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의 명장면

in kr •  6 years ago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을 주로 해오던터라 사람들과 만나면 영화 이야기를 할 때가 많습니다. 어제는 여러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들 중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인가를 놓고 술자리 대화를 했습니다. 저에게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항상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래는 이 장면에 대해서 예전에 한 잡지에 기고했던 짧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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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에서 TV는 종종 수모를 겪는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소주병에 맞아 브라운관이 깨졌고, <괴물>에서는 발가락에 의해 전원이 꺼진다. 신작 <옥자>에서도 미자네 TV는 주파수를 잡지 못해 할아버지의 매를 번다. 개인적으로 꼽는 봉준호의 명장면 또한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남(배두나)이 손바닥으로 때려가며 보던 TV 속 장면이다.

아파트 지하실에 숨어 지내던 최모씨(김뢰하)가 개들을 잡아먹었다는 누명을 쓴 후, 경찰 조사를 받는 뉴스다. 영화를 처음 본 이후로 지금까지 종종 이 장면이 떠올라 킥킥거릴 때가 있다. 대사 때문이다.

“거기(구치소)가면, 아침식사는 튀김, 점심식사는 돼지고기, 저녁식사는 이면수… 좋다…”

어떻게 여기에서 ‘이면수’를 생각했을까? 튀김과 돼지고기에 이어 이면수라니… 고등어나 꽁치도 아니고 이면수라니… 이 대사의 ‘이면수’는 한강둔치에 나타난 괴물만큼 뜬금없다. 뜬금없고 황당하니 그냥 웃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종종 킥킥거리다가도, 왠지 최모씨가 구치소에서도 이면수를 못 먹었을 것 같아 짠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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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씨...ㅋㅋㅋㅋㅋ 애잔하네요.

너무 짠하지.. ㅎㅎ

플란다스의 개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못봤네요 ㅠㅠㅠ
저도 꼭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팔로우 하고 갑니다!

네, 나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

플란다스의 개.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영화네요! ㅎㅎㅎ

가끔 케이블에서 해주는데요. 최모씨가 옥상에서 개 잡아먹으려고 하는 장면은 볼 때마다 긴장감이 쩝니다. ㅎㅎㅎ

ㅎㅎㅎ 정말 독특한 매력이 있는 영화였죠~ ^^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그래도 입추지나면서 조금씩 살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