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틀린 것 같아"
라든가, "내 생각은 다른데?" 이런 말이 달갑지 않다. 그 말이 내 주장에 대한 반박 또는 모종의 도발이라서가 아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혹자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강한 믿음때문에 타인을 훈계하려 들기 때문이다. 저 말이 설교의 시작인 경우가 많아 달갑지 않고 이런 종류가 아닐 때에는 '타인을 인정함'에 인색한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어서 싫다. 잘못된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주관을 수정하려는(본인 말에 따르면 바로 잡아주려는) 태도에 관해서 하는 말이다. 나는 타인의 의견에 반박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입장을 감안하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차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반발을 할 때는 단지 주관인 것을 진리처럼 포장하는 사람을 봤을 때이다.
나는 진리를 가지고 있지 않고 또한 그 것을 능숙하게 다룰 수도 없지만, '진리를 다룸'에 있어서 타인이 나보다 크게 월등할 수 없음도 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타인의 견해를 수정하려 들지 않는다
위에서는 반박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수정하려 들지 않는 이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신념의 이유가 있다. '그냥' 믿게 되었어도 그 자체로 그 사람에게는 중대한 이유이다. 물론 '그냥'이라는 말에도 여러 사연은 녹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모든 신념에 각각의 이유가 있듯이, 모두들 '신념에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도 믿는다. 신념에 필연적으로 부가되는 신념이다. 그래서 그 신념과 다른 의견의 개진을 곧잘 '개전(開戰)'으로 간주한다. 내 것과 다른 내용을 나에게 보이는 상황을 이른바, '내 신념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정도로 인식한다.
'공격'(이라고 믿는 것)을 받는 순간 사람들은 내 안의 요소를 검토하여 그 공격이 정당한 것인지 판단하기보다 외부 세력의 침입을 막으려는 '방어'에만 신경 쓴다.
그럴 의도가 없어도 공격이 되고 마니 남은 것은 전쟁일 뿐, 단순한 '정반합'도 일상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쟁이 성립하지 않을 때도 있다
반(反)을 주장하는 주체가 큰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정(正, 바른 의견이어서 정이 아니고 기존의 주장이어서 정)을 주장했던 이는 매우 드물게 가르침 받기를 응하기도 하고 대개는 그 의견권위을 받아들인 척 한다.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합(合)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설명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자신이 겪었던 반(反)의 사례를 이야기해 주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례가 진실이고 그 이의 의견이 맞다고도 여길테지만, 위에서 밝힌 내 견해의 수정과는 관계 없는 일이다.
논의를 통한 합의는
어쩌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사익 추구가 거의 무제한으로 이루어져도 타인에 대한 직접적 피해가 없는 한, 그 것을 용인하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연결하여) '자유에 대한 해석'에서 찾고 있다.
자유
-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 <법률>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
- <철학> 자연 및 사회의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일.
우리는 자유의 개념을 머리에 새길 때, 자기 마음대로라는 부분만 크게 강조한다. 내 마음대로 하는 것=자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익 추구는 악(惡)이 아니므로 내 주장을 강하게 하는 것 역시 정당한 일. 내 마음대로 내 주장을 강하게 하는 것은 (그르지 않기 때문에) 옳은 일에 가까운데 누가 막을 것인가! 이런 의식의 흐름때문에 '논의를 통한 합의'가 어려워 진 듯 하다. 단순히 내 개인의 의견이다.
그래도 스팀잇덕분에
나는 원래 가지고 있던 '타인과의 의견 나눔에 대한 허무'를 꽤 극복했다. 이 곳은 일단 상대의 의견을 듣는아니 읽는 편이기 때문에 다른 온,오프라인 공간과 차별성이 있다. 보통은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이, 키워드나 일부분, 또는 (원래 그렇다고 알려진)화자의 성향만을 가지고 지레 짐작하여 그 주장을 뭉뚱그리고 자신이 할 말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교 시절 여러 번의 토론 과정에서 이 것이 서로 '주고 받는 말'이 맞는지(그러니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것에 대해서 하는 말이 맞는지) 의아했던 적이 많다. 여기서도 가끔 생뚱맞은 댓글을 보긴 하지만 그 정도는 내가 이전에 겪은 것들에 비해서는 양반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에도 (실제로 그렇게 생각을 안 하시더라도)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한다는 표현을 하고 나서 견해를 이야기 해 주실 때가 많아 달갑다. 이 정도면 일단 합의까지는 몰라도 '논의'는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여전히 그리고 역시나 스팀잇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위의 '미셸 푸코'의 영향을 받아)나는 '담론이 권력을 형성한다'고 믿는 편인데,
스팀잇의 토론 문화가 '구리구리한 거대 담론'의 형성을 막고 건강한 담론들이 생겨나게 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글을 시작할 때 이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오늘도 기승전스(팀잇)이 되었다. 요즘 글쓰기가 쉽지 않다. 글감 찾기에 부담을 느껴서이다. 하지만 모든 필자가 비슷한 마음일 것이고 스티미언들이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 혼자)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위로를 받는다. 내 것과 다르거나 틀린 것의 구별에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 서로의 견해에서 공통되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일이 (나에게도)익숙해지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저도 그런거 같습니다.
가족부터 시작해서 지인,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하는 말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공격적으로 접했던게 아닐까 돌아서게 하네요..
자유라는 명목이나 자신의 좋을대로 해석하는 이들로
인하여 '규제'라는 단어가 자유를 대처하게 되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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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의견나눔의 허무]- 공감되는 때가 많은 주제입니다.
일상적, 의식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저항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정주를 거부 할 때에만 좀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 미셸 푸코'
푸코는 너무 높아요 ㅎㅎ-
끊임없이 정주를 거부한다는 것, 사실 쉽지않은 것이죠. 영원한 진보군요
저도 '대화라는 것'을 하다보면, 대화를 하는 것인지..각자의 춤을 추는것인지 의아할때가 많습니다.
여기서도 이렇듯, 배울 것이 있는 글들은 진지하게 듣지만,
제 깜냥에 비춰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되는순간 대충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스스로도 다른사람과 의견은 나누고, 권위가아니라 지식이나 진리에 압도되어
스스로를 수정하는 일은 오히려 짜릿한 경험이 된다고 생각해요.
첨엔 좀 당황스럽긴 하겠지만요.
그런걸 잘 할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늘 제 옳음을 주장하고 변론하기 급급한 내 자신의 모습은 본질적 보수성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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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park님 글 읽다가 문득 친구랑 정치 이야기 하면서 맥주병까지 던지며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나네요..
진심 부끄럽고 지우개가 있으면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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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항상 조심하는데도 어쩐지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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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기승전스팀잇은 진리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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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름을 인정하고 베푸는 일은 좀처럼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으로 행하는 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특히나 속도전이나 목적만 가지고 앞만보고 달리던 20대 지난 시절에 유독 그랬던 것 같네요.
지위나 입장이 유리할 수록 진심으로 경청하는 자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저 또한 그러려고 오늘도 수련중입니다. 가든 팍님의 글은 어째서인지 보팅은 바로 누르고 답은 한참이 지나서야 달게 되는 것 같아요. 생각을 다방면으로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됩니다. 문장이 어렵다거나 내용이 난해하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었으니 행여나 오해는 없으시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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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기승전스에 대해 조금 불만을 표시하는 건 괜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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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開戰)이 되지 싶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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