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으로 있는 것들의 가치

in kr •  7 years ago 

#1

경제학에 속해 있는 원리들은 그 이치가 본디 담고 있는 바 이상의 영향력으로 세상에 스미고 인간에 녹아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어서 자신의 선택이 주는 충분한 만족감마저도 그것이 확실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였는지를 검증하게 만들고 내가 그 시간에 커피 한 잔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울렛 세일에 가 봤어야 한다는 강박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 수업을 가지 않으면서 누릴 수 있는 것 중에는 '수업-시험 성적-학점-취업' 프레임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고 고귀한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패러다임 안에서) 거의 없으므로 모두들 출석이라는 행위를 통해 기회비용을 고려한 선택에서 참새 눈물만큼의 성취감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결석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과 더해져 그 만족감이 참새 눈물 두 방울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눈물을 모아 가면서 교환을 준비한다.

#2

우리는 선택과 노력의 결과를 무엇과 교환하고자 한다.

현 시대의 패러다임은 직업, 배우자, 명예, 꿈, 사랑, 미래, 행복 등이 모두 교환 가능한 무엇처럼 보이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재화와 서비스가 되었다. 교환이 개인의 힘으로 불가능해지면 사회 구조에 대한 원망을 한다. 하지만 선택과 노력의 결과는 그 어떤 것으로의 교환이든 가능한 상품권이 아니다.

#3
교환하려는 삶을 살지 않고 싶다. 내 습관적 나태와 맹목적 탐닉의 (있지도 않은) 원인을 해명하고 싶지 않고, 시간을 투입한 너의 선택과 노력이 어떤 것과 교환 되었는지 알고 싶지 않다. 또한 나의 그 어떤 결례도 합리화 시키지 않음과 동시에 너의 기준에 멋진 삶은 인정하고 축하하려 한다. 성공적인 교환이 아니라 너라는 인간의 삶을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싶다.

#4
나는 교환을 생각하지 않은 삶의 이름이 YOLO였으면 한다. 아니 사실은 그런 이름따위가 만들어 진 것 자체가 싫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유럽 일주를 다녀왔는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사진 속의 음식을 먹기 위해 몸무게가 얼마나 늘어나는 것을 감수했는지 티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어떤 시련과 아픔이 있어 yolo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솔직히 그 해명과 증명이 지겹다. 그냥 살면 된다. 삶의 모든 것에 이유와 이름이 필요한가?

#5
내 운명의 이름은 내 이름의 운명이 아니듯이, 장미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그 아름다운 향기는 변함이 없듯이, 니 삶의, 니가 붙이지도 않은 그 이름에 신경쓰지 마라. 그 가치를 생각하지 말고 그것마저도 무언가와 언제쯤 교환할 수 있을지 계산하지 마라. 누구도 인정하지 않아도 니 선택은 괜찮았고 너는 잘 살고 있다. 나도 잘 살고 있다.

yolo.PNG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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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짱짱맨 태그를 거의 매일 사용 했으면서.. 감사 인사도 한 번 못 드렸네요 ㅜㅜ 뉴비로서 의기소침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매 번 큰 힘을 얻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스팀잇 생태계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

강가에 무질서하게 놓여져 있는 돌멩이 하나까지도
안정된 자기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을 보면서
가끔 사소하게 놀랄 때도 있습니다.

인생의 진리는(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할 것까지는 없지만 마땅히 대체 할 말이 생각이 안나서..) 그리고 우리네 삶은 절대로 아득한 곳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득한 곳에서 그 것을 구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요..! 아직 어리고 부족하지만 늘 텔로미어님의 말씀을 듣고 여러 생각을 하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