아니라 본인이 감당해내지 못한 그 사건 뒤로 숨어버리는 쉬운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자기 존재성을 방어하기 위한 깊은 수준의 합리화입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핑계를 가져오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자신을 죽이는 일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치졸하고 비합리적인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자신을 죽이는 길인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 아픈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빠져나와야만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